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폐기물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매립 중심의 처리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적 목표는 분명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매립이 막힌 쓰레기가 소각장, 시멘트 공장, 타 지역 처리시설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갈등과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인천·경기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대부분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돼 처리돼 왔다. 하지만 매립지 사용 종료 논의와 폐기물 발생지처리 원칙 등의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단계적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 시행 속도에 비해 처리 인프라 구축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직매립 금지를 대비해 27개 공공 소각시설 신·증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실제 공사에 들어간 시설은 성남시와 옹진군 두 곳뿐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소각장 신설은 취소 결정되었으며, 이외에도 다른 지역 대부분 사업은 입지 선정이나 행정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민 반대와 부지 확보 문제 등으로 소각장 건설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수도권 지자체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 ▲ 폐기물을 싣고 이동하는 차량 |
수도권 밖으로 향하는 폐기물의 대이동
직매립 금지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폐기물의 광역 이동이다. 일부 지자체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민간 소각시설에 위탁하고 있으며, 처리 능력이 부족할 경우 폐기물은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강원·충북 지역으로 대량의 폐기물이 반입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일부 자치구가 직매립 금지 폐기물 처리를 위해 재활용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업체가 최종 처리 경로로 시멘트 공장 반입 계획을 제출하면서 지역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강릉·동해·삼척·영월·제천·단양 등 이른바 ‘시멘트 벨트’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 쓰레기 반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멘트 공장과 폐기물 반입을 제한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두고 “수도권 쓰레기가 지역을 넘어 떠돌고 있다”며 발생지 처리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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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폐기물 |
민간소각장 현장 가보니
이러한 논란 속에서 수도권 소재의 한 민간 소각시설을 방문해 보았다. 이 시설은 하루 약 1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연간 약 1만 톤 처리하고 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스팀과 온수 형태로 인근 산업단지에 공급된다. 폐기물 처리 시설이 동시에 에너지 생산 시설로 운영되는 구조다.
시설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 이후 일부 생활폐기물이 반입되고 있지만 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민원이나 환경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둘러보니 폐기물 저장 공간은 밀폐형 구조였고, 악취 확산을 막기 위한 음압 설비와 집진시설이 가동되고 있었다.
특히 민간 소각시설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처리비 상승이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는 공공시설의 1.5배에서 3배까지 비용 차이가 있다고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비용 구조는 예상과 차이가 있었다.
공공 소각시설의 평균 처리비는 톤당 약 14만 원 수준이지만, 톤당 약 7만원 가량 하는 소각재 처리 비용은 빠져있다. 반면 일부 민간 소각시설은 소각재 처리 비용을 포함해도 공공 소각시설보다 낮은 수준의 처리비(톤당 15~19만)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시설 활용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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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각장 내 폐기물을 솎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처리시설 공백일까, 제도의 허점일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의 핵심 문제를 처리시설 공백으로 지적한다. 직매립 금지 정책은 시행됐지만, 이를 감당할 공공 인프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폐기물 외부 반출 처리가 증가하고 지역 간 환경 갈등 확대, 민간시설 의존도 상승이라는 구조가 나타났다.
한 자원순환 정책 전문가는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인프라 구축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며 “지금은 사실상 민간 소각시설이 정책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폐기물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현재 안정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있던 민간시설만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공소각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지자체는 님비현상으로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며, 정부는 대책 없는 제도만 시행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소각업계는 당분간 수도권 생활폐기물 처리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소각시설이 완공될 때까지는 민간시설 활용이 불가피하다”며, “직매립 금지 시대에 국민 기반시설이라는 책임감으로 폐기물 처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직매립 금지는 매립을 줄이고 각 지자체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나 현재 나타나는 현실은 소각 확대와 폐기물 이동 뿐이다. 직매립 금지 정책이 보다 원활한 자원순환 체계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지 쓰레기의 이동 경로만 바꿀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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