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50 탄소중립 달성,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

지원 사업 종료와 예산 부족, 전문성 결여가 걸림돌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6-10 10:01:31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에도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설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32%, 건설 자재(시멘트·철강 등)에 의한 온실가스는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효과는 미미 


이렇듯 건물 부문 온실가스는 감축은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지만 관련 투자 규모는 연간 390조 원 수준에 그쳐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건물 부문이 68%에 달하며, 산업 부문 비중이 낮은 도시의 경우 건물과 수송(17%), 폐기물(10%)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 중 건물 부문 감축 목표는 32.8%에 달한다. 그러나 추진 속도는 아직 미미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는 의무화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그린 리모델링'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로 선정돼 추진됐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예산 삭감과 정책 후퇴로 동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공공 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통해 민간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히트펌프 도입 등 구체적 기술을 활용한 정책화와 함께,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 양성과 금융지원, 보조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참여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2만4천 동의 그린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나, 현실적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책 재설계 요구도 커지고 있다.

재정·제도 뒷받침 시급…정부·국회 협력 필요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국회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의원)가 주최한 것으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인 ‘그린 리모델링’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실제 과거 지역 도서관을 대상으로 한 그린 리모델링 시범사업에 실무진으로 참가했던 관계자는 “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단열, 태양광 설치, LED 교체, 창호 개선 등 최소한의 작업만 가능했고, 핵심인 냉난방 시스템 개선은 엄두도 못 냈다”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보조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취약계층 이용 시설이나 에너지 다소비 건축물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때 서울 등 중앙 공공기관 건물은 50%,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은 최대 70%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린 리모델링 절차는 ▲건축물 조사 ▲사전 컨설팅 ▲공모 및 신청 ▲설계 및 시공 ▲사후 정산의 원스톱 지원체계로 운영된다. 현재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거점 플랫폼을 통한 지역 밀착형 사업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3,470동의 건축물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대표 사례로는 에너지 자립률이 높은 어린이집과 제로에너지 인증 추진 중인 경기도 내 공공건축물 등이 소개됐다.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김준태 교수는 “현재는 자발적 참여 기반의 지원 사업이지만, 향후 점진적으로 의무화가 불가피하다”면서, “2025년 의무화 시행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진행 중이니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국민 82% 정책의 중요성 절감...정책효과는 ‘글쎄’

또한 민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 지원 사업의 종료와 예산 부족, 전문성 결여 등이 핵심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황정하 교수는 “건축물의 96%가 민간 소유이며, 이 중 84%가 1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에서의 에너지 성능 개선은 매우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민간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은 2023년 11월 종료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예산(2024년 63억 원, 2025년 53억 원)은 기존 사업에 대한 잔여 이자 지원분일 뿐 신규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민간 부문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민간 협력형 사업 추진 ▲에너지 진단 및 컨설팅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2020~2024)’에 대한 대국민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2%가 정책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으나, 실제 정책 효과는 낮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민간 부문 확산을 위한 정책 과제는 효과가 부족했으며, 정책 중심에서 산업 육성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자체와 사업 주체의 낮은 이해도 ▲전문성 부족 ▲수도권 편중 ▲예산 한계 등을 민간 그린리모델링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하며, 향후 3차 기본계획(2025~2029)에서는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자재에도 혁신 필요해

한편으로는 건축자재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재문 ㈜삼우씨엠 이사는 “노후 건축물을 그대로 둘 경우 연간 탄소 배출량이 면적당 0.037톤 수준”이라며, “이를 신축이나 재건축할 경우 에너지 효율은 개선되지만 내재탄소(건축 자재 등으로 발생하는 탄소) 증가로 인해 전체 배출량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건축 시 탄소 배출량은 기존보다 12% 증가하며, 반면 그린리모델링을 적용한 건축물은 에너지 기준으로 기존 건물 대비 약 37%, 재건축 대비 약 45%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그는 신축 건물의 내재탄소 구성 요소로는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 등이 전체 배출의 83.3%를 차지하며, 이를 EPD(환경성적표지) 인증 저탄소 자재로 대체할 경우 약 11%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건물의 경우 기존 골조를 유지하면서 내부 마감재나 창호를 개선하므로 EPD 자재의 감축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리모델링 건축물에서 목재나 식재 등의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면 내재탄소를 약 6%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며, “국내 목재 제품 DB가 부족해 해외 자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내 목재 제품의 다양화와 DB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 수행기관 역할 강화 최우선으로
 

김현기 ㈜포스코 A&C 그룹장은 건축 부문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과 ‘그린리모델링’을 꼽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2025년부터 민간 의무화가 예정돼 있으며, 비교적 이해관계가 단순해 추진이 용이하다. 그러나 그린리모델링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제도화도 미비해 “시장 안착 여부가 감축 목표 달성의 최대 변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그룹장은 2025년 이후 그린리모델링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적으로 의무화를 했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면,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전문 수행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설계 지원을 넘어, 사전·사후 실측 기반의 성능 검증과 품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린리모델링은 실제 성능 개선이 없으면 시장 확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센티브와 연계된 정책 다변화 있어야 


민간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 없이는 건물 부문 탄소중립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단순 이자지원이 아닌 다양한 인센티브와 연계된 정책 다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프로슈머 활용, 에너지 절감이 반영된 매매 우대 등도 좋은 사례이다. 또한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해 정부의 합동평가 지표에 ‘그린 리모델링 우수사례’ 항목 신설 등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로드맵 수립(Roadmap), ▲추진 조직(Organization), ▲단계별 목표(Target), ▲실행 전략(Strategy)을 담은 민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전략 수립 등을 제안한다또한 현재 여러 기관에서 분산적으로 수행 중인 그린 리모델링 관련 업무에 대해 통일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 조직 등 컨트롤타워의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