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제트기류? 요동치는 한반도 기상

기상당국 무관심에 대비책은커녕 기초연구도 미비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7-05 11: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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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모스크바보다 추운 한파가 불어 닥치질 않나.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비 없는 마른장마까지. 이 모든 것이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이변의 연속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릴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졌는데, 겨울은 더 추워지고 있다. 한반도가 온대성 기후가 아닌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고들 하는데 장마철 비는 오지 않는 이유. 한반도 이상기후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기상청의 문을 두드렸다.

겨울철 한파 주범 제트기류, 여름철 영향은?
“제트기류요? 어……. 방향을 잘못 잡으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겨울 한반도가 모스크바보다도 더 추웠던 이유가 한반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떠올라 기상청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듣게 된 첫 번째 답변. 제트기류가 한파의 원인인 것은 맞지만 여름철, 또는 한반도 전체의 이상기후와 제트기류를 연관 짓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이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유기적인 반응을 통해 나타나는 기상상황을 제트기류라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이해하려는 접근방식이 우선 잘못됐을 터였다.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시작된 기획이었던 만큼 제트기류는 겨울이 올 때까지 잠시 묵혀두어야 할 상황이었다.

2012년 이상기후보고서 북극진동으로 뒤틀린 제트기류가 주원인
그러던 기자의 손에 쥐어진 자료집 한 권. 바로 녹생성장위원회와 기상청이 발간한 2012 이상기후보고서’였다. 이 보고서가 한반도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꼽은 것은 바로 북극진동과, 북극해빙면적의 감소, 그리고 엘니뇨/라니냐다. 지금까지 이상기후의 주 원인으로 거론되어 왔던 엘니뇨와 라니냐는 해수면의 온도상승과 저하. 그런데 이 엘니뇨와 라니냐보다 한반도 이상기후의 주원인으로 먼저 거론된 것이 바로 ‘북극진동’이다.



그런데 낯설기만 한 북극진동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서랍 속에 묵혀놓았던 제트기류가 요동치듯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북극진동(AQ, Arctic Oscillation)이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북극진동이 바로 한반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제트기류를 뒤흔든 것.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이상고온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이로 인해 북극에 있는 찬 공기를 차단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라는 강풍대가 점차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북극에 차단되어있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북반구 지역에 한파와 대설이 나타났다는 것. 한반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공기를 막는 일종의 에어커튼이었던 셈이다.

제트기류가 막연히 대기권 상층의 빠른 바람으로만 생각했던 기자는 이 보고서에 삽입된 모식도를 통해 제트기류가 극지역의 찬 공기와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서 발생하는 지구전체를 휘감는 거대한 공기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북극진동, 겨울철만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겨울철 한파에만 영향을 미칠까?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겨울철에만 제트기류가 부는 것도 아닌데, 딱히 겨울철에만 제트기류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닐 터. 아무리 기상청에서 아니라고 한다지만, 겨울철 한파만이 아닌 여름철 장마전선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어쩌면 한반도 이상기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제트기류는 아닐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자 제트기류와 관련된 자료를 하나하나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관련 전문가를 수소문하고, 수소문하기를 여러 차례. “방향은 정확히 잡았지만, 답변할 사람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제트기류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된 적이 거의 없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기상청을 비롯한 여러 기상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이상기후와 제트기류와의 연관성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지만, 선뜻 전문가를 자청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간단했다. 제트기류와 관련된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된 적이 전무했기 때문. 취재과정에서 소개받은 전문가들 역시 제트기류 자체를 연구하기 보다는 오존층연구나 극지연구 등을 통해 북극진동과 제트기류를 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토네이도, 중부유럽 기습폭우도 제트기류의 변동성과 밀접한 연관성
국내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면 북미나 유럽 등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북극진동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을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떠할까? 북극진동으로 인한 제트기류의 흐름이 요동치면서 북극권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역의 대기층을 뒤흔들고 있기는 유럽이나 북미, 아시아 등 북반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10여 일간의 기록적인 폭우로 20여명이 사망한 중부유럽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제트기류를 주목하고 있었다. 북극진동으로 인해 지중해 상공의 제트기류가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알프스 북쪽으로 크게 휘어 흐르면서, 제트기류를 따라 유입된 수증기가 알프스산맥과 부딪혀 기록적인 폭우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 뿐만 아니다. 최근 빈번하고 그 위력도 막강해지고 있는 미국의 토네이도 역시, 그 원인을 강력한 제트기류의 형성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등지에서는 최근 기상이변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제트기류를 주목.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논문도 빈도를 높여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여름철 폭우를 북극진동과 연관시켜 이해하려는 연구들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년에 발간된 국토지리학회지(47권 1호)에 게재된 ‘최근 우리나라 여름철 극한강수의 빈도와 규모 변화에 관한 연구(최영은, 이한수, 권재일)’는 북극진동과 집중호우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 우리나라 여름철 극한강수의 빈도와 규모변화를 1~5일 누적강수량을 이용하여 수문기후학적으로 분석한 이 논문은 ‘많은 지점에서 연최대치계열은 전구연평균 및 봄철평균기온, 연 및 겨울 북극진동지수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엘니뇨 지수와는 일부 지점에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한반도 폭우가 엘니뇨 보다는 북극진동과 더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빙산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시베리아 대설의 원인
교란된 북극기후, 중위도 이상기후로 연쇄반응

만일 최근의 한반도를 비롯한 북위권의 기상이변이 제트기류를 뒤흔드는 북극진동 때문이라면, 북극진동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북극지역의 진동 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30년대. 하지만 이 북극진동이 북반구 전체의 현상으로 밝혀진 것은 불과 1998년의 일. 그만큼 관련 연구도 부족하고 밝혀진 것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 북극진동이 점차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은 가을철 시베리아의 폭설. 북극진동은 보통 ‘극진동지수’라는 수치로 그 정도를 표시하는데, 중위도 기압이 북극보다 높으면 양의 값으로, 북극 기압이 중위도보다 높으면 음의 값으로 표현한다.

이 북극진동 지수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계속 증가했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지난 2009년 겨울에는 무려 3주 동안 100년에 한 번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한 음의 극진동 상태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북반구 전역의 매서운 한파로 연결된 것. 전문가들은 가을철 시베리아에 평년보다 많은 눈이 내리면, 지표면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반사해 지표면 공기가 차가워져 수직파동이 활발해지고 상층부는 오히려 더 따뜻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따뜻해진 북극의 대기는 중위도 보다 압력이 높아져 음의 북극진동 상태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이 통상 1~2개월의 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가을철 시베리아의 대설량을 보면 이듬해 겨울의 한파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북극진동은 온실가스를 단죄하는 심판의 채찍
기상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아쉬울 따름

그리고 이 같은 시베리아 지역의 대설량 증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해빙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북극 해빙에서 증발한 수분은 멀지않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눈으로 바뀌고, 이는 다시 극지역의 대기 세력을 강화시켜 제트기류를 교란하고 남하시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제트기류의 뒤틀림은 인류가 무분별하게 배출해온 온실가스에서 기인한 셈이다. 어찌 보면 온실가스 감축을 재촉하는 지구의 채찍질이 바로 북극진동일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잔혹한 심판 앞에 발가벗겨 진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고의 노력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한반도 이상기후를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하지만 그 중심에 있어야할 기상당국의 적극적인 대처. 그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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