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막았지만, 책임은 없었다

수도권매립지 이후의 쓰레기 정책, ‘자원순환’은 어디에 있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09 13: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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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2026년을 기점으로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한국 자원순환 정책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를 두고 “매립 중심에서 탈피한 선진적 자원순환 체계 전환”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 드러난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매립을 막은 자리에 들어선 것은 재활용도, 감량도 아닌 소각과 떠넘기기였다.

매립 금지, 준비되지 않은 선언
직매립 금지의 정책 목표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매립은 환경 부담이 크고, 수도권매립지의 물리적·사회적 수명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문제는 시행 시점에 맞는 처리 대안이 충분히 준비됐는가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공공 소각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전처리·자원화 시설은 계획 단계에 머물렀다. 환경부가 직매립 금지를 대비해 추진한 전처리시설 설치 지원 사업에는 실제로 참여한 지자체가 거의 없었다. 주민 반발, 재정 부담, 입지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정책이 외면한 결과다. 정책은 선언됐지만, 실행을 떠받칠 행정·재정·사회적 기반은 준비되지 않았다.

 

▲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이후 수도권매립지 반입장은 썰렁하다.


떠넘기기 지자체 행정
직매립 금지 이후 가장 곤혹스러운 주체는 기초·광역 지자체다. 그러나 이 곤혹은 상당 부분 예견된 위기였다. 다수 지자체는 소각시설 확충 계획을 수년째 미뤄왔고, 주민 수용성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이 충청·강원 등 타 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쓰레기를 만든 지역은 처리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발언권이 약한 지역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행정 효율성도 있지만 환경 정의의 문제다.


폐기물 정책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발생지 처리다. 쓰레기를 만든 지역이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직매립 금지 이후 이 원칙은 현실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처리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부 반출을 선택하고 있지만, 정작 시설 확충을 위한 중장기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의 쓰레기는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했고, 환경 부담은 지역 간 불균형으로 전가됐다.


특히 시멘트공장이 밀집한 강원·충북 지역에서는 수도권 폐기물 반입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주민들은 “수도권의 쓰레기를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 출처 : 조달청 나라장터, 남양주와 구리는 소각 재활용을 함께 위탁 처리하고 있다.

민간 소각장, 시멘트 공장으로 몰리는 쓰레기
공공 처리시설이 감당하지 못한 폐기물은 민간 소각장과 시멘트공장으로 향한다. 민간 소각장은 공공의 안전망이 아니라,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 구조에서는 민간이 사실상 핵심 처리 주체가 되고 있다. 이는 시장 논리에 환경 정책을 맡긴 결과이자, 공공 인프라 투자 실패의 비용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또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를 활용한 폐기물 처리도 대안으로 부상했다. 시멘트 소각은 자원순환의 완성 단계가 아니라 최후 단계다. 그럼에도 재활용·감량 정책이 부실한 상태에서 시멘트 공장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 것은 정책 순서가 거꾸로 됐음을 의미한다. 

 

▲ 2026년 서울시 쓰레기 처리방식 비중

매립 제로가 아닌 책임 제로
정부는 직매립 금지를 성과로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묻는다. 누가 처리 비용을 책임지는가. 어느 지역이 부담을 떠안는가. 감량과 재활용은 왜 항상 다음 과제로 밀리는가.


자원순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철학과 책임 배분의 문제다. 매립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순환사회가 오지 않는다. 감량 없는 소각 확대는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낳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매립 금지의 후퇴가 아니다. 대신 다음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변이다.
공공 처리 인프라 확충에 국가가 얼마나 책임질 것인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가, 소각·시멘트 처리 확대에 대한 환경·건강 영향 검증을 어떻게 투명하게 할 것인가,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강제력 있는 정책을 언제 도입할 것인가.

지금의 자원순환 정책은 순환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쓰레기를 어디로 밀어낼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다. 외부 반출은 단기적으로는 ‘처리 공백’을 메워주는 해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간 소각과 외부 위탁은 공공 처리보다 단가가 높은 경우가 많고, 운송비까지 더해지면서 지자체 예산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비용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쓰레기는 외부로 나갔지만, 비용과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처리 장소만 이동했을 뿐이다.


환경 정책은 미루는 순간, 결국 가장 약한 곳으로 부담을 이동시킨다. 지금의 자원순환 정책이 정말 ‘순환’을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은폐와 전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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