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확보를 위한 힘겨루기

팔당용수수리권 분쟁현장을 가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03-02 17: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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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용수수리권 분쟁현장을 가다

물은 모든 생명과 직결되는 귀중한 자원일 뿐 아니라 문화와 과학과 산업의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중요 재원이다. 20세기가 석유분쟁의 시대였다면 우리가 직면한 21세기는 바로 물로 인한 분쟁이 가장 크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물과 인간의 생명을 따로 분리해서 논할 수 없을 만큼 물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9년 UN이 정한 <제 7회 세계 물의 날> 슬로건이“우리 모두는 강 하류에 산다(everyone lives downstream)”였다. 이 슬로건의 의미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 간, 지역 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 분쟁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세계적인 물 분쟁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 역시 산업의 발달과 도시의 광역화, 인구의 증대,환경과 수질 오염으로 인해 국지적인 물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상하류 지역 간에 수자원확보 및 수질 보호를 위한 지역 물 분쟁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 분쟁 사례는 낙동강 유역에 조성되어 있는 위천공단 에서 발생한 지역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위천공단이 들어서며 발생한 물분쟁 문제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확대 되었으며, 범정부차원의 종합 물관리 대책과 관련법이 마련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자원을 관리하는 조직까지 새롭게 발족시켰지만 낙동강을 둘러싼 상하류 지역 간의 갈등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번 취재 대상인 된 팔당용수 수리권 분쟁 역시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물 분쟁 사례다. 팔당호의‘용수 수리권’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경기도 7개 시군과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한국수자원공사를 찾아가 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1973년 수력발전을 위해 완성된 팔당댐에는 총 저수량 2억 440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팔당호가 만들어졌으며, 이 팔당호의 물이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의 7개 시군,인천시민들의 소중한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팔당댐은 각각의 관리주체가 다른 매우 복잡한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수력발전을 위해 건설된 댐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에서, 팔당댐 안에 가두어진 용수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팔당호 용수의 수질관리는 해당 지역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다중적 관리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바로 물의 이용과 부담 비용, 편익에 상반되는 각 단체들 간의 이해관계다. 팔당용수 수리권 문제는 해당 각 지자체 별로 사안과 내용이 다른데 정리해보면 표1과 같다.
표1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팔당호라는 하나의 취수원을 둘러싸고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주장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두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다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법정 소송으로까지 확대가 되었으며, 2010년 현재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각각의 소송에 대해 서로 다른 결과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2참조)
서울시는 2004년 4월부터 기득수리권 총량을 제외한 물 값을 수자원공사에 납부하고 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기득수리권 총량은 219만6000톤(일)이지만, 수자원 공사는 실제취수량인 146만1000톤(일)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나머지 미 사용량에 대해 다른 취수장으로의 통합이나 이전을 요구하였고, 수자원공사가 이를 거부하므로 인해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이 문제가 댐용수료 미납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게 되자 수자원공사는 2005년 9월7일 서울시를 상대로 미납금 115억원을 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시는 충주댐 건설비 5551억원 중 댐용수 사용료의 법정징수 한도액이 795억원인데도 수자원공사가 그동안 2877억원을 불법 징수했다며 소송을 제기 (2007년 11월29일)해 2010년 현재 대법원에 이 두 사건이 계류 중인 상태다. 서울시를 비롯한 팔당용수 사용 지자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분쟁 요인이 기득수리권에 대한 문제 제기다. 현행 수리권은 민법에서 규정된 공유하천용수권(관행수리권), 하천법의 하천용수점용권(허가수리권), 하천법과 댐 건설 및 주변 지역 지원에 대한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 댐 사용권으로 분리가 된다. 수리권의 일반적인 해석은 하천의 물을 관개, 발전, 수도, 선박 통행 등의 목적으로 계속하여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말한다. 물이 권리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자동차,건물, 토지 등 일반 물건에 붙어있는 물권과 다를 것이 없다. 이번 물 분쟁에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위에 명시된‘기득수리권’의 권리 주장한다. 반면, 수자원공사에서는 댐에 저수된 물은 기본적으로 댐 용수이므로 이를 사용하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분쟁의 초점은 기득수리권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가 하는 범위의 문제가 해결점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광역자치단체는 기득수리권을‘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법률(이하 댐법)’35조1항 본문과 단서조항에 따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물’로 해석하고 있다. 기득수리권을 주장하는 인천시 같은 경우는 1986년 준공된 충주댐의 준공 이전부터 팔당원수를 취수원으로 사용했으므로 인천시에 광역수리권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을 한다. 특히 인천광역시는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인근에 큰 강이나 호수가 없어 상수용수 확보 조건이 전무한 실정이며, 그로 인해 용수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자체에게는 당연히 댐 용수의 기득수리권이 큰 문제로 대두가 되며, 수리권 관련 분쟁에 뛰어들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수리권에 대한 문제는 물에 대한 사용권을 의미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권리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수리권은 수요에 따라 그 권리를 조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미국이나 일본, 독일, 이스라엘 등의 공통적인 동향도 수리기득권에 대한 축소와 허가제로 정책이 변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물을 사용 할 수 있는 권리가 어느 지역이나 기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권리로서 개념화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천상수도 사업본부 박영길 생산관리팀장)
기득수리권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던 인천광역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협의를 시작하였고 표3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인천광역시의 수돗물 생산비(원재료 구입비 포함)는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소비자 물값은 6대광역시 중간 정도입니다. 결국 원수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도시설에 재투자를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연간 예산의 34%가 원수구입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시설 재투자라든지 기타 노후된 수도사업 부분에 재투자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죠. 특히 작년에 시행된 구조 조정만 해도 이런 맥락 차원에서 1200여명의 직원을 800여명으로 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관리해야 하는 수도시설이나 용량은 그대로인데 인원만 크게 줄인 셈이지요. 결국 이 얘기는 다른 부분을 슬림화해서라도 시민들이 쓰는 수돗물 공급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의지라고 보시면 됩니다.”(인천상수도사업 본부 박영길 생산관리팀장)
팔당용수수리권문제의 두 번째 분쟁 요인은 경기도에서 주장하는 팔당호 수질 개선 문제에 수자원공사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고 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경기도는 팔당호 지역주민의 재산권 행위 제한과 수질개선을 위한 비용 분담금 증가 등을 내세워 수자원공사 측에 위와 같은 요구를 하였고, 수자원공사 측에서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원만한 타결이 이루어지는 듯 하였으나, 그 후 수자원공사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2010년 현재 팔당수계 경기도 7개 시군이 공동으로 물값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값 거부의 주원인은 수공이 물값은 받아가면서 팔당호 수질개선에 대한 지원이나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양평군은 수질 보호와 개선을 위해 각종 규제를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고 특히 중복규제가 심각한 지역입니다. 규제는 심하게 하면서 물값은 다 받아 간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규제를 받는 만큼 용수료 면제라든지 감면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분쟁에 대해서 저희 양평군은 경기도와 수공의 최종 합의사항을 따를 것입니다. ”
(양평군수도사업소 김석만 수도운영팀장)
경기도가 댐용수료 납부를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자원공사에서 징수하는 물 사용료가 팔당댐이 아닌 다른 댐의 건설과 유지관리비용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며, 팔당호를 관리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팔당호의 물에 대해서 소유권과 사용권이 있는데도 오히려 수자원공사에 물값을 내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기도의 주장을 달래기 위해 수자원 공사 측에서는 팔당호 수질개선 시범사업비로 50억원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고, 팔당호 수질개선 수공 참여방안 연구 용역비로 2억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수자원공사가 제시한 이런 해결 방안들이 1회성 지원이므로 팔당호의 수질 개선에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을 했으며, 팔당호 수질관리일원화를 이루려는 당초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기도는 팔당호 수질 개선에 수자원공사의 계속적인 참여와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댐용수 사용료 면제나 지역 수리권 확보를 위한 정책개발과 관련법령 개정을 위해 전략적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의 설립취지를 살펴보면 수질관리가 우선이지 수량관리가 주목적이 아닙니다. 맑은물 공급에 대한 책임도 수공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공측 에서는 팔당호의 수질관리를 위해 별로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범사업으로 팔당호 수질개선에 수공의 참여 방안을 찾아내자는 취지로 경기도와 수공이 공동으로 용역을 하기로 했던
것인데 수공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부터는 이런 공동사업들이 모두 멈춰서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경기도의 입장은 수공과 경기도가 서로 윈-윈 하는 것입니다. 소송을 하거나 싸우기 보다는 원만한 해결책이 찾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은 서로 사돈집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나 할까요.”“기득수리권에 대한 문제는 경기도가 매우 불리한 실정입니다. 서울은 일제 강점기부터 수도가 있어서 팔당호에 대한 기득수리권이 있었는데 경기도는 도시화가 늦게 되는 바람에 기득수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현실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만들어진 수리기득권만을 이야기할게 아니라 새롭게 바뀐 상황에 맞게 새로운 기득권 개념으로 재정립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경기도가 받고 있는 물관리 규제는 20여개가 넘습니다. 물 관리 규제를 풀자고 하면 결국 상수원 오염이 문제가 되겠지요. 상수원이 오염된다는 것은 결국 마실 물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규제완화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결국 경기도는 수질관리에 대한 비용 부담과 중복된 규제로 인한 개발제한, 수리기득권이 없어서 부담 해야 하는 댐용수 취수료 부담까지 3중고를 안고 가고 있는 실정 입니다.”(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 이일용 상하수행정팀장)
위에서 보았듯이 팔당호를 둘러싼 각 지자체의 주장은 확연하다. 그렇다면 물 관련 분쟁의 당사자인 한국수자원공사의 입장은 과연 어떤 것일까?“물값징수권 이관을 요구하는 것은 수자원공사의 사업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수자원공사가 물을 공급하는 것은 상류에 다목적댐을 건설해서 하류로 물을 흘려 보내며 물값을 받는 것인데, 그 댐 용수는 국가로부터 설정을 받은 물량을 가지고 용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팔당호 같은 경우는 원소스가 소양강댐, 충주댐이 되는데 경기도의 논리로 따지자면 그 물의 원천이 되는 다른 지자체들도 모두 물값징수권을 갖겠다고 요구할 것입니다. 원래 댐 용수료를 징수하는 근거는 댐 상류에 만들어진 댐의 건설비, 유지관리비, 신규댐 건설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물값을 징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목적댐에서 취수를 하지 않고 댐에서 방류를 했을 때 하천에서 취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값징수권 이전을 주장한다면 강에 인접해 있는 지자체는 모두 그런 주장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근본적으로 국가 물 관리 정책 내지는 틀이 전부 붕괴될 것입니다.”“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서도 경기도 지역 국회 위원님들 중심으로 두 번의 물 관련법 개정 제안이 있었습니다. 국회상임위원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심의가 있었는데 각 위원회 위원님들은 경기도의 주장에 일리가 있더라 하더라도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다른 지역도 문제가 된다는 우려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현행대로 단일 요금제 틀을 유지해야 하며,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드리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개진되었었습니다. 이런 물 관련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 유보가 되어 있는 상태 입니다.”“저희 수공의 진정성은 경기도나 각 지자체에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기도와는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경기도가 팔당댐을 다목적댐으로 변환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저희 수공의 권한 밖이라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만약 경기도나 국가가 정책적으로 팔당댐을 다목적댐으로 변환시킨다면 경기도와의 관계가 새로운 설정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지금의 물관련 분쟁을 풀기 위해서는 현행 물관리 제도의 개선이나 변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는 법적인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루어지면 각 관련 기관들 간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김재희 수자원경영팀 차장)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이번 팔당용수수리권 분쟁관련 사건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물은 하천 유역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하천 유역 밖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생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최근의 물 관리 철학으로‘하천은 육지의 핏줄과 같은 것으로 건강한 환경계가 유지 되기 위해서는 유역과 수역, 그리고 상류와 하류가 통합관리되어야 한다’는하천유기체론(StreamHolism)이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으면서 유역통합물 관리제도나 정책들이 강구되고 있다. 이의 핵심은 ‘유역은 상하류 공동의 삶의 터전이며 결국은 모두가 하나다’라는 공동체 인식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유역은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의 형성은 법과 제도, 경제적 이해관계, 과학적 수질관리를 뛰어 넘는‘상생의 덕목’으로서 하천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상하류지역의 팽팽한 대립과 긴장을 풀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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