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를 보자. 아니 화장품의 뒷면을 읽자. 그린이나 유기농이라는 앞면과 다르게 온통 화학약품과 색소, 첨가물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다. 미네랄 오일, 트리에타놀아민, 소르빈산, 페녹시에탄올, 메틸파라벤 등. 주름이 펴지고 모공이 조여지며 얼굴이 환해지기 위해 과연 위의 성분들이 도움이 될까. 아름다움을 위해 독을 바르고 있지는 않은지, 화장품에 쏟은 시간과 돈이 의미 있는 행동이었는지 반문할 때가 왔다.
화장품 바르는 순서 진짜인가
“기초 4종 세트 개념이야말로 더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려는 화장품 회사의 전략이 낳은 한국형 마케팅의 소산이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진실‘이라는 책의 한 부분이다. 스킨-로션-에센스-크림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4종 세트. 하지만 이들 모두 대개 모이스처라이저(수분공급 및 수분막 형성)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도 피부에 바를 필요가 있는 제품은 클렌저와 모이스처라이저, 자외선차단제뿐이라고 말한다. 광고 마케팅에 세뇌돼 항상 과다한 화장품을 바르고 있지는 않은지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기능 없는 기능성
화장품 속설 중에 고가의 화장품은 오히려 젊은 층에 안 좋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의 속내는 기능성 화장품의 ‘기능’이 효과를 보여주고자 화장품 안에 넣은 ‘영양’이 별다른 ‘기능’ 자체가 필요 없는 젊은 층에게는 ‘내성’을 생기게 해 정작 ‘기능의 효과’를 볼 나중에는 화장품을 더욱 강하게 써야 할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을 쓰면 주름이 사라지나? “기능성 화장품 또한 화장품일 뿐이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식약청 고시기준에만 맞추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현 실태를 살펴보면 ‘기준’에 맞춘 ‘인증’이 그다지 믿음직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화장품 성분표를 보는데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실제 화장품을 사용해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도 한다. 최근에 인기 있는 각질제거 제품에는 유독 AHA성분을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 AHA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보다 피부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 AHA가 나쁜 화장품 성분은 아니지만 효과가 빨리 나타나 좋은 화장품인양 오해할 수 있게 만드는 문구는 잘못됐다. 오히려 성분비율과 부작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는 절차이다.
화장품 다이어트
더 이상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 피부를 혹사시키지 말자. 기술의 진보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 화장품에서 독성 성분을 뺄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것은 느낌 (발림성)의 차이일 뿐이다. 로션을 발랐을 때 괜찮은데 크림을 바르면 번들거리는 느낌이라면, 로션만 바르면 되고 로션을 바르면 당기는 기분인데 크림을 바르면 촉촉한 느낌이라면 로션을 생략하고 크림만 바르면 된다. 만일 로션, 크림 둘 다 번들거리는 사람이라면 에센스나 세럼 타입을 선택하면 된다. 이걸로 충분하다. 순서대로 로션, 크림, 에센스 모두 발라봐야 피부 위에서 섞이기만 할 뿐이다.
오늘부터 당장 집에 있는 화장품들로 하나씩 실험해보자. 로션이든 크림이든 에센스든 하루에 하나씩만 적용해보면 하나만 발라도 건조해지지도 당기기도 않는 제품이 있다. 그것 하나만 발라보자.
영양크림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피부는 피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피지 생성을 게을리 한다.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는 점점 더 건조해지고 당기니까 더 많은 양의 영양크림을 바르고 다시 더 건조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 과다하게 바르는 통에 흡수되지 못한 여분의 성분들은 피부에 노폐물로 쌓이고 그 노폐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방출돼 결국 피부의 노화를 부추긴다.
피부에 수분을 머물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 미봉책에 불과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건조함을 해결해야 피부에 이롭다. 그러나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말처럼 피부에는 필요한 만큼의 수분과 영양분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위한 비법은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무언가를 더 발라주는 일이 아니라 지금 있는 화장품들을 다이어트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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