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역사-① 바로크와 근대

조각과 회화의 차이점 뚜렷하지 않아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10-04 12: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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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시간의 선적인 흐름으로 보자면 르네상스가 쇠퇴하고 16세기 후반을 지나 다음 세기에 접어들어 가톨릭개혁의 도구로 떠오르게 된 양식은 일부 매너리즘과 바로크이다. 매너리즘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가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르네상스 미술이 이성적인 미술이었다면 바로크 미술은 감성적인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르네상스 시기에는 정적이고 이상화된 것을 추구했다면 바로크 시대에는 동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보여준다. 바로크는 크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4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서 확산되었는데 이번 호부터 조각의 역사 시리즈 첫 번째로 이탈리아의 바로크 조각에 관한 이야기부터 꺼내려고 한다. 글/신소정

베르니니, 뛰어난 공간 배치로 무대 위 작품 연상케
바로크 미술은 16세기 말엽 로마에서 출현했다. 회화부분에서 카라바조, 카라치 등 주옥같은 작가들이 존재했다면, 조각에서는 베르니니의 명성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잔로렌초 베르니니(Gianlorenzo Bernini, 1598-1680)는 17세기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티칸의 타원형의 열주와 광장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베르니니이다.
바로크 미술에서는 조각과 회화의 차이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바로크 시대의 조각과 회화는 건축과 결합하면서 연극 무대와 같은 복합적인 환상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연극 무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베르니니는 건축과 조각 그리고 회화를 연결시키면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산타 마리아 델라비토리아 교회의 예배당에 설치된 <성 테레사의 황홀경>은 베르니니가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여 제작한 걸작이다.
가톨릭개혁 당시 스페인의 성녀였던 테레사는 꿈속에서 천사가 자신의 가슴에 금으로 만든 불타는 화살을 꽂는 경험을 했다. “그 고통이 너무나 심하여 나는 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무한정한 달콤함을 느끼면서 그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의 영혼이 어루만져 주는 가장 감미로운 애무였다.”이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극적인 희열을 느낀 성녀 테레사의 모습에서 육체적 사랑과 영적인 사랑이 맞물려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테레사는 몽상적이고 환영적
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테레사와 천사의 위쪽에서는 빛의 상징인 성령의 비둘기로부터 금빛 빛줄기가 내리고 있다. 그러한 빛과 공간이 무대적인 공간을 이루면서 바로크 미술의 종합예술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테레사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벽면에는 실제로 발코니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 마치 연극무대를 보듯이 조각 작품을 배치하였다. 이것이 베르니니가 공간예술가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베르니니의 흔적은 교회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댕, 주물러서 만드는 덩어리의 소중한 리얼리티
베르니니 이후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던 작가는 바로 로댕이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은 인상주의 시기의 작가로 조각의 개념을 재정립한 인물이다. 계몽주의의 등장과 근대 미술의 시작은 그 흐름을 같이 하는데, 조각에 있어서 근대적인 면모는 로댕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조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대좌를 없애버렸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리나라에 있는 로댕 갤러리에 가보면 그의 몇몇 원작을 볼 수 있다. 물론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아니라 똑같이 찍어낸 여러 에디션 중 하나이지만 원작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화가들 이 습작을 그리듯이 그는 수차례 연습을 한 뒤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로댕에게는 주물러서 만드는 덩어리 자체가 가장 소중한 리얼리티였다. 가장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청동을 광택으로 처리하여 격렬하게 엉긴 표면이 변화무쌍한 빛의 반사를연출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지옥의 문>이라는 미완성된 대규모 작품의 일부로 구상된 것이었다. 심오한 표정과 자세는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며, 부드럽고 섬세하지는 않지만 표정과 함께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미완성의 완성(unfinishedness)'을 줄기차게 고집함으로써 기계적인 복제의 차원으로부터 벗어나있다.
완벽하게 딱 떨어지거나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해온다.마치 인상주의 회화에서 화가의 힘이 담겨 있는 붓질이 그대로 드러나듯이 로댕의 조각들에서도 로댕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파리에 있는 로댕 박물관에 가보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에서부터 실물크기의 작품까지 굉장히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지옥의 문>이나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해 많은 로댕의 조각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것이 청동이었지만 로댕의 대리석 조각들 또한 높이 평가된다. 차갑고 하얀 대리석의 돌덩이는 로댕의 손을 거치면서 한없이 부드럽고 살결이 만져질 듯하게 변한다.
그의 대리석 조각들은 신화 속 인물들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입맞춤>과 같은 작품에서는 로댕의 연인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함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의 러브스토리가 엿보인다. 클로델은 로댕을 사랑했지만 차마 자신의 부인을 외면하지 못한 로댕으로부터 끝내 버림을 받았다.

<다나이드>에서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물통에 물을 채워야 하는 다나이드의 슬픈 운명과 절망적인 모습이 절실히 느껴진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조각의 대상이나 주제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신성한 종교적 주제를 표현한 것부터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등 건축과 분리된 이후 조각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왔고 현대미술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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