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후보의 그린벨트 잠식 공약, 국민 생존권 빼앗는 행위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1-04 13:50:01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그린벨트 잠식 공약은 국제적인 흐름에 엇가는 하책이자 국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행위이다.한 대통령 후보가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또 다시 그린벨트를 잠식할 계획을 내놓고 있다. 참 ‘환경물정’을 모른다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세계 보건 기구 (WHO)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약 7억 3,000만 톤에 해당하고, 그 흡수량은 약 4,500만 톤 수준이어서 대기 중에 남겨두는 양이 94% 가량이나 된다. 더구나 우리는 2050년까지 그 발생량을 흡수량과 같게 하여 대기 중에 전혀 이산화탄소를 남겨두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한지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오염원 (source)의 발생량과 자연환경이 발휘하는 그것의 흡수원 (sink)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으로 이뤄내는 발생저감 차원의 대책에 더해 숲의 정화기능을 활용하는 적응 차원의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 IPCC의 기후변화 대응전략도 초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배출원과 흡수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옮겨져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요즘이다.


게다가 UN은 지구환경 훼손 실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돌이킬 수 있는 없는 상태의 훼손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을 우려하여 금년부터 향후 10년 (2021 – 2030)을 상처 받은 지구 치료를 위한 ‘생태계 복원 10년’으로 지정하여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35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18 – 36 배에 해당하는 13 – 26 Gt를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는 세계의 다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진행된 경제 발전의 영향으로 도시화 지역의 외형적인 확산과 내부적인 공간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도시 주변지역의 무계획적인 개발과 비효율적인 토지이용,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해 왔다.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 및 도시화는 자연환경을 인위환경으로 전환시키며 자연 환경이 차지하는 면적을 크게 감소시켜왔고 토지이용 변화에 기인한 물, 공기 및 토양 오염으로 그것의 질도 떨어뜨려왔다. 이러한 변화의 복합적이고 누적된 영향은 도시생태계의 구조 및 기능의 단순화와 기형화를 가져왔다. 더구나 그 영향은 도시지역에 머물지 않고 교외 및 전원지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은 이러한 조화롭지 못한 도시화의 영향이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인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요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자연에서는 나무와 풀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그들은 이 숲으로 곤충,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의 다양한 동물과 각종 미생물을 끌어들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이어간다. 사람들이 이룬 삶의 공간도 예전에는 이와 비슷하였겠지만 현대 문명의 중심을 이루는 도시에서는 적어도 이와 크게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도시는 공기, 물, 흙, 그리고 다양한 생물들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람과 인위적 공간이 많고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이것을 생태적으로 표현하면, 생산자와 분해자가 적고 소비자가 너무 많아 그 균형을 상실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므로 생산-소비-분해라는 생태적 고리가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하여 어느 한 쪽에서는 부족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남아 쌓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폐기물이 쌓이며, 물이 부족하고 더운 여름 날 밤늦도록 더위가 이어지는 열대야 현상 등이 그 실태를 반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린벨트 제도는 각종 개발 사업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를 억제함과 동시에 공기정화, 생물 다양성의 보전, 서식처 확보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녹지공간을 확보하여 환경 친화적인 도시공간을 이루어내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는 세계적인 대규모 도시 중 대표적으로 성공한 경관관리도구로 인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국의 상하이 같은 도시는 서울의 그린벨트를 모델 삼아 거주 주민을 이주까지 시켜가며 도시 주변에 폭 1 km, 길이 200 km의 환형 그린벨트를 세 개씩이나 창조해내고 있다.


이러한 그린벨트 제도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 여러 나라는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시아의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러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널리 채택되어 적용되고 있다.


국내 주요 도시에서 그린벨트 지정의 효과를 분석해보니 그린벨트지역은 그 내·외부 지역과 비교해 녹지 양의 감소가 훨씬 적어 그 보존에 기여하였고, 녹지의 질은 그린벨트 외부지역의 90% 수준을 유지하여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스트레스의 외부확산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분석한 그린벨트의 효과는 도심과 비교해 기후변화를 50년가량이나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 차원에서 검토해보면 현재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의 그린벨트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양과 이 도시가 보유한 자연의 흡수 능력을 대비시켜 몇몇 오염물질의 자정능력을 평가해보니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물질이자 우리 인간의 호흡속도를 조절하는 이산화탄소는 그 자정능력이 2%를 넘기지 못하였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은 6%, 그리고 오늘날 그 양이 크게 줄어든 황산화물도 10% 남짓한 수준이었다. 충분히 건강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서 숲의 비율은 지역 주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통령 후보가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그린벨트를 잠식하여 그곳에 집을 짓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가 넘는 도시민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이 귀중한 생명자원을 그 의미와 역할에 대한 신중한 검토도 없이 개발하여 제거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국제적인 흐름에 크게 역행하는 하책이며 국민의 생존환경을 팔아먹는 나쁜 계획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