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은 모두를 위한 일
병 구분-사재기 차단 등
제도 정착 위해 완벽한 준비“
| △ 심무경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이사장 |
1년간의 시범기간을 거친 빈용기보증금제도가 2017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22년 만에 빈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상향조정된다. 그동안 빈 병을 재사용하면 새 병을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빈용기보증금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지급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심무경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을 만나 이 제도의 내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무경 이사장은 1982년부터 환경부 주요 부서에서 일했고, 2014년 센터에 들어와 올해 3월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빈용기보증금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소비자가 유리병으로 된 소주, 맥주 등을 먹고 빈 병을 소매점에 가져가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집에서 나오는 빈 병을 모아서 동네 가게에 가져다주고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던 아이들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이제 그런 풍경은 사라졌지만 빈용기보증금제도는 1985년부터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심무경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은 “새로 병 하나를 만드는데 160원정도가 드는 반면 세척해서 재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70원정도”라며 “환경적인 측면도 중요한데유리를 파쇄하거나 녹이는 재활용에 비해 재사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친환경적이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빈용기보증금제도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 40원으로 인상된 보증금은 22년째 동결 상태이다. 병 안에 들어있는 소주나 음료수 값과 다른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병 값은 그대로다. 과자 한 봉지를 사려면 소주병 한 상자를 갖다 줘야 한다. 그야말로 효용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소매점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소매점은 빈 용기를 보관할 공간 확보 문제, 직원교육문제 등 불편사항이 많은 반면 취급수수료는 턱없이 낮다. 심 이사장은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가 직접 반환한 빈 병은 전체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소비자와 소매점의 적극적인 참여를 꾀하기 위해 지난 6월 취급수수료를 인상하고 빈 용기 보관용 박스를 보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회 차원서 사재기 금지 약속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이하 센터)는 환경부 산하 민간 단체로 2013년 발족했다.
센터는 지난 1월부터 빈용기보증금제도 사업에 참여해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지급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센터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먼저 보증금 인상 차익을 노린 빈 병 사재기에 관한 대책을들어봤다.
“사재기가 실질적으로 많았는지 확인된 바 없다. 모두 전산시스템 되어있다. 하루에 나가는 병과 들어오는 병 개수가다 나온다. 들어오는 게 확 줄었으면 의심하지만 나가고 들어오는데 큰 차이가 없다.” 환경부도 기획재정부와 함께 지난달 1일부터 ‘빈 용기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빈용기보증금 인상을 앞두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재기 적발 시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신고자에게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심 이사장은 “공병상 연합회에서는 모두 문서로 사재기 하지 말자고 약속까지 했다. 도매상도 사재기는 절대 안한다고 하더라. 한 번 단속되면 치명적이지 않나. 공병상, 도매상 쪽은 사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 병 구분법 등 여러 가지 대안 준비
이 제도는 시행연도와 상관없이 해당 병의 제조 날짜를 기준으로 병에 표시된 금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래서 구(舊)병과 신(新)병 식별방법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센터는 병이 섞여 들어올 것을 염두에 두고 제조사와 식별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심 이사장은 “바코드가 바뀐다. 눈으로 빨리 파악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라면서 “라벨 색 차이를 두는 것, 병의 목에 넥 라벨을 부착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재사용 표기의 크기도 150% 확대 된다”고 밝혔다.또한 정확한 제도 정착을 위해 1차 소매점에서 구분된 병은 2차 물류센터에서 다시 확인한다. 심 이사장은 “내년 초 300명 정도를 빈 병이 들어오는 물류센터에 파견하여 소매점 등에서 신병으로 구분된 것을 전수조사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행 초기 3개월 동안 빈 병이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인력을 통한 식별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센터는 소매점연합회와 협력하여 4000개 소매점에 대한 실태조사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EPR 재활용제 부과금 등 관리업무도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소주, 맥주, 일부 청량음료 병이 대상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유리병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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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병회수기 |
겉면에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고 가정에서 분리, 배출하는 유리병은 EPR유리병으로 구분된다. 드링크제, 해외 직수입맥주, 주스병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PR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로서 생산자가 생산과 판매뿐 아니라 사용 후에 발생되는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까지 생산자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제도이다. 즉, 생산자는 제품이나 포장재를 선택할 때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되고 재활용되는 것도 고려해서 선택하도록 폐기와 재활용 의무까지 생산자가 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EPR에 해당되는 생산자는 폐기물 중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재활용 부과금을 내야한다.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법적인 의무는 생산자에게 있지만 전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 지자체, 재활용업자, 정부가 일정부분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이다. 2003년 EPR제도가 시행되면서 재활용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재활용률은 80%정도를 웃돌고 있다. 플라스틱, 페트, 캔 등 재활용제는 EPR로 구분된다. 센터는 재활용업자에 대한 지원금 관리 및 재활용산업 전반을 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재활용업체 직격탄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EPR재활용 산업이 지속적으로 축소, 하락하고 있어 센터의 고민이 깊다.
심 이사장은 “주된 이유는 유가 하락이다. 재활용 산업은 유가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석유를원재료로 삼는 플라스틱은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단가도 내려간다. 신제품 단가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의 경쟁력이 낮아진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대부분 생산자와 재활용업자가 분리돼 있다는 것.유가가 떨어져서 생산업자는 이익을 냈지만 폐플라스틱으로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재활용업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그리하여 센터는 생산자에게 재활용 분담금을 받아 재활용 업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금액은 유가 변동에 상관없이 일정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원금이 큰 힘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재활용 산업이 침체되면 결국 피해는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재활용하지 못하면 매립이나 소각을 해야 하는데 매립할 경우 캔은 자연 분해되는데 200년, 플라스틱은 500년, 유리병은 100만 년 가까이 걸린다. 소각할 경우 발생하는 독성물질 문제도 심각하다. 결국 재활용산업은 우리 삶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생산자, 정부, 소비자 함께 노력해야
이에 센터는 생산자, 재활용업자, 환경부 등과 함께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재활용업자 추가 지원금을 검토하고, 앞으로 재활용품 가치가 변동됨에 따라 유연하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데 합의했다.중요한합의점에 이른 만큼 앞으로 센터의 역할이 막중해 지고 있다. 지원금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원금과 더불어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해외 사례를 보면 페트나 유리, 캔 등도 보증금제도화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있다. 현재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25개국에서는 페트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우리나라는 이를 위해서 용기를 규격화 시키는 일, 단가 상승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PR제도는 결국 생산자가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인데 여전히 판매에만 몰두한 채 재활용의무는 얼마의분담금으로 대신하려는 모습은 제도의 의미를 퇴색되게 하고 있다. 정부 역시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한 자원순환 산업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마지막으로 심 이사장은 “한 달 후면 빈용기보증금제도가 시행된다. ‘보증금이 얼마나 한다고?’ 하는 생각으로 방관하지 말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순환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적극 참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당부하면서 “자원 순환을 위한 과제는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다시 빈 병을 든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환경미디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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