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도시 상당수에서 지반이 내려앉는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위성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시아 일부 도시에서는 연간 수㎝ 수준의 침하가 관측됐으며, 멕시코시티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20㎝가 넘는 극심한 국지적 침하도 확인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한 공동연구팀은 2014~2023년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이용해 전 세계 107개국 465개 대도시의 지반 움직임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Nature Cities’에 게재됐다.
지반침하는 지표면이 장기간에 걸쳐 점차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하수의 과도한 취수나 지하층의 압밀, 도시 개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건축물과 기초시설, 도로, 배수·하수 시스템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과 맞물릴 경우 도시의 상대적인 해수면 상승을 가속해 홍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같은 해수면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지반이 내려앉는 도시에서는 실제 침수 위험이 더 빠르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보고돼 왔지만 연구마다 분석기간이나 방법이 달라 도시 간 침하 정도를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동일한 위성자료와 분석방식을 광범위한 도시에 적용해 세계 도시의 상대적인 지표변화를 비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장 극심한 국지적 침하가 나타난 곳은 멕시코시티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이 연간 약 217㎜, 즉 21.7㎝씩 내려앉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고 해서 멕시코시티 전체가 매년 20㎝ 이상 가라앉는다는 뜻은 아니다. 도시 전체의 대표적인 침하 정도를 보여주는 중앙값은 연간 약 8㎜였다. 도시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침하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멕시코의 토레온에서는 도시 중앙 침하 속도가 연간 약 17㎜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도시에서 높은 침하율이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 메단은 연간 약 33㎜의 중앙 침하율을 보여 조사 대상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했다.
인도네시아 반둥도 연간 약 22㎜가 내려앉았으며, 이란 이스파한에서는 연간 약 11㎜의 침하가 관측됐다. 연간 33㎜의 침하가 단순히 같은 속도로 10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약 33㎝에 달한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도시 기반시설과 배수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반면 모든 대도시가 심각한 속도로 내려앉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스턴과 뉴욕, 런던, 베이징, 도쿄, 서울, 시드니, 몬테비데오, 나폴리 등에서는 분석기간 동안 도시 전체의 지표 변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도시의 대표적인 연간 침하 또는 융기 속도는 약 0.1~1.9㎜ 범위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값 자체가 매우 작은 만큼 측정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도시 평균과 특정 지역의 극단적인 침하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멕시코시티처럼 도시 전체의 중앙 침하율은 연간 8㎜ 수준이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217㎜에 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 내부에서 지질 조건이나 지하수 이용, 건축물의 밀집도 등이 다를 경우 침하 역시 공간적으로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불균등 침하’는 도시 안전 측면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도시 전체가 같은 속도로 내려가는 것보다 인접한 지역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 건축물이나 도로, 지하관로 등 기반시설에 변형과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분석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기간이 약 9년에 한정돼 있어 관측된 변화가 수십 년간 계속될 장기 추세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또 분석이 도시의 행정경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실제 도시권이 행정구역 밖으로 확장된 지역의 침하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지상 관측장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위성자료 보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위성을 이용한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현재의 침하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반침하가 일부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관리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반침하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집중호우가 동시에 진행되는 해안·저지대 도시에서는 침수 위험이 복합적으로 커질 수 있다.
향후 도시계획에서도 단순히 해수면 상승이나 강우량 변화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지하수 이용과 지반침하, 배수 능력, 기반시설 취약성을 함께 분석하는 통합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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