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염 산업부지 관리 허점 심각?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24 22:01:42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인도의 오염된 산업부지에 대한 규제와 정보 관리가 지나치게 부실해 공중보건과 야생동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현재의 단편적 규제 체계로는 오염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며, 보다 강력한 모니터링과 통합적 정책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브리스톨대학교가 주도하고 환경개발(Environmental Development)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인도의 오염 산업부지 관리 체계가 여러 규제 분야로 분산돼 있어 실질적인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연구를 이끈 브리스톨대 환경과학자 자간나트 비스와카르마 박사는 “오염된 부지는 종종 눈에 잘 띄지 않는 환경 문제”라며 “오염물질은 토양과 지하수에 서서히 축적되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그 영향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규제는 부문별로 지나치게 쪼개져 있어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특히 인도에서 배출되는 유해 산업폐기물 규모와 공식적으로 등록된 오염 부지 수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치에 따르면 인도는 매년 1566만 톤의 유해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오염됐거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장소는 200곳에도 못 미친다. 반면 산업 규모가 더 작고 국토 면적도 인도보다 훨씬 작은 스위스는 오염 부지가 인도보다 39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가 인도 내 잠재적 오염 부지 상당수가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봤다.

오염 부지는 산업 활동, 폐기물 처리, 채굴 등으로 인해 토양과 지하수, 퇴적물에 유해물질이 축적된 장소를 뜻한다. 여기에는 납, 카드뮴, 수은 같은 중금속을 비롯해 석유와 석탄, 살충제, 비료, 플라스틱, 염료 등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은 수십 년 동안 환경에 남아 식수원과 식품 체계로 유입될 수 있다.

연구진은 ‘오염 부지 모니터링·평가·복원(CS-MAR)’ 프레임워크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오염 부지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환경 모니터링, 중앙집중형 데이터 시스템, 위험 우선순위 설정, 지역사회 참여를 결합한 관리 체계다. 연구진은 미국의 슈퍼펀드 프로그램, 스위스의 오염 부지 규제, 영국의 관련 법적 지침, 호주의 국가 환경보호 조치 등 국제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안된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오염 부지의 포괄적 식별과 지도화, 중앙집중형 환경 데이터 시스템 구축, 위험 기반 정화 우선순위 설정, 규제기관 간 협력 강화, 주민 참여 확대, 기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역량 구축 등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체계가 마련돼야만 인도에서 오염 부지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한정된 자원을 보다 시급한 지역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인도 하이데라바드공과대학교(IITH)의 공동 저자 아시프 쿠레시 교수는 “환경 거버넌스 체계는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며 “이번 연구는 통합의 가능한 경로를 제시하지만, 실제 진전은 제도 간 조정, 정치적 의지, 환경 모니터링 투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국가 차원의 오염 부지 목록 구축과 환경 데이터 투명성 제고, 기술 역량 강화가 첫 단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환경 모니터링 기술과 공공·민간 협력도 보다 효과적인 정화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라비 나이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통합 프레임워크가 인도뿐 아니라 산업 오염과 환경 거버넌스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비스와카르마 박사 역시 “국제 경험에서 배우고 과학과 정책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국가들은 지역사회와 생태계를 보호할 실질적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오염 산업부지가 단순한 과거 산업화의 부산물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환경·보건 위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규제 사각지대와 정보 부족이 겹칠 경우 오염은 더 오래, 더 넓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 정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