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수에즈 대안 되나...韓 첫 시험에도 경제성은 미지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25 2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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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수에즈운하와 홍해 항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극항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올여름 북극항로 컨테이너 정기운항에 들어간 데 이어 한국도 처음으로 상업성을 확인하기 위한 컨테이너선 시험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항로가 짧다는 지리적 이점만으로 북극항로가 수에즈운하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운항 가능한 기간이 짧고 고가의 내빙선박과 쇄빙선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환경 위험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세계 해운에서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극해항로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은 북동항로의 북해항로(Northern Sea Route·NSR)는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따라 베링해협과 유럽을 연결한다. 신용보험업체 코페이스(Coface)는 동아시아와 북유럽 사이를 이동할 경우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거리를 최대 30~4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와 비교하면 거리 감소 효과는 더욱 커진다.

최근 홍해와 중동의 불안정은 이러한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집트 국영정보서비스 수에즈운하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후티 반군 공격 이후 상당수 선사가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항해시간과 연료비가 증가했다. 수에즈운하의 선박 통항량은 2023년 하루 70척 이상 수준에서 크게 감소했고, 2025년에는 하루 평균 약 35척에 그쳤다. 2026년 들어 일부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운업계의 주요 위험으로 꼽힌다.

중국은 한발 앞서 북극항로의 상업화에 나섰다. 중국 측은 지난해 시험운항에서 중국~영국 이동에 약 20일이 걸렸으며 올해 7~10월 사이 최소 8차례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직접 시험하기 시작했다. 국내 선사 팬스타가 운항하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는 8월 22일 부산에서 출항해 한국 최초의 북극항로 상업 시험운항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 선박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베링해를 지나 북해항로를 통과한 뒤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 등을 거쳐 돌아올 예정이다. 전체 운항기간은 40~45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과 화학제품 등 837TEU의 화물이 실렸다. 정부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수에즈항로에 비해 운항거리가 약 35% 단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는 부산의 지리적 위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정부는 향후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경우 부산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극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관할 수역을 이용해야 하는 북해항로의 특성상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외교관계가 또 다른 변수다.

북극항로의 최대 약점은 계절성이다. 얼음이 감소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항해가 가능한 시기는 여전히 여름과 초가을에 집중돼 있다. 일반 상선보다 선체와 추진장치를 강화한 빙해등급(ice-class) 선박도 필요하다. 이러한 선박은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건조비와 운항비가 높으며, 빙해 상황에 따라 러시아가 운영하는 원자력 쇄빙선의 지원까지 받아야 한다. 러시아 당국의 항행 허가도 필요하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이 같은 비용과 운항 불확실성 때문에 북극항로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주력 해상운송로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형화 역시 문제다. 현재 세계 컨테이너 해운은 1만~2만TEU 이상의 초대형선을 이용해 컨테이너 한 개당 운송비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북극해를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내빙 컨테이너선은 상대적으로 작다. 항로가 짧더라도 높은 선박가격과 쇄빙선 비용, 보험료 등을 합치면 기존 항로의 대형선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

북극항로 확대를 둘러싼 또 하나의 역설은 기후변화로 열린 항로가 다시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이 배출하는 블랙카본(검댕)이 눈과 해빙 위에 내려앉으면 표면의 반사율을 떨어뜨려 태양에너지 흡수를 증가시키고 얼음 융해를 촉진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북극지역 선박의 블랙카본 배출을 주요 환경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올해에도 이를 줄이기 위한 ‘극지연료(polar fuels)’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당분간 수에즈운하를 대체하는 세계적인 물류 대동맥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제한적인 보조 항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코페이스는 2030년까지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제한적이며, 컨테이너 화물보다는 석유·LNG 등 원자재 운송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극지 실크로드 구축과 연결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극 자원개발과 수출의 핵심 항로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부산항의 새로운 물류 기회라는 관점에서 상업성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북극항로가 경제성과 기후·환경 위험, 대러시아 관계라는 세 가지 난제를 넘어 실제 국제 물류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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