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활동, 소 분뇨 메탄 85% 줄였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7-17 21: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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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쇠똥구리가 소 분뇨에서 발생하는 누적 메탄 배출량을 85%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뇨를 파고 들어가 굴을 만드는 쇠똥구리의 활동이 내부에 산소를 공급해 메탄을 생성하는 혐기성 환경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교와 서던크로스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쇠똥구리가 있는 소 분뇨와 쇠똥구리가 없는 분뇨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을 90일 동안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곤충학(Ecological Entomology)’에 ‘쇠똥구리는 소 분뇨의 메탄 배출을 억제하고 온실가스 흐름의 시간적 특성을 변화시킨다’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쇠똥구리가 있는 실험군에서 누적 메탄(CH₄) 배출량이 쇠똥구리가 없는 대조군보다 85% 적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 아산화질소(N₂O)를 온난화 영향으로 환산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18%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에서 쇠똥구리가 소 분뇨의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정량화한 첫 연구다.

연구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의 목초지에서 관찰되는 생태 조건을 모사한 중간 규모 실험장치인 메소코즘을 구축했다. 쇠똥구리가 서식하는 소 분뇨와 쇠똥구리를 배제한 대조군을 각각 배치하고 90일 동안 메탄과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및 암모니아의 배출 흐름을 측정했다.

실험에는 호주에 도입돼 정착한 쇠똥구리 4종이 사용됐다. 대상 종은 Euoniticellus intermedius, E. africanus, E. fulvus, Onthophagus granulatus로, 실제 현장에서 관찰되는 구성을 반영해 혼합 투입했다.

분석 결과 쇠똥구리가 없는 분뇨에서는 실험 6일째와 16일째에 메탄 배출량이 급격히 높아졌다. 반면 쇠똥구리가 활동한 분뇨에서는 90일 동안 메탄 배출 흐름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됐다.

쇠똥구리는 분뇨를 먹고 굴을 파면서 분뇨의 물리적 구조를 바꾼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분뇨 내부에 통로가 형성되면 산소 공급이 늘어나 메탄 생성 미생물이 선호하는 무산소 환경이 약화된다.

이는 이미 발생한 메탄을 쇠똥구리가 직접 이산화탄소로 변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뇨의 분해 경로가 혐기성 메탄 생성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호기성 분해로 바뀌면서 메탄 생성 자체가 억제되고 이산화탄소 중심의 배출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쇠똥구리가 활동한 분뇨에서는 실험 초기 14일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이 대조군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분뇨에 산소가 공급되면서 호기성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와 호흡이 촉진됐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만 놓고 보면 온실가스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메탄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단위 질량당 온난화 효과가 훨씬 크다. 연구진이 각 기체의 온난화 영향을 종합해 계산한 결과 쇠똥구리가 있는 분뇨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조군보다 약 18% 낮았다.

쇠똥구리의 영향은 곤충이 분뇨에서 떠난 뒤에도 이어졌다. 쇠똥구리 대부분은 실험 23일째까지 분뇨를 빠져나갔지만, 메탄 억제 효과와 달라진 배출 양상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연구진은 쇠똥구리가 만든 굴과 통기 구조가 분뇨 내부의 산소와 수분, 미생물 환경을 장기간 변화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호주에는 500종 이상의 토종 쇠똥구리가 서식하지만 대부분 캥거루와 웜뱃 등 토종 유대류의 작고 섬유질이 많은 배설물에 적응해 있다. 유럽인 정착 이후 소 사육이 확대되면서 크고 수분이 많은 소 분뇨가 목초지에 장기간 남아 토양과 목초 이용을 방해하고 해충성 파리의 번식지가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68년부터 1992년까지 아프리카와 하와이, 남유럽 등에서 소 분뇨 처리에 적합한 쇠똥구리를 도입했다. 서던크로스대학교 발표는 도입종을 20종 이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에서는 43종이 방사돼 이 가운데 약 23종이 정착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쇠똥구리는 분뇨를 토양 속으로 이동시켜 영양분 순환을 촉진하고 토양의 통기성과 수분 침투를 개선한다. 목초의 성장을 돕고 분뇨에서 번식하는 파리 개체수를 줄이는 생태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구 결과를 축산업 전체의 메탄 배출량이 85% 감소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수치는 실험장치 안에서 쇠똥구리가 있는 소 분뇨와 없는 분뇨를 비교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소 사육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상당 부분은 소의 소화 과정에서 트림 등으로 배출되는 장내발효 메탄이다. 쇠똥구리는 방목지에 배출된 분뇨의 메탄을 줄이는 역할을 할 뿐 장내발효에서 발생하는 메탄까지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이번 실험은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에 서식하는 4개 도입종을 대상으로 한 메소코즘 연구다. 쇠똥구리의 활동은 종 구성과 기온, 강수량, 토양, 계절 및 가축의 먹이에 따른 분뇨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 농장 단위의 연간 감축량을 산정하려면 다양한 기후와 목초지에서 추가 현장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활동성이 높은 쇠똥구리 개체군을 유지하고 필요한 지역에 전략적으로 분포시키는 것이 방목 축산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비용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인벤토리와 탄소회계에도 곤충이 매개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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