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하수처리수가 반도체 산업의 새 수원 되려면 경기권 공급사업 확대해야

수질 검증과 농축수 처리, 비용 분담이 사업의 성패 가른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14 11: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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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이 떠오르고 있다. 도시에서 쓰고 하수처리장을 거친 물을 다시 정화해 산업용수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멀리 있는 댐에서 물을 더 끌어오는 데 따르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곧 공장에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아니다. 용도에 맞는 수질을 지속해서 유지해야 하고, 정화 과정에서 생기는 농축수를 처리해야 하며, 시설과 관로의 비용을 누가 낼지도 정해야 한다. 지난 9월 15일 한국환경한림원 주최로 열린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제28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는 이 사업이 처한 세부 단계를 보여준다. 정부는 반도체 사업장에 공급할 재이용수의 규모를 제시했고, 전문가들은 공정별 수질과 비상 공급체계를 요구했다. 또한 민간 사업자는 사업이 지자체 경계를 넘는 순간 인허가와 수익 배분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하루 12만 톤, 21만 톤…계획 용량과 실제 공급량의 차이
국내에서는 현재 9개 시설이 하루 약 38만9000톤의 하수처리수 재이용수를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청주에서 SK하이닉스 사업장에 공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규 사업은 이보다 규모가 크다. 즉 화성과 오산의 하수처리수 12만톤을 기흥과 화성에 공급하는 경기권 1단계 사업과, 수원의 하수처리수를 평택에 보내는 별도 사업이 각각 추진되고 있다.  


한명실 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수원~평택 사업은 수원 하수처리수 재이용수를 약 26㎞ 떨어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으로 보내는 구상으로 시설 규모는 하루 21만 톤이지만, 계절에 따라 냉각수 수요가 달라 연평균 공급량은 하루 약 15만8000톤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두 사업이 실현되면 기존에 산업용으로 쓰던 댐 물을 다른 수요처에 배분할 여지가 생긴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용수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공급과 연계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 지역에서 재이용수를 생산한 만큼 다른 지역의 댐 물이 자동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공급계약과 관로, 가뭄기의 취수 여건, 각 사업장의 실제 사용량을 따져야 비로소 대체 가능한 물량을 계산할 수 있다.
 

광주에서도 더 큰 규모가 거론됐다. 한명실 과장은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처리 규모를 바탕으로, 호남권 반도체 산업 구상과 연계해 재이용수를 하루 20만 톤부터 공급하고 장기적으로 30만 톤까지 늘리는 방안을 광주시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총사업비 약 7200억 원과 관로 약 3㎞도 추정치로 제시됐다. 이는 확정된 공급사업이 아니다. 산업 입지와 실제 수요, 처리 가능한 원수량, 농축수 처리 방식, 사업비를 검증해야 할 초기 구상이다.

‘반도체에 쓰는 물’도 공정에 따라 다르다

재이용수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처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장에는 설비를 식히는 냉각수와 보일러용수처럼 일반 산업용수로 충당할 수 있는 수요가 있다. 웨이퍼 세정 등에 쓰이는 초순수는 훨씬 까다로운 별도 제조 과정을 거친다. 재이용수를 공장에 공급한다는 계획과 그 물을 곧바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한다는 말이 아니다. 현재 검토 중인 주된 사용처는 냉각수와 보일러용수로 2021년부터 하루 100톤 규모의 시험설비를 운영하며 수질 자료를 수요 기업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용 초순수의 원수로 폭넓게 사용하는 결정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시험설비에서 적합한 수질이 나왔는지와 대규모 시설에서 계절과 유입수 변화에도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하수처리수 오염물질도 세심하게 가려내야


하수처리수에 요소 같은 저분자 물질이나 미량 오염물질이 남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역삼투막 등을 거친 재이용수가 일부 수질 항목에서는 기존 공업용수보다 나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초순수 제조에 적합하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수처리장, 재이용시설, 공장 안의 초순수 제조설비에서 얻은 수질 자료를 연결해 장기간 살펴봐야 한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공급을 중단하거나 다른 원수로 전환할 기준도 미리 정해야 한다.

현행 재처리수의 용도별 수질기준은 공업용수의 세부 기준을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의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과 공정마다 필요한 물의 성질이 다른 만큼 계약에서 목표 수질을 정할 수 있지만, 대규모 광역 공급이 늘어날수록 측정 항목과 허용 가능한 변동 폭, 경보와 공급 중단 기준을 얼마나 분명히 정할지가 중요해진다.

정화하고 남은 농축수는 어디로 가나

재이용시설은 깨끗한 물만 만들어내지 않는다. 역삼투막 등으로 오염물질을 분리하면 염류와 질소 등이 상대적으로 짙어진 농축수가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처리하는 비용과 책임이 사업성의 큰 변수라고 지목했다. 기존 시설의 경험을 예로 들며, 농축수를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경우 처리 부담과 요금 문제가 생긴다는 것. 농축수 처리를 맡을 시설을 찾거나 자체 처리설비를 운영하는 일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재이용으로 하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현장별 검증이 필요하다. 하천으로 나가던 처리수 일부를 회수하면 그 구간의 유량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농축수를 어떤 수질로 어디에 방류하느냐에 따라 오염부하의 변화는 달라진다. 공장에서 사용한 뒤 다시 배출되는 물까지 포함해, 취수 지점에서 최종 방류 지점까지 물과 오염물질의 흐름을 계산해야 한다. 시설의 처리 용량만으로 유역의 순편익을 단정할 수 없다.
 

에너지 사용도 같은 방식으로 따져야 한다. 취수와 장거리 송수 부담을 덜 수 있어도 고도처리, 역삼투, 농축수 처리와 새 관로의 송수에는 전력이 든다. 재이용수가 기존 수원보다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각 시설의 처리 방식과 이동 거리, 전력 사용량을 비교해야 한다.

물은 도시에서 나오고, 비용과 편익은 다른 곳에 쌓인다
광역 재이용사업에는 구조적인 조정 문제가 있다.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처리수 제공과 시설 운영의 부담을 지는 반면, 물을 사용하는 기업과 산업단지는 다른 지역에 있을 수 있다. 관로가 여러 지자체를 지나면 인허가와 도로 점용, 공사 협의도 각각 필요하다. 수원~평택 사업의 경우도 공급 지역의 지자체가 얻는 이익에 비해 부담이 커 사업 추진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에서는 공급량과 요금도 금융 조달에 영향을 준다. 시설을 크게 지어도 냉각수 수요의 계절 변화로 연중 가동률이 낮으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공급 가격을 낮추면 수요 기업은 참여하기 쉬워지지만 사업자의 운영 여력은 줄어든다. 반대로 수질 기준을 높이고 예비설비를 늘리면 공급 신뢰성은 높아져도 비용이 증가한다. 결국 설비 규모, 최소 구매량, 수질 사고의 책임, 농축수 처리비를 계약 단계에서 함께 정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2026년 6월 공포된 물재이용법 개정은 지역별 수요와 공급량, 가뭄 전망 등을 고려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하·폐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조항의 시행일은 2026년 12월 10일이다. 법적 권한이 생긴다고 개별 사업의 예산과 비용 분담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제2차 물 재이용 기본계획 변경안도 행정예고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가뭄에 대응하는 한편, 반도체와 AI 등 첨단전략산업에 안정적인 수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국가 물관리 정책을 ‘순환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새 수원을 확보하는 일, 물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
권기원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장은 댐과 하천의 물, 생활하수에서 회수한 물, 공장 사용 후 재이용할 물을 용도에 맞춰 순차적으로 배분하는 ‘원워터’ 구상을 제시했다. 품질 요구가 높은 곳에는 그에 맞는 원수를 쓰고, 정화한 하수처리수는 적합성이 확인된 산업 용도에 공급하자는 취지다. 이는 공급원을 늘리는 동시에 같은 물을 더 효율적으로 쓰려는 접근이다. 


하지만 공급 효율만으로 가뭄기의 배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재이용사업이 기업의 기존 물 사용을 실제로 대체하는지, 지역의 생활·농업용수와 하천 유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을 쓰는 기업이 안정적인 공급의 편익을 얻는 만큼 어느 범위까지 비용을 부담할지도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의무 사용을 확대하자는 의견과 가격·시설 지원으로 참여를 유도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수처리수는 이미 쓰인 물에서 새 공급 가능성을 찾는 수원이다. 그러나 하루 수십만 톤의 숫자는 사업의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 공급을 결정할 숫자는 계절별 회수 가능량, 공정별 적합 수질, 농축수 처리량, 평균 판매량과 총비용을 확인한 뒤에 나온다. 반도체 용수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공급 목표를 높이는 일과 함께, 그 물이 공장과 유역에서 어떻게 쓰이고 돌아오는지 끝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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