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정책에 업체들 ‘갈팡질팡’

음식물쓰레기 처리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2-12-05 15:42:01
  • 글자크기
  • -
  • +
  • 인쇄
※‘디스포저(disposer)’란 음식물쓰레기 처리 장치의 하나로 하수구에 흘려보낼 수 있게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하는 기기를 총칭한다.

특히 본지에서 언급하는 디스포저란 음식물쓰레기를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양과 상관없이 분쇄하는 기기 전체를 가리키고 있음을 밝혀둔다.

폐기처리 되던 음식물쓰레기가 국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방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음식물쓰레기 처리방법은 종량제가 유일해 보인다. 그러나 디스포저 방식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종량제와 디스포저 간 찬반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에 대한 정책, 처리방법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국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디스포저와 종량제 방식의 장단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 불법 ‘디스포저’ 허용하나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고정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예를 들어 냉장고 안에서 방치되다가 손도 못 대고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같은 경우는 국가와 가정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정책을 봤을 때 아직까지는 종량제가 유일한 해답처럼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종량제 정책을 계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환경부는 10월 15일 주방용 오물분쇄기 중 음식물을 회수하거나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고형물 기준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인증 받은 제품에 대해 10월 22일부터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디스포저에 넣은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한 뒤에 분쇄된 음식물쓰레기 중 80%는 다시 회수해서 버리고, 20% 미만을 하수로 흘려보내는 제품만 인증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관련 업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책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인증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같은 정책은 MB정부가 임기 내에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내놓은 소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눈속임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금까지 디스포저는 불법이었다. 그럼에도 업체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판매·사용되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 말만 불법이었을 뿐 특별한 단속이 없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디스포저가 판매·사용돼왔고, 심지어 전시회, TV 광고, 대형마트 등에서 버젓이 제품이 소개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종량제’ 굳히기?

그러나 이번에 개정·시행되는 ‘주방용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 고시내용에 따르면, 판매·사용금지에 대한 예외조항으로 사용자가 하수도로 음식물 찌꺼기 배출을 늘리기 위해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일체형 제품이어야 하며, 음식물 찌꺼기 회수량이나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인증 받은 제품에 한해 사용이 허가된다.

즉 이외의 제품은 모두 불법이고, 만약 판매했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사용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사용 허가를 위해서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환경부에서 정한 6개 공인시험기관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험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하며, 인증제품을 계속 판매하거나 부분적으로 구조 변경한 경우에는 다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 역시 굉장히 까다로워졌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인증절차를 거쳐 인증 받은 디스포저 제품 판매업체는 11월까지 단 2곳에 불과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허용방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업체 관계자들의 말대로 단순히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의 정책일 뿐인지, 아니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디스포저를 허용하는 첫 걸음에 해당하는지 말이다.

환경부 입장은 단호했다. 디스포저를 허용하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A 교수는 이번에 환경부에서 발표한 정책은 디스포저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A 교수는 “이는 오히려 디스포저의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으로서 지금까지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던 디스포저를 고형물 20% 미만만 내보내는 것으로 정의를 내려준 정책”이라면서 “따라서 디스포저를 방지하는 하나의 ‘고시’인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국내 정책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로 일관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법이 애매모호해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줄 정책이 필요했는데, 이번에 환경부에서 발표한 고시로 인해 현 정부의 정책이 일관된 정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종량제, 고비용→저비용으로 개선돼야

디스포저 방식은 내년 말까지 충분히 검토된 후에 완전 허용여부가 결정된다. 그때까지는 좋든 싫든 종량제로 처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종량제 정책은 잘 시행되고 있을까. 관계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에도 많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현재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비용에서 점차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현재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했을 경우 한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정액제로 했을 때 한 달에 약 1,500원 정도다. 하수도의 경우 주민부담률이 70~80% 정도 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주민 부담률이 30%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이용해 처리할 경우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사용했을 때의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적은 비용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종량제 기기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초기 투자비용의 30%를 국가에서 지원해주고는 있지만 나머지 비용을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비용을 저감하기 위해 기기설치를 가정 규모의 소그룹 단위가 아닌 아파트 단지처럼 대그룹 단위로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그룹 내에서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좀 더 확실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종량제 기기와 설치에 대한 기술개발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가스 기껏 생산해서 30%는 소각

현재 음식물쓰레기 처리정책이 이렇다면, 자원화정책은 어떤가. 당장 내년부터 음폐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정부 정책도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 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에서 음식물쓰레기는 사료화·퇴비화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자원화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유기성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사업이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사업비 7,225억 원을 지원해 22개의 바이오가스화 시설 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가스화시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유기성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사업이 폐기물 처리 및 에너지 생산 효율 면에서 타당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음식물류 등 유기성폐자원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이용하는 시설은 총 55개소이고, 총 시설용량은 하루 4만 3,424톤이며 작년 일 평균 처리실적은 3만 6,668톤으로 가동률은 84.4%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총 1억 7,391만 8,000m³으로 생산량 중 81%는 이용되고 19%는 미활용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유기성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실시한 평가에서 국내 바이오가스화기술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가 미흡하고, 개발된 바이오가스화 기술마저도 실용화로의 연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운영 중인 55개 바이오가스화시설의 폐기물 처리량 1톤당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평균13.0m³/톤에 그쳤고, 인천 송도, 공주 시설 등 2개 시설이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전량 단순 소각처리 하는 등 10개 시설이 30% 이상을 단순 소각 처리하고 바이오가스를 발전에 이용하거나 외부에 공급한 시설은 26개소, 즉 47.3%에 그쳤다.

이처럼 바이오가스의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의 협조 부족, 국내 여건에 맞지 않는 외국 기술 도입, 운영·관리 미흡으로 인한 에너지 회수효과 저조 등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바이오 가스화시설의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동대문 환경자원센터의 경우 퇴비·사료 수익이 전혀 없고, 음폐수의 육상처리로 퇴비화·사료화시설의 처리비가 상승한다고 가정한 경우에도 그 방안보다 톤당 처리비용이 5만 원 이상 높았다.

시설운영 놓고 전문가·운영자 엇갈린 답변 내놔

국회예산처는 바이오가스화 기술개발 및 시설 설치·운영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부의 바이오가스화 기술개발(R&D)에 대한 투자(지원)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약간 비효과적’이라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라는 답변이 33%, ‘매우 비효과적’이라는 답변이 15%, ‘대체로 효과적’이라는 답변은 6%에 그쳤다.

또 현재 유기성폐자원 바이오가스화시설의 운영 및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전문가들은‘불량하다’는 답변이 20%, ‘약간 불량하다’는 답변이 46%,‘보통’이라는 답변이 28%로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설운영자들은 ‘매우 양호하다’는 답변이 15%, ‘대체로 양호하다’는 답변이 50% 등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인 것으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또 시설 운영 및 관리는 어디서 담당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는 전문가들과 운영자 모두 전문 업체위탁이 적절하다는 데에 많은 동의를 보냈다.

음폐수 처리, 공공은 과잉보호-민간은 완전방치

음식물쓰레기 처리 관련 업체들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이 이원화돼 있으며, 정부지원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을 보면 국가예산을 막대하게 투입하는 반면 민간시설은 지원이 전혀 없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 먹는 하마처럼 국가예산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공공시설은 별다른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다 예산낭비가 극에 달하는데, 정작 투자한 시설에서 처리비를 회수해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시설은 더욱 악착같이 기술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자원화하기 시작할 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민원이 많이 발생했고, 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민간에 위탁허가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민간위탁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가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을 민간에서 스스로 민원문제를 조정하고 맞춰가다 보니 정부는 비용과 시간, 행정력을 아낄 수 있었다.

또한 지자체가 이러한 위탁처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입찰제를 동원하게 됐고, 민간은 과다경쟁으로 치닫게 됨에 따라 12만 원이던 처리비용이 7만~8만 원으로 대폭 하락해 수익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즉 정부쪽의 공공시설은 지나친 지원으로 낭비가 극에 달해 기술개발이 정체됐고, 민간위탁 처리시설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어 저가입찰제도로 운영됨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는커녕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등 결국 어느 쪽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실적의 장벽 앞에 무너지는 중소기업

문제는 지원이 없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실적을 중시하는 국내 정책에서 실적의 장벽에 부딪히는 중소기업이 살아남기에는 그 장벽이 너무 거대해 보인다. 이러한 바이오가스화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사업의 평가 및 성과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또한 환경전문기업의 환경시설 공사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사실적 요구 등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환경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지자체·부처간 협력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민간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지방 재정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가
스화시설 설치에 대한 장기 융자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민간 간 균형 맞춘 정책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자원은 폐기물이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도 이제는 자원화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국내 민간업체가 음식물쓰레기를 100% 자원화 하는 기술까지 개발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을 조금 더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민간이 가진 무한한 창의성과 기술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방법은 공공과 민간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갈 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은 공공대로 필요성이 있으니 육성해야 하며, ‘민간 일은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라
고 방관하는 것이 아닌 ‘민간은 민간대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디스포저와 종량제 간의 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정책은 위 내용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 관련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면서 “무엇이든 좋으니 확실한 정책을 내놓고 일관되게 운영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어떤 방식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쫓아갈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범사업과 검토 작업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좀 더 확실하게 자원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정책이 아닌 국민과 업체 모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 위해 누구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