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변화로 식문화도 달라질 것
해양장학재단 조용철 수석연구원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고 하지만 해양 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잘 되어있지는 않다. 의식으로만 따져보면 수 천 년을 대륙에 붙어 있는 반도국가로 살아왔을텐데, 이제 사람들에게는 대륙이라는 의식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해서 섬나라처럼 바다를 중시여기는 관점도 별로 없다. 식민지 시대의 단절 때문인지 독재 시대의 주눅들은 심성 때문인지 어쨌든 지금 사람들은 고향에도 관심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그저 돈 버는 것과 아파트 사는 것 외에는 별로 관심들이 없어보인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바다에 좀 관심을 보였던 것은 90년대 중반 ‘대양해군’ 개념이 나오면서 더 넓은 작전 범위를 가지기 위해서 소위 destroyer라고 하는 구축함의 크기를 늘려서 원유 수송로와 수출로에 대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던 시절이다. 물론 이건 해군 자체의 발전 전략과 좀 관계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하여간 이 때 나오던 말은 말 자체로는 재밌는 말이다. 연안 해안의 경계에서 원거리 작전으로 해군의 개념을 바꾸자고 하면서 “물샐틈 없는 경계”라는 게 애당초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재밌는 말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역시 바다는 잘 모르는 존재처럼 되어 있기는 하다. 그것이 바다를 생태계라는 관점을 보기 보다는 지나치게 ‘자원’ 즉 수자원의 관점으로만 들여다 봐서 그런 이유가 있기도 하고, 바다 자체가 고립된 작은 생태계로 고찰하기에는 소위 시스템 설정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나무나 국립공원 혹은 멸종보호종 같은 1차 관찰로 뭔가의 보호장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육지 생태계나 삼림 생태계에 비해 복잡한 이유도 있다.
해양연구원이나 전남대 혹은 부산에 있는 부경대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한 바다 한다는 사람들인데, 요즘은 모르겠는데 해양경제연구원은 잠실에 있었다. 해양연구원은 안산인가 있었는데, 지금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인 된 제종길 박사님을 만나서 자료를 좀 도움을 받기 위해서 딱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새만금 논쟁 때 얘기가 끝까지 겉돌고 만 건 갯벌의 생태적 기능과 경제적 기능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경제적 가치가 어떠니라는 법적 공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쨌든 누구도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우기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갯벌의 대기정화 능력 같은 것은 명확하게 효과를 규명할 수가 없어서 경제성 평가에서는 빠져버렸다.
나는 이 논쟁이 거의 끝난 다음에 논의에 참가했는데, 사실 앞 쪽의 논의가 진행되던 시절에 나는 총리실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참가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질개선기획단에 뭔가 얘기하는 것도 우스워보여서 그야말로 눈감고 있었는데, 논의에 참고하고 나서 내가 약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산란장으로서의 기능과 연안 해안에 대한 일종의 보호 기능을 하는 새만금의 갯벌과 연안 생태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논의를 하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자료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법정 증거로 들고 갈만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약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에서 바다를 보는 이론은 예전에 대양 항해 시절의 무역효과와 관련된 간단한 얘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자원의 “renewable resource theory” 정도가 실질적으로 거의 전부인데, 그냥 편하게 optimum extraction rate를 계산하는 일이 전부라고 하면 크게 과장은 아니다. 자원은 보통 고갈성 자원과 재생형 자원으로 나누는데, 석유를 비롯한 각종 광물들은 한 번 사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고갈성 자원으로 분류하고, 적절하게 재생산되는 비율을 맞추어서 사용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재생형 자원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보통 어자원 모델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말은 복잡하지만 치어를 잘 보호하고, 일정한 개체군 이하로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만 물고기를 잡으면 자연에 별 어려움을 주지 않고도 재생산에 불편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그런 얘기에 불과하다.
물론 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역시 생태계 모델형이 되기 때문에 미분방정식이 필요하고 약간은 복합적인 계산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계산이 아니라 데이터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바다에 대한 문제는 보통은 그야말로 이 동네 전문가들의 표현대로 “물고기 세기”가 된다. 물고기가 몇 마리 있는가를 어떻게 알까? 전부 세어볼 수 없으므로 추정을 하지만, 그야말로 물셀틈 없는 방위처럼 물고기가 몇 마리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고기 세기에서 조금 더 진도를 나간 것이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해양 자원탐사 개념인데, 동해안의 몇 군데에서 가스층이 발견되고 또 서해에도 유가금속이 매장되어 있음이 확인되면서 바다에 대한 물고기를 제외한 고갈성 자원으로서의 접근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태계로 바다를 들여다보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사람이 얼마나 채굴할 것인가라는 개념이 아니라 생태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에는 수온 변화, 연안에서 공급된 영양과 오염물질들이 미치는 영향, 서해에서 주로 발생하는 중국 연안으로부터의 오염물질이 공급의 증가, 그리고 해양 생태계의 생물 사이의 포식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별로 없다.
일반 국민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해양관리를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나? 아, 물론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으로 있었던 해양수산부라는 곳이 있기는 하는데, 여기의 시각이 대개 수산자원관리의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뭔가 파악하고 들여다보기에는 철학이나 관련된 지식 수준 자체가 아직은 미흡하다. 사실 해양 생태계를 한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무식한 얘기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하려고 해도 중국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큰 차원에서 서해 관리가 필요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바다보다는 소위 ‘환황해권 경제’라고 하는 물류와 유통에 더 관심이 많다.
바다가 사람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미안하게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evaluation 방식은 물고기 숫자를 전부 세고 여기에 도매로 넘기는 물고기 숫자를 세는 방법 외에는 잘 모를뿐더러, 아무리 복잡하게 계산을 했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가치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바다에 대해서 이렇게 밖에 모른다는 말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경제학이 세상에 대해서 잘 아는 걸 별로 없고, 이건 생태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Marine biology나 Marine ecology 같은 학문이 없지는 않은데, 이 경우도 스케일의 문제가 있을뿐더러 역시 어디에서 어디까지, 그리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결국 뭘 할지 모르게 된다.
조기나 모시조개 아니면 오징어, 한치 이런 것들 중 대부분은 수입산이고 드물게 그냥 바다에서 자라는 것들이 있고, 90년대 이후 많이 늘어난 가두리 양식장에서 양식된 해산물들이 식탁에 오른다. 원산치 표시라는 것이 있기는 한데, 사실 사람들은 뭘 먹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예전에 들었던 환상과 어린 시절에 들은 전설들을 먹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다는 우리에게 하여간 이러한 먹을 것을 제공하는 곳과 해양 유통로의 관점에서는 수면이 얼마나 깊어서 도대체 100톤짜리 배가 들어올 정도인지 1000톤짜리 배가 들어올 수 있는지 이런 관점으로만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다 알 것 같지만 전혀 모르는 게 우리나라 근해에 고래가 몇 마리나 되나? 이렇게 물어보면 정말 아무도 모른다. 고래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설정되어 있지도 않아서 그렇다.
“식문화”라는 말을 쓰는데, 나도 음식에 관해서는 볼만큼 봤다고 생각하는데, 하여간 이 식문화라는 말은 고래에 관련해서만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보신탕과 비슷한 문화이기는 하지만 보신탕에 대해서 얘기할 때에는 음식문화라고 얘기하지만 식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전세계는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걸 우리나라에서는 혼획이라고 부른다.
밍크 고래의 경우는 보통 7~8세에 첫 고래를 출산하는데 - 고래는 사람과 같이 새끼를 직접 출산하는 포유류이다 - 사람들이 하도 잡아대니까 얼마 전부터는 4~5살 때부터 새끼 고래의 출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들도 멸종 중인 사실을 알고 있나보다.
우리나라 인근에서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것이 거북이인데, 해파리를 주식으로 하지만 강물에 따라온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알고 먹기 때문에 거북이가 살기가 어렵다. 더욱 더 직접적인 멸종 이유는 거북이가 알을 낳고, 또 거기에서 새끼 거북이 나오고, 그리고 다시 바다로 갈만한 그런 해안은 우리나라에는 이제는 거의 없다.
해안이 펼쳐진 곳은 서해안인데, 서해안은 새만금을 비롯해서 남아있는 갯벌이라고는 거의 없고, 앞으로도 거의 다 매립해서 없앨 예정으로 있다. 많은 바닷물고기들이 해변의 갯벌을 산란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아무리 큰 물고기라도 연안이 없으면 종족을 보존하기는 어려운데, 수 년 지나면 서해의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중국 쪽에서 산란하고 중국 쪽에서 온 물고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해안이 매립을 위한 둑방과 파도를 막기 위한 연안 구조물로 뒤덮히니까 해파리한테는 최적의 산란적지가 형성된 셈인데, 게다가 가두리 양식장 같은 곳의 치어들이 풍부한데다가 어린 해파리를 먹이로 하는 일종의 천적인 쥐치류는 그야말로 쥐포 만든다고 엄청나게 잡아대서 2~3년 전부터 우리나라 남해의 인근 바다는 해파리 천지이고, 조금 더 안쪽 바다는 불가사리 천지이다.
강한 넘들만 살아남는 것이 생태계의 잔혹한 원리라서 이걸 되돌리기는 어렵다... 얼마 전에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온 사람한테 들었는데, 남해에서 제주까지 해파리를 해치면서 배가 갔다고 한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이런 해파리는 점점 더 남방계열로 바뀌고 더 커질 것 같다.
물론 해파리는 사람한테 별 도움이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걸 또 없앨 방법도 없지만, 화학적 방법으로 없앤다고 하면 더 골아픈 문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 어차피 가두리 양식장 같은 인위적 먹이가 사라지고 먹을 게 없어지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바다가 남방계열로 바뀐다는 얘기를 처음 들은 건 10년 전의 일인데, 한 번인가 글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통계를 다시 찾아봐야겠지만, 우리나라 연근해가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해파리나 불가사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거야 사람들 눈으로는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지만, 사실 생태계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엄청난 일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즐겨먹는 생선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끔찍한 넘들이 채운다는 정도의 일이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종다양성을 잃어가는 생태계들은 복원 능력 자체가 심각하게 교란될지도 모른다는 위협 같은 것이 있다.
이제는 자원의 관점이 아니라 생태계 그 자체의 안정성이나 자연성 같은 눈으로 바다를 바라다봐야 하지만, 아직도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하여간 당분간 사람 크기만한 해파리가 우리나라 남해안을 가득 메우다가 점점 서해안 쪽으로 북상하게 될 것 같아 보인다.
사실 난 해파리보다는 해파리를 없애겠다고 사람들이 할 그 일이 더 무섭다... 조금 지나면 아마 화학물질 일부를 찾아내겠지만, 보통의 경우는 교란된 생태계를 사람들이 경제적 욕구에 맞춰 원상으로 회복시킨다고 하면서 진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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