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포어 센서로 호수의 남세균 독소 신속 검출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04 22:41:31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호수와 강에서 남세균이 대량 증식하는 녹조 현상이 반복되면서 독소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이 호수 물에 포함된 남세균 독소를 분자 단위로 식별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나노포어 센서를 개발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의 마테오 달 페라로와 타마르 콘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을 한 번에 한 분자씩 감지하는 나노포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리사 아게로바와 후안 프란시스코 바다 후아레스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ACS Nano에 게재됐다.

남세균은 담수와 해양에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로, 수온과 영양염류 등의 조건이 맞으면 짧은 기간에 대량 증식한다. 제네바호를 비롯한 여러 호수에서 발생하는 남세균 대발생은 수영객과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하고, 식수원과 수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일부 남세균은 간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을 방출한다.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 변이체가 발견됐으며, 분자 구조가 미세하게 다르면서도 생물학적 독성과 영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분석법으로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빠르게 식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효소면역측정법인 ELISA는 민감하고 비교적 신속하지만, 개별 마이크로시스틴 변이체를 구별하기 어렵고 유사 화합물과 교차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탠덤질량분석법(LC-MS/MS)은 선택성과 정확도가 높지만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시료를 분석기관까지 운반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에서 수주가 걸릴 수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에어로리신이라는 단백질을 활용한다. 에어로리신은 약 10나노미터 두께의 막을 관통하는 미세 통로인 나노포어를 형성하며, 가장 좁은 부분의 직경은 약 1나노미터에 불과하다. 나노포어 양쪽에 전압을 가하면 이온이 통로를 지나면서 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마이크로시스틴 분자가 기공에 들어가거나 통과하면 이온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차단된다.

전류가 감소하는 정도와 차단이 지속되는 시간은 분자의 크기와 구조, 전하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 전기적 신호를 분석해 각각의 마이크로시스틴을 구별했다.

실험실 조건에서 분석한 결과 나노포어 센서는 서로 다른 7종의 마이크로시스틴 변이체를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각 물질에서 나타난 전류 신호가 뚜렷해 복잡한 데이터 분류 과정 없이도 7개 물질을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실제 호수 물에서도 센서의 성능을 시험했다. 먼저 나노포어를 막거나 측정을 방해할 수 있는 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시료를 여과했다.

제네바호 물에는 남세균이 대규모로 발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 2종을 첨가했다. 분석 결과 두 물질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했지만 나노포어 센서는 각각을 명확하게 구별했다. 자연 상태의 호수 물에 포함된 다른 물질도 독소의 식별을 크게 방해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남세균이 실제로 번성하던 시기에 채취한 루가노호 시료도 분석했다. 그 결과 대표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인 MC-LR을 확인하고 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포어 센서가 측정한 MC-LR 농도는 12.7나노몰이었으며, 기존 LC-MS/MS 분석으로 확인한 13.1나노몰과 매우 유사했다. 소형 전기 센서임에도 기존 정밀 분석 장비에 근접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나노포어 양쪽의 염분 농도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센서의 감도도 높였다. 이를 통해 25피코몰 이하의 낮은 농도에서도 MC-LR을 검출했다.

연구진은 이 검출 한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식수의 장기 노출 기준으로 제시한 MC-LR 잠정 지침값인 1나노몰보다 약 40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농도의 독소도 조기에 감지할 수 있어 식수원 감시와 녹조 예보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기술을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실험에서는 시료 속 입자를 제거하기 위한 여과 과정과 높은 염분 농도로 시료를 조정하는 전처리가 필요했다.

나노포어 센서는 크기가 작고 분자가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기술이 고도화되면 휴대용 장비에 센서를 탑재해 호수나 취수장에서 남세균 독소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마이크로시스틴 이외의 남세균 독소나 소형 환경오염물질도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아게로바 연구원은 향후 스타트업 ‘CynANO’를 설립해 기술의 확장과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