[기고]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3)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6-03 15: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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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산불지역의 생태적 특성


산불 피해지역의 생태적 복원을 실현하기 위한 검토
 

생태적 복원은 온전한 생태계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생태계를 치유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사업이 진정한 복원(true restoration)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에 대한 상세한 생태정보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지역의 경관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된다. 동해안 지역의 경관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의 분포를 보면, 이 지역은 바다에서 내륙을 향해 해안사구, 주거지를 비롯한 개발지, 농경지, 소나무림, 침·활혼합림 및 활엽수림의 순서로 그 요소가 분포한다(그림 6).

 

 

▲ 그림 6. 1996년에 발생한 고성 산불지역에서 식생유형(위) 및 산불 강도(아래)의 공간분포를 보여주는 지도 <제공=이창석 교수>

 

 

그 중 해안사구는 좀보리사초와 통보리사초를 중심으로 해안사구 전형의 식생을 보유하여 높은 자연성이 인정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나무림은 봄철의 극심한 가뭄기와 그 기간의 수분부족을 가중시키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라는 자연조건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물론 소나무림은 이러한 자연조건에 더하여 난방 연료, 유기질 비료, 가축사료, 송이버섯 등 다양한 자원을 얻는 과정에서 비롯된 인위적 간섭이 함께 작용하여 빚어낸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의 한 요소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그리고 활엽수림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중심축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자연림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자연자원이다. 한편, 혼합림은 상기한 소나무림에서 활엽수림으로 천이가 진행 중인 숲이다. 그 중 산불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요소는 소나무림이다(이창석 교수 자료). 그것은 소나무가 불에 타기 쉬운 수지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건조한 지소에 위치하며, 빠른 경제성장에서 비롯된 관리체계의 급격한 변화로 임상에 식물이 과도하게 번성한 데 기인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심하게 불에 탄 소나무림은 그것보다 자연도가 높다고 알려진 활엽수림으로 천이가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산불 피해지를 자연의 회복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복원방법을 결정하여야 할 시점에서 우리는 좀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이 지역의 환경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연환경으로의 회귀만으로 피해 입은 지역의 환경의 회복과 보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경관생태학의 원리에 의하면, 백두대간과 같은 보존지역은 그것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인위적 간섭을 차단하는 완충지역을 필요로 한다. 이 지역에서 경관요소의 분포유형을 보면 소나무림이 그러한 완충지역의 역할을 해 왔음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소나무림은 근년의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그 영향으로 많은 장소에서 활엽수림으로 천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러한 추세라면 수년 내에 이 지역의 많은 산불 피해지는 활엽수림으로 변할 것이다. 과거의 학구적 생태학(academic ecology)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상을 경관생태학의 측면에서 검토하면 이러한 현상은 이질성의 상실로 인한 경관다양성의 감소와 더 나아가 완충지역의 상실로 인하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성립된 자연림에 대한 위협 또한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자의 논리는 특히 그것의 경제적 가치와 결부시켜 볼 때 그 신뢰성이 상승한다. 

 

현재 이 지역에서 소나무림은 지역에 따라서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다. 송이버섯이 우선 상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자원이다. 송이버섯은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고, 관광상품과 연계되어 다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에 더하여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무로서 소나무의 빼어난 자태는 바다, 그리고 지역의 산세와 어울려 관광자원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수려한 풍경을 이루는데도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소나무림의 이러한 여러 가지 역할을 고려하여 평가할 때 그것의 경제적 가치는 이 지역 주민 소득의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이창석 교수 자료). 

 

이 지역에서 소나무림은 이와 같이 다양한 가치를 갖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복원계획을 수립할 때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검토사항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소나무림의 입지가 참나무림으로 천이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자연도가 높아진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는 그러한 산림을 실물경제의 측면에서 거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존재로 부각시키면서 그곳을 레크리에이션 시설이나 숙박시설과 같은 관광지의 배후시설로 개발하여 소득원으로 삼기를 우선 원할 것이다. 중요한 자연적 가치를 갖는 해안사구가 아무런 제약조건도 없고 그것의 중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러한 소나무림이 활엽수림으로 천이되어 그것의 경제적 가치를 잃었을 때 그 미래는 그렇게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그러한 개발은 그곳의 개발에 그치지 않고, 앞서 우려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축을 이루는 백두대간에 대한 위협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서 소나무림은 자연환경 보존이나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경관요소(key landscape element)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 소나무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자연보존 전략과 경제적 가치추구 전략의 연계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전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동해안 산불지역의 복원계획에서는 이러한 종합적 검토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만, 소나무림의 도입은 그것의 자연적 분포 범위가 되는 산정 및 능선(그림11 참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복원계획은 다음과 같다. 지형은 토양의 수분 및 영얌염류 함량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환경요인의 결정체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고성산불지역에서 산불의 강도, 즉 생태계가 입은 피해의 정도는 이러한 지형요인에 의해 결정된 식생 유형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었다(이창석 교수 자료). 따라서 복원계획은 지형에 바탕을 두고 수립하였다.

 

▲ 그림 11. 지형에 적합한 복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 산 봉우리를 일정한 고도 간격의 5개 구역으로 나눈 지도. 고도 4/5 이상을 산정 및 능선, 1/5 이하를 산자락으로 구분하고 나머지 구역, 즉 2/5부터 4/5 사이를 산중턱으로 구분하였다. <제공=이창석 교수>

 

 

 

그림 11은 지소별 복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고성산불지역을 산봉우리 별로 구분한 후 다시 각 봉우리를 고도별로 구분한 지역 구분도이다. 평지로서 인간생활의 중심이 되는 농경지와 주거지를 제외한 산지를 5개의 일정한 고도 간격으로 구분한 후 저지대로부터 1/5이하의 지역을 산자락, 2/5~4/5지역을 중턱, 그리고 그 이상의 지역을 산정 및 능선부로 정하였다.

 

 

 

이러한 지소의 구분은 이 지역에서 산불 후 보이는 식생의 반응에 근거하였다(표 1). 산자락에서는 외래종의 종수, 출현빈도, 그리고 중요치가 높게 나타난 반면에 중턱과 산정 및 능선부에서는 이러한 종이 전혀 출현하지 않았다. 한편, 산자락, 중턱, 그리고 산정 및 능선부에서 장차 우점종이 될 수 있는 종의 중요치는 각각 9.6, 29.7 및 5.4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볼 때 중턱은 정상적인 회복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산자락과 산정 및 능선부는 미래의 우점종의 중요치가 현저히 낮아 생태계의 변화 내지 또 다른 교란에 노출될 가능성을 내포하여 이것을 하나의 문제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중 산자락은 전체적인 식피율이 낮지 않고 교목, 관목, 그리고 초본층을 이루는 식물들이 고르게 정착하여 식생의 구조 측면에서 큰 문제점을 보이지 않지만 외래종의 출현빈도 및 중요치가 높아 문제가 된다. 한편, 산정 및 능선부는 전체적인 식피율이 낮고, 교목성 식물의 출현빈도 및 중요치가 낮아 문제가 된다(표 1 참고). 더구나 이 지소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송이의 주 생산 장소로서 주목된다.


이에 필자는 여기에서 제시된 각 지소의 생태적 특성과 문제점을 바탕으로 복원계획을 마련하였다(표 2). 즉, 정상적인 회복과정을 겪고 있는 중턱은 자연의 회복과정에 맡기는 복원방법을 선택하고,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산자락과 산정 및 능선부는 인위적 복원을 적용하는 방안을 복원계획으로 삼았다. 그 중 산자락의 복원은 외래종의 과도한 번성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산정 및 능선부의 복원은 송이버섯의 숙주가 되면서 지소의 생태적 특성과 어울리는 소나무림을 도입하는 것을 복원방법으로 선택하고자 한다. 이 때 이러한 지소에서 소나무 외의 다른 식물은 비교적 양호한 정착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식물을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편, 산자락의 복원에서는 이 지역의 저지대에 성립할 수 있는 오리나무, 느티나무, 졸참나무 및 신갈나무 군락의 구성종을 도입하는 방안을 복원방법으로 권장하고 싶다. 이에 더하여 이 지역이 해안에 인접하여 내륙지방과 비교하여 겨울기온이 다소 온난한 점을 고려하면 일부지역에 서어나무 군락을 이루는 종의 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관광지 주변에는 이 지역의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소나무림이나 곰솔림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1)

대형산불 발생원인과 대책(2)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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