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생물다양성 보고' 연천이 사는 법

사람 위에 생태계 있다...소중한 청정자원 보존 힘써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8-09 10:16:02
  • 글자크기
  • -
  • +
  • 인쇄

 

푸르고 맑은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태풍 전망대, 시야는 트였는데 시간은 멈춰버린 지 오래.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똑같은 사람이 사는데 양 쪽 2킬로미터의 터 안은 평안하지 못해 죽도록 시리기까지 하다.


이렇게 연천 땅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매일 똑같은 모습인데 우리만 걱정하고 안달을 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이름 모를 새소리마저 귀하게 느껴지는 이 곳. 문명은 비켜갔지만 문명보다 더 소중한 생태는 우리에게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7월 폭염이 난무한 날, 자연에게 받은 만큼 주라 했는데 아쉬움이 없었다는 말로 연천을 길게 생각하겠다.

 

 

△ 연천군 전곡의 금개구리 서식지. 최근 금개구리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숨죽인 땅, 숨죽인 생명…
작지만 소중한 삶의 터전 앞,
문명을 뒤로하고
상생을 배우다

 


경기도 연천은 이틀 전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오히려 조용한 일상에 파묻혀 있었다. 어디를 가나 우거진 숲이며 잘 자라는 곡식들이 풍요로운 땅일 것이라고 우리에게 약속한다. 


외지인이 많지 않아 그런지 순박하기까지 한 주민들은 욕심을 내려놓았다. 이 지역 출신이면서 자칭 ‘연천 생태지킴이’인 손은기 군(강원대학교 응용생물학과 3년)을 만난 건 행운이다. 손 군이 환경부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멤버가 되면서 알게 됐다. 


3대째 연천에 살고 있다는 손 군은 좀 고집스러울 정도로 연천의 모든 것에 집착한다. 모든 생물종을 훤히 꿰뚫고 있는 그는 특히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아마추어를 뛰어넘어 프로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 경기도 연천군의 생태계 취재를 떠나기 전   이정민 연천군청 환

경보호과 주무관, 박원정 환경미디어 편집국장,  손은기 그린기자단

 기자(왼쪽부터)가 취재 동선을 협의하고 있다.

틈만나면 채집 … 고발사진 보내와
그는 “그동안 보호종인 남생이, 가는돌고기, 묵납자루, 돌상어, 꾸구리, 황쏘가리를 보호하자고 임진강 변에 안내판을 제가 세웠는데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요”라며 이름도 생소한 어류들을 나열한다. 이어 “맹꽁이 산란장을 11년 동안 혼자 관리하고 있어요”라고 자랑하면서 “그런데 가재가 살던 두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물이 말라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려 속상해요”라고 아쉬워한다.

 


시간만 나면 탐방과 채집을 하는 그는 잡초 속에 쓰러진 생물보호종 안내판 사진을 보내오는가 하면 로드킬 위험에 빠진 뱀-이름도 생소한 유혈목이라 했다-을 안전하게 구해줬다며 동영상을 찍어 자랑을 전해온다. 그런 그가 연천 취재를 초청했고 연천군청 환경보호과 도움으로 귀중한 가치를 전하게 된 것이다.



△ 버려진 금개구리 서식지 표지판
금개구리 서식지, 사유지라서 아쉬워
우리가 처음 찾아간 곳은 손군만이 일고 있다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개구리 서식처 두 곳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금개구리가 점점 개체수가 줄었다고 걱정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첫 웅덩이서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는데 등 양쪽에 금색 줄이 선명하게 나 있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두 번째 간 웅덩이에선 많이 살았었다는 금개구리가 통 보이질 않았다. 작년에만 해도 10여 마리가 살았었다고 손군은 전했다. 아쉽게도 두 곳 모두 사유지인 농토의 물웅덩이에 금개구리가 터를 잡아 위험하다는 것은 금새 알 수 있었다. 제초제 등 농약과 비료를 살포 후 비가 오게 되면 이 웅덩이는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땅주인을 좀 만나보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다행히 농토가 크지 않아 동행한 군청 관계자에게 군에서 이 땅을 매입 후 관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보았다.


첫 번째 금개구리 서식지 옆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길 하나 사이로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가 있었다. 물거미는 1999년 천연기념물 412호로 지정됐고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고 한다. 사방으로 보호 철책이 처져 있고 안에는 갈대 등이 자라는 습지여서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빨리 달려 로드킬 많아"
지난해 농민들이 고라니, 노루, 멧돼지, 멧비둘기 등으로 입는 농작물 피해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특히 멧돼지 등은 아예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폭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기저기 피해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군 관계자의 말을 빌면 지역 특성상 포획도 맘대로 할 수 없고 출입제한지역도 많아 농심이 타들어가는 것을 쳐다만 보고 있단다. 농작물 피해신고 민원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며 앞으로 본격 수확 철이 되면 더 심할 텐데 걱정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질 않는데 이동 중에 손 군은 고라니가 로드킬을 당한 사체라며 여러 차례 알려준다. 또한 멸종위기 2급인 물장군도 길을 건너다 죽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손 군의 부친도 밭농사를 꽤 하시는데도 이 친구는 농작물 피해보다는 각종 동물들의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덧붙여 하는 말 “사람들이 차를 너무 빨리 몰아 동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당합니다.” 나와 군청 공무원은 여기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루미 대체 서식지 '평화습지원'
우리를 안내한 군청 관계자가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민통선 안의 임진강 평화습지원을 찾았다. 한낮이 아닌 오전인데도 30도를 웃도는 태양은 우리 이마를 태워버릴 기세였다. 원래 이곳은 임진강 상류의 군남댐 건설로 두루미의 서식지가 사라져 가자 대체 서식지로 만들어진 곳이다. 주차장 언저리에 빨간 느린 우체통과 두루미를 형상화한 작품이 잘 어울린다. 평화습지원은 약 2km의 둘레에 임진강 물을 끌어들여 만든 습지로 많은 동식물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올해엔 500여 마리의 금개구리를 인공 부화한 후 방사해 자라고 있단다.

 

△ 평화습지원 두루미 우체통
7월의 초목과 수풀이 워낙 많이 자라 금개구리를 볼 수는 없었지만 얼핏 보아도 금개구리가 잘 자랄 것 같은 환경조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곳엔 독사 등 많은 뱀들도 서식해 뱀조심이란 표지판이 나를 섬뜩하게 한다. 여기서 나의 걱정 한 가지. ‘그러면 뱀들이 금개구리를 다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나오는 길에 관계자가 한 말씀 하신다. “요즘 연천을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없다. 지역 주민들 중 식당 등 외부인을 상대로 생계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는 괜찮은데 정부나 언론의 지나친 안보 경각심 유도는 지역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혜의 생태자원이 잘 보존돼 있는 연천군내에 쏠쏠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평화습지원을 지나 태풍전망대에 올라가니 임진강과 함께 초록평원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북녘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다.


재인폭포- 한탄강관광지 등 유명
한때 ‘통일대박’이란 말이 회자됐는데, 통일이 돼도 이 지역은 끝까지 잘 보존돼야 한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해 본다. 이어 재인폭포와 한탄강관광지를 둘러봤다. 재인폭포는 이곳의 주상절리, 그리고 지질공원과 함께 꽤나 알려진 곳이라 한다. 특히 이곳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서식하고 있다.


재인폭포서 내려오는 길에 한탄강댐 건설공사 현장이 보이는데 막바지 공사에 다다른 느낌이다. 댐이 완공되면 재인폭포 등 주변 귀중한 생태계가 잠긴다니 그저 어떻게 봐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탄강관광지는 가족단위로 피서를 오기에 딱 좋은 곳이다. 병풍처럼 둘러 처진 절벽하며 폭포, 그리고 청정한 강물이 온통 친자연적이다. 여기에 오토캠핑장, 캐라반, 물놀이장 등 인공시설도 있다고 손 군은 자랑이다.

 

△ 재인폭포의 주상절리

 


“고대산, 전곡선사박물관, 동이리 주상절리, 동막골 계곡 등 가볼만한 곳이 많지요. 서울과 가까워 1박2일 일정이면 충분합니다.” 후에 작지만 풍요로운 연천으로 소박한 나들이를 해야겠다.

 

<글 박원정, 사진 손은기>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