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우려가 현실로

-매몰지에서 시작될 무서운 환경재앙의 경고-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1-04-04 2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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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 국회의원(인천 부평을) / 환경노동위간사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구제역이 불과 3개월 만에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 10개 시·도 71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약 6,000여 농가에서 소 15만두, 돼지 320만두 등 총 336만두를 매몰했고, 인천의 경우 계양구, 서구, 강화군 64개소에서 총 22,900여두를 매몰했다.

구제역이 단기간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였고, 겨울 한파도 심해 방역과 긴급매몰에 고생한 일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방역과 긴급매몰로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침출수 등으로 인한 제2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있고,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침출수 문제이다. 2001년 대규모 구제역이 발생한 영국 통계청 자료와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청 자료를 바탕으로 침출수 발생량을 산출한 결과 구제역 매몰지에서 6,240만L 이상으로 예상된다. 500ml 생수병에 담을 경우 전 국민에게 2.4개씩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사태가 이렇듯 엄중한데도 정부의 대책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지난 2월 15일에 환경부는 지자체 담당자들과 부랴부랴 침출수 대책 회의를 처음으로 가졌고, 이틀 뒤 ‘가축 매몰지 침출수 처리방법’이란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고 한다. ‘가축매몰지환경관리지침’에는 침출수가 발생하면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양성으로 확인되면 소각하고, 음성일 경우 밀폐된 수거차량를 통해 축산분뇨처리장 및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에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는 이러한 바이러스 검사를 생략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워낙 침출수량이 많고 이를 검사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 구제역 매몰지 현장과 언론에서는 연일 허술한 매물처리로 핏물이 유출되어 상수원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사지나 하천 인근 매몰지의 경우 날이 풀리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서는 “침출수는 효과 좋은 퇴비가 될 수 있다”, “과학적 근거 없이 괴담이 돌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경오염을 철저히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침출수를 퇴비가 아닌데도 퇴비처럼 사용하는 매몰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실례로 소 100여 마리를 매몰한 매몰지에서 약 6톤의 침출수가 나왔는데, 침출수를 톱밥과 생석회로 소독한 뒤 매몰지에 다시 메웠다고 한다. 혹여 비가 오면 흙 속에 있던 침출수가 그대로 흘러내릴 것이 뻔하다. 이것이 현재 매몰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 현실이다.
의원실에서 입수한 가축 매몰지 현황카드를 참고해 보면, 일부 부실 작성한 카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매몰지의 상세 주소와 함께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용한 위치도, 농가주 성명, 연락처, 책임관리자 및 매몰 과정을 담은 사진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 측에서도 이런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매몰지를 발굴할 때 매몰기간인 3년이 지나면, 아무런 조사 없이 발굴이 가능한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조만간 매몰기간 연장을 비롯하여 발굴시 거쳐야 하는 환경검사 등을 정비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침출수만이 아니다. 침출수 문제는 오히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모두 매장해야 했던 축산업자들과, 살아있는 가축을 산채로 묻으며 정신적 충격을 받은 방역 요원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또, 구제역을 예방한다며 수십일 간 24시간 살포한 소독약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구제역으로 인해 연말연시 장사를 제대로 못한 소상공인들과 매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는 과연 누가 어떻게 보상하고,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가?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사태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슬픔이다. 매몰지는 3년간 발굴이 금지된다. 3년간 그 매몰지를 바라보며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정부와 관계기관, 우리 모두가 마음과 지혜를 모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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