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태의 시집 ‘동시대인’-
김혜태의 시는 참 쉽다. 작가의 후기에서처럼 어렵게 쓸 수 있는 재간도, 요령도 없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은 그가 많은 현대시들이, 특히 실험시들이 시도하고 있는 난해하고 기교적인 기법과 표현들을 고의적으로 차단하였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의 시는 담백하다 못해 순진하다. 음식으로 치면 기름기가 모두 빠져버린 베이컨이나 향신료를 쓰지 않은 무 무침 같다. 해석을 읽지 않으면 의미를 이해하기도 배경을 파악하기도 힘든 그래서 시쳇말로 있어 보이는 현대시의 주류에서 그의 시는 확실히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그의 표현대로 시가 진화하는 속도를 그가 따라잡지 못하였다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맞다. 그러나 그는 관용의 범위보다 더 크게 너울져 있는 현학과 난해성에 도전하고 있으며, 인식보다 더 깊게 뿌리 내리려는 실험에 고의적이지는 않지만 시비를 걸고 있는지 모른다.
거듭 말하지만 그의 시들은 쉬우면서도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그의 시의 전부는 아니다.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가 않다는 의미이다. 평범한 용어와 구성이지만 행간까지 뒤져 보고 나가게 만드는 어떤 체류유인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공학을 공부한 사람의 시이고, 그의 시세계가 시류를 외면하고 있다는 일부의 세평을 곧이곧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 가지 사실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의 시는 그렇기 때문에 이제 가장 진화한 현대시들의 위치와 대척점에 서서 다시 돌아올 시류의 기준점은 아닐지라도 방점은 충분히 될 것이라는 것이다. 수천 년을 흘러온 강물들이 한 번도 같은 방식으로 흐른 적은 없겠지만, 그 흐름의 바탕이 어떻게 십수 년 만에 변할 수 있는가 하는 그의 시에 대한 지조론은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분명 존중할만한 구석이 있다.
김혜태의 시집,「동시대인」에 실린 75 수의 시들은 하나 같이 작가의 독특한 발상이 제공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 시 속에서 천연덕스러움으로 감춘 현대사회의 구석진 세포들 속의 깊은 고독까지 감지할 수 있어 그야말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김혜태 (金慧泰)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화학공학, 환경공학, 무역학을 전공하였으며
건국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동인지 ‘0.599’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장편소설《시간 속의 섬》(도서출판 푸른숲)과
환경공학도서《엔트로피와 리싸이클링》
(수자원환경신문사)등을 지었다.
현재 한국환경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het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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