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관의 인삼이야기

건국대학교 의료생명대학 생명과학부 김 시 관 교수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03-03 10:04:15
  • 글자크기
  • -
  • +
  • 인쇄
고려인삼의 식물학적 특징

고려인삼은 오가피 혹은 두릅으로 알려진 식물인 오가과에 속하는 다년생 숙근초(宿根草,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식물)로서 야생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자란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인삼 속(屬)에는 북미의 서양삼과 중국의 전질삼, 일본의 죽절삼 등 9종이 알려져 있으나 경제작물로서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종은 고려인삼과 서양삼 2종에 불과하다. 고려인삼의 자생지는 한반도로서 현재는 주로 중국의 동북삼성(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과 한반도에서 인공 재배되고 있는 고가의 한약재이다. 원래‘인삼(人蔘)’이란 사람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고려인삼만이 인삼이고 다른 나라 삼은 사람의 모양을 닮지 않으므로 그냥‘參’ 이라고 불러야 한다. ‘高麗人蔘’의 한자 이름에는‘參’자에‘풀 초 변’을 씌워 생약재 중의 왕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서 그
만큼 귀중하게 여겼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리고‘蔘’즉 중국어로‘sen’으로 발음되는 삼은‘essence (精: 진수, 본질)’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蔘’이란‘三’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며 이는‘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사람(人)’ 의 三位一體라는 의미이다. 또한 삼이란 고대로부터 동양에서는 쪼갤 수 없는 완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원 유래로 볼
때 인삼은 사람 모양을 한 완벽하고 좋은 생약의 왕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고려인삼의 학명(scientific name)은“Panax ginseng C. A. Meyer”로서“Panax”란 그리스어인“panacea (만병통치약)”에서 유래되었으며 C. A. Meyer는 최초로 고려인삼에 학명을 부여한 러시아의 과학자 Carl Anton Meyer에서 유래된 것이다. 일부 한국 소비자들 가운데는 고려인삼이 어디에 좋다고 이야기 하면 마치 식상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사람
도 있다. 그러나 2,200년 전 중국 한나라의 한의삼서 즉, 황제내경, 상한론, 신농본초경에 인삼에 대해 기록된 것을 보면 그 역사는 적어도 2,200년이 넘었음을 알수 있다.
게다가 인삼의 가격이 금값을 능가할 정도로 비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약효의 뒷받침 없이 수천 년간 한약재 가운데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겠는가? 산삼의 경우는 더욱 고가여서 수백년생의 경우는 금값의 수십~수백배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이 과연 희소성만으로 형성되었겠는가? 역사적 관점에서 본 고려인삼 인삼은 과거 수천년간 사람이 복용하여 우리 몸에 좋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즉, 임상경험을 통하여 그 효능을 입증 받아 수천년간 한약재 가운데 왕 중의 왕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이다. 현대 과학적으로 의약품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동물실험을 통하여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다음 소규모의 임상실험을 거쳐 시장에 판매하게 된다.
최근 개발되는 의약품들을 보면 시장에 나왔다가 불과 1년도 안되어 부작용이 있거나 사람에게 있어 약효가 별로 신통치 않아 슬그머니 사라지는 약들이 많다. 그런 반면 고려인삼은 국가와 연령 및 문화를 초월하여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인삼과 같이 귀중한 전통약물이 잘 자라는 땅에서 태어났음을 다행으로 받아들이고 고려인삼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산 제품이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5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는 유일한 상품이 고려인삼인지도 모르고 있다. 參이란 용어를 최초로 언급한 서적은 전한 시대(BC 202년~AD 8년) 사유가 저술한 급취장(急就章)이며 한약재의 처방약으로 제일 먼저 언급한 책은 후 한시대(AD 25~220년) 장중경이 저술한 상한잡병론(傷
寒雜病論)이란 고대 중국의 의학 서적이다. 상한잡병론에는 총 113개 한약처방이 있으며 이들 처방 중 무려 18.6%인 21개 처방에 인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인삼이 질병의 예방과 치유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 실제로 전해 내려오는 최초의 인삼에 대한 기록은 고려 숙종 시절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신라 진평왕 때인 627년, 성덕왕 때인 723년과 724년 2차에 걸쳐 당나라와 산삼을 거래한 내용이 있다. 인삼의 효능에 관하여 가장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의서는 세종 15년인 1433년 유효통에 의해 집필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이다. 본
의서에는 인삼의 약성이 미감, 미한, 미온, 무독하다고 되어 있으니“인삼의 맛은 달고 약간 차면서 따뜻하며 독이 없다”라는 뜻이 되겠다. 2009년 7월 31일 UNESCO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조선 광해군 10년, 1610년 허준 저술)에는 인삼의 약성을“미온, 미감, 무독하다고 함과 동시에 오장의 기가 부족한 것을 치료하고 정신과 혼백을 안정 시키며 지혜를 좋게 하고 허를 보하며 폐의 가래를 멈추게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동의보감은 당시까지 주로 중국에 의존해 오던 한의학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향약을 집대성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조선의학을 하나의 독립된 의학 즉 동의라고 하였던 것이다. 동의보감은 의학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UNESCO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책이므로 한국 사람은 누구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에 있어 고려인삼이 언제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확실치 않다. 일본에서는 고려인삼을“오다네닌징(御種人蔘, 막부에서 하사하였다는 뜻)”이라 부르며 단순히 닌징(홍당무)과는 뜻을 달리한다. 일본 춘추 전국시대 8대 군주인 요시무네(吉宗)에
의해 고려 인삼재배가 장려되었으나 그들에게는 종자발아 기술이 없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당시 전쟁에서 체력과 건강 유지를 위해 장군들이 복용하였으며 특히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자로 악명 높은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고려인삼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복용하였다고 한다.
한의학 서적에 기록된 고려인삼의 효능을 요약하면 “소화 관련 5장기와 신경계를 보하고 혈액순환과 뇌기능을 개선하며 해독 효과가 뛰어나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볍고 장수한다”라는 의미가 되겠다. 고려인삼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서적은 일제 강점하인
1934년~1940년까지 무려 7년에 걸쳐 조선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편찬된 전편 7권으로 구성된 인삼사(人蔘史)가 있으나 이 책은 매우 귀하여 현재 국내에 극히 제한 된 부수만 남아 있다. 이 책에는 인삼의 이름, 인삼과 관련된 정책, 재배, 효능, 거래, 인삼 사상 및 기타 사항을
총망라하여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되어 있으며 이러한 대작을 발간한 것을 보면 우리는 당시 일본인들이 고려 인삼을 얼마나 귀중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본 책자는 1978년 전매청 산하의 고려인삼연구소가 창립되었을 때 연구소 연구원들이 많이 참고로 한 서적으로 초기 인삼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하겠다. 고려인삼의 효능에 대해 현대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학자는 러시아의 약리학자인 Brekhmann 박사이며 활성성분에 대해 최초로 연구 발표한 학자 역시 러시아의 Davidow이나 제대로 결실을 맺은 사람은 일본 동경대학 약학대학의 Shoji Shibata 교수이다. Shibata 교수는 인삼 사포닌을 박층크로마토그라피 상에서 전개되는 순서에 따라 ginsenoside Ro, Ra, ~ Rh라고 명명하
였으며 이 이름은 현재 인삼 사포닌을 나타내는 전문용어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일본인 학자는 Shibata 교수외에도 100명 정도에 이르나 몇 분만을 소개하면 오사카대학 총장을 역임한 Yamamura Yuichi (山村雄一), 일본 도야마 의과약과대학장을 역임한 Akira
Kumagai(熊谷朗) 교수가 대표적이며, 이분들은 각각 일본약용인삼연구회 1, 2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고려인삼의 약리활성성분은 물론 효능 규명에도 많은 공헌을 하였다. 학자 외에도 고려인삼의 연구 발전에 기여한 분은 일한고려인삼의 진곤림 사장으로서 지금은 연로하여 현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진사장은 1983년부터 1999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일본 인삼연구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함과 동시에 3월에는 일본
Kobe에서 연구 발표회를 가졌다. 저자도 수차에 걸쳐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으며 당시 젊은 나이였던 나는 발표장의 진지한 분위기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진사장은 그간 연구지원한 결과를 총망라하여 2000년 총 5권의‘약용인삼’이라는 책을 편찬하고 은퇴하였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