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기획서, 흰 머리 보고서

[홍성재 박사의 탈모 의학] 탈모치료는 가능한가<29>
이형구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11-28 1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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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모발의 과학을 이해하고, 머리카락에 숨은 비밀을 이해하면 길이 열린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모발회복에 새 장을 연 의학박사 홍성재 원장(웅선클리닉)이 탈모 의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흰머리가 검은머리로 바뀔 수 있을까. 신비로운 인체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기존 지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가끔 일어난다. 2017년 7월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에는 항암치료 후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변한 기이한 연구가 소개돼 있다. 


노엘리아 리베라 바르셀로나대 피부과 교수는 폐암 환자 52명에게 신약으로 면역회복 요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신약 복용환자 중 14명에게서 검은색이나 갈색 모발이 자라났다. 이전 연구에서 악성 흑색종에 적용했을 때는 탈모 부작용도 있었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긴 피부암의 일종이다. 
 
항암치료 때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항암제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준다. 항암제 중에는 탁소티어(taxotere), 파클리탁셀(paclitaxel), 독소루비신(doxorubicin), 싸이톡산(cytoxan)처럼 탈모 유발 성분도 있다. 탈모 성분의 항암제는 두발, 눈썹, 겨드랑이, 음모 등을 부분적 또는 모두 빠지게 할 수 있다. 방사선이 쪼인 부분도 모발이 탈락할 수 있다.


탈모는 항암치료 2~3주 후부터 시작돼 2개월 무렵이면 정도가 심하게 된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모발은 다시 회복된다. 처음에는 기존의 모발과 다르게 가늘고 약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1년쯤 지나면 예전과 같은 모발로 회복된다. 검은 모발이 빠진 곳에서는 흑발이 나고, 흰머리가 탈락한 곳에서는 하얀 모발이 솟는다.


그런데 노엘리아 리베라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흰머리가 빠진 두상에서 검은 모발과 갈색 모발이 자란 것이다. 이는 특이한 현상으로 어떤 기전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검은 모발을 기대하며 약물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효과와 안정성이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물은 인체에 해악 가능성도 높다.


요즘은 건강이 좋다. 중년은 물론이고 노년도 체력이 강하다. 다만 스멀스멀 솟는 흰 머리는 어쩔 수 없다. 다른 신체부위는 건강해도 머리카락 만은 나이를 감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흰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는다. 도저히 뽑는 것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는 염색을 한다. 그런데 인격이 성숙된 옛 선비는 흰 머리카락을 보면서 삶을 관조했다. 백발을 뽑기 보다 흰 머리카락의 연륜에 맞는 인생을 생각했다.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이하곤의 문집인 두타초(頭陀草)에 모발에 관한 글, 요백발문(饒白髮文)이 실려 있다. 흰머리카락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글로 풀이할 수 있다.


나의 흰머리는 서른 대여섯 살부터 나기 시작했다. 딸은 아버지의 두상에 있는 흰 머리를 싫어했다. 딸은 흰 머리가 날 때마다 족집게로 뽑았다. 시간이 흘러 백발이 두발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족집게로 백발을 뽑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내 나이 벌써 마흔 다섯 살이다. 문득 젊은 날인 20년 30년 전을 되돌아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양은 많이 변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내 마음과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쉽게 바뀌는 것은 그저 외모뿐이요, 바뀌지 않는 것은 마음인가 보다. 남들은 외모의 변화에 마음도 성숙했는데, 나만 그렇지 못한게 아닐까. (---)

 

내 흰 머리카락은 모두 족집게로 뽑힌다. 그렇기에 내가 보는 것은 검은 머리카락뿐이다. 나는 한 번도 늙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어릴 때의 마음이다. 마음이 성숙할 만도 한데, 바뀌지 않은 것은 누구 탓일까.
나는 이제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지 않는 게 두렵다. 앞으로는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게 하리라. 아침저녁으로 백발을 보며 마음도 성숙하게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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