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했었을 때 신속하게 방제 작업을 해 오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투입, 방제 체제를 갖추어 왔다. 광대한 바다에서 유출된 기름은 해상의 기상조건에 따라 급속히 퍼져나간다. 또한 대부분의 사고는 악천후나 안개로 방제작업이 어려울 때 주로 일어나므로, 초기의 방제에 실패시 손 쓰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면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는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투입가능한 방제선박과 전용 항공기, 방제장비의 확보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방제요원들로 구성된 조직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고 초기에 신속하게 과학적인 방제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여 운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방제작업을 전담하는 기관에 소속된 기동타격대가 소방서처럼 유사시에 사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동, 방제책임자의 지휘하에 초기방제작업을 수행한다. 악천후에 발이 묶이면 아무리 훌륭한 장비와 조직을 갖추고 있더라도 무용지물이 될수도 있으나 만약 준비를 게을리했을 시 파생되는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급속하게 넓은 지역으로 확산된다. 약 100리터의 기름은 0.1 미크론(㎛)의 두께로 1㎢의 수면을 뒤덮게 된다. 유막을 해상에서 물리적으로 수거하려면 두께가 0.1㎜ 이하로 얇아지기 전이어야 한다. 유출된 기름은 증발, 용해, 분산, 에멀젼화, 광산화, 생분해 등 복잡한 풍화과정을 겪게 된다. 해상으로 수송되는 원유는 약 3백 여종에 달할 뿐만 아니라, 각개의 기름이 복잡한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해상으로 유출된 이후의 변화과정은 상황에 따라 아주 다르다. 따라서 유출된 기름의 풍화과정을 예측하고, 그 영향을 사전에 예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방제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원유가 해상에서 유출되었을 때 시간에 따른 확산과 유막 두께의 변화, 증발속도, 증발되는 성분의 양 등은 현재의 기름량을 추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와 함께 부유하는 기름 중에서 해수중으로 용해되는 양과 분산되는 양, 에멀젼이 생성되는 속도 등을 예측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이것은 기름의 용해도나 분산도는 수중생물에 대한 독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용해도가 높은 물질들은 증발성 또한 높기 때문에 유분산처리제를 너무 일찍 투입하게 되면 기름의 독성을 수중으로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가 있다. 점도가 높은 기름들은 대부분 해상에서 풍화되면서 수분을 함유하는 아주 끈적끈적한 갈색의 에멀젼을 형성한다. 이런 에멀젼이 생기면 부피와 점도가 크게 증가하여 물리적인 수거작업과 소각처리에 큰 장애가 되므로 에멀젼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방제 조치가 필요하다.
유분산처리제는 부유하는 기름막을 아주 작은 기름 방울의 형태로 물 속에 분산시키는 작용을 한다. 유분산제는 기름을 감쪽같이 없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물 속으로 감추어 버리는 것이다. 유분산제가 기름을 분해하거나 중화하는 묘약인 것처럼 오해하면 큰 일이다. 유분산제는 기름의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를 크게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미생물에 의한 기름의 생물분해를 쉽게 한다. 유출된 기름이 연안의 취약지역으로 접근할 때 사전에 분산처리하여 피해를 줄이거나, 끈적끈적한 에멀젼이 생성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며 오염된 해안을 정화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유분산제는 취급이 쉽고, 나쁜 날씨에도 살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바다에 또다른 화학물질을 투여한다는 측면에서 유분산제의 사용여부나 사용방법, 사용시기의 결정은 유출사고가 발생한 장소나 기름의 종류, 유출 해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주변 생태계나 지역적인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고도로 숙달된 의사결정 기술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유분산제의 사용이 허가되는 해역이 세부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고 유처리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책임자가 엄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후 살포를 결정한다.
기름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뿌려서 단기간 내에 감쪽같이 기름을 없애 버릴 수는 없다. 미생물의 해상살포가 시험된 적은 있지만 엄청난 양의 기름이 몰려올 때 미생물을 뿌려서 금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생분해과정은 해양환경 내에서 기름을 제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약 90여종의 박테리아와 균류들이 기름의 분해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유류분해 미생물들은 유출사고 해역에서 자연적으로 크게 수를 늘여 자연정화를 담당한다.
해양생태학자들은 온도나 영양성분 등 환경조건에 따라 미생물들의 분해능력이 크게 달라지며, 활성이 우수한 미생물들을 배양해서 살포하는 것이 자연군집을 변화시킬 우려 때문에 인위적인 처방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기름 오염에 의한 생태계 피해
유출된 기름이 해양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출사고 초기의 직접적 생물피해와 사고후 장기적인 피해로 나뉜다. 직접적인 생물피해는 기름과 접촉하거나 독성이 높은 수용성 성분을 흡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원유나 벙커유와 같은 점도가 높은 기름과 직접 접촉하게 되면 체온상실이나 질식 등 물리적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특히 해안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나 바다새들은 기름과 접촉하면 떼죽음을 당한다. 북해 지역에서는 연간 15만 마리에서 45만 마리의 조류가 치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토리캐년호 사고 때는 30만 마리의 조류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기름의 생리적 독성 효과는 주로 방향족 탄화수소의 대사작용 방해에 의해 일어난다. 기름의 독성은 용해도가 높은 성분의 함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벤젠과 톨루엔 등 저분지량의 방향족 탄화수소들은 수중에 잘 용해되며 독성이 높아 직접적인 치사효과를 유발한다. 이들은 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고 단백질과 결합해 효소나 구조 단백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방족 탄화수소나 환형 탄화수소는 생물들에게 마취나 마비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중의 용해도가 큰 저분자량의 탄화수소들은 경질유일수록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솔린이나 경유 등 경질 연료유의 유출 사고는 중질유의 유출사고보다 훨씬 심각한 오염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원유나 경질유의 유출 사고 후에는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력이 떨어지며, 수 피피엠(ppm)의 농도에서 동물 플랑크톤이나 어린 어류들에게도 치사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적지만,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 있는 어류의 경우에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은 기름에 의한 여러 가지 피해
어류는 방향족 탄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엑슨 발디즈 사고 후 연어를 비롯한 각종 어류의 간과 쓸개에서 여러 원유 성분의 분해산물이 측정되었다. 1978년 프랑스의 브리타니 해안에서 침몰한 수퍼급 유조선 아모코 카디즈호에서 유출된 22만 8천톤의 원유로 400㎞의 해안이 오염되었을 때에도 좌초지점으로부터 인접한 해역에서는 많은 어류가 폐사했으며, 청어의 경우에는 유류오염 사고 후 심한 장애가 나타나기도 했다.
경질유의 유출사고시에는 저서생물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약 0.01ppm의 수중 농도에 노출된 조개류는 사람의 후각으로 기름 냄새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 쓸 수가 없다. 우리 나라와 같이 연안에 양식장이 밀접한 지역에서는 유출된 기름이 연안을 덮치게 되면 수십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된다.
방제나 정화작업을 통해 해양환경으로부터 제거 되지 않은 기름의 성분들은 환경 내에서 잔류, 해양 생물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국의 사고사례를 살펴보면 원유나 연료유의 유출사고 후 7년 내지 10년이 경과해도 게나 굴과 같은 갑각류의 패류 서식지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름 속에서 포함된 고분자량 방향족 탄화수소들은 미생물에 의한 분해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거의 분해 되지 않기 때문에 퇴적물 속에 잔류해 만성적인 독성을 나타내게 된다. 잔류성분 중에는 발암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들이 있으므로 해양 생물에 농축돼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기름 피해를 줄이려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상당량의 기름은 환경 내에 그대로 남아서 생물군집을 변화시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특히 우리 나라의 서해와 남해와 같이 넓은 갯벌이 발달한 지역은 특히 기름 오염에 취약하다. 이러한 갯벌 지역은 한번 오염되면 회복하는데 10년 내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연안의 습지는 어류의 산란장이나 치어가 성장하는 장소이므로 이러한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연안어장의 생산력 감소와 직결 될 수 있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양연구소에서는 말한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충분한 방제 장비와 선박, 전문화된 인력, 효율적인 조직, 그리고 과학적인 지원이 없이는 악조건의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검은 기름과의 싸움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 유기오염물질에 의한 해양오염
현재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많은 종류의 화합물질들이 환경에 유입되고 있다. 이중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고 환경 내에 오랫동안 남아서 축적되는 유기 화합물들을 지속성 유기 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라고 부른다. 지속성 유기물질은 중금속처럼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높은 농도로 농축될 수 있으므로 보건상 매우 중요하다.
지속성 유기 오염물질은 독성과 잔류성이 크며, 생물체내에 수십에서 수백만 배까지 농축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속성 유기 오염물질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합물로서 산업 생산과정, 제품의 사용, 쓰레기 폐기, 누출사고, 연료 및 쓰레기의 연소 등에 의해 환경에 유입된다. 이들 물질들은 휘발성을 갖고 있어 대기를 통해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남극이나 북극에서도 검출된다.
-노벨상에서 사용금지까지
유기 염소계 살충제는 1939년 디디티(DDT)의 살충 능력이 밝혀진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DDT는 1974년에 최초로 합성됐으나 그로부터 63년이 지난 1939년이 돼서야 살충효과가 알려지게 되었다. DDT는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우수한 농약이었으며 값도 싸고 뿌리기도 쉬웠다. DDT는 1944년부터 대량생산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발진티푸스를 진정시키거나 말라리아나 황열병을 전염시키는 모기의 애벌레를 박멸하는 데 사용되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DDT의 사용량은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다양한 종류의 해충을 박멸하여 농업생산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데 기여했다. 1948년 DDT의 살충능력을 발견했던 뮐러 박사는 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DDT에 내성이 생긴 해충들이 생겨나고 1942년에는 린단, 1945년에는 클로르단, 1948년에는 헵타클로, 알드린, 디엘드린, 톡사펜 등이 개발됨에 따라 다른 유기염소계 농약들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엔드린과 엔도설판은 1950년대에, 미렉스와 메톡시클로는 1969년 이후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세계를 뒤흔든 봄의 침묵
그러나 DDT를 비롯한 유기염소계 농약들은 자연상태에서 분해가 매우 느리며 생물체 속에 흡수되면 먹이사슬을 타고 물 속보다 수십만 배까지 높은 농도로 농축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봄의 침묵'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DDT같은 난 분해성 농약의 남용이 새들을 멸종시킬 것을 경고했다. DDT가 새들의 몸속에 축적되면 껍질이 얇은 알을 낳게 되고, 알 껍질이 깨져 새끼들은 채 깨어나지도 못하고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레이체 카슨이 문명사회에 불러 일으킨 반향은 대단했다. 1960년대 초 일반인들은 과학기술의 놀라운 힘에 매료돼 있었다. 과학기술은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내일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제성장과 함께 새로운 풍요로운 세상은 굶주림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켜 줌과 동시에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편의를 제공했다.
레이첼 카슨은 이 거대한 흐름을 가로막고 서서 대중들에세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운 최초의 사람이었다.
봄의 침묵이 출판된지 10년 뒤인 1972년, DDT의 사용은 미국에서 완전히 금지토록 했다. 디엘드린을 비롯한 여러 유기염소계 농약들은 환경 내에서의 지속성과 생물농축에 의한 피해가 우려되어 선진국에서는 70년대 이후 대부분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대비 우수한 살충효과 때문에 유기염소계 살충제들은 아직까지도 열대 및 개발도산국에서 말라리아 퇴치와 농업용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10 ∼20여년 전에 이미 유기염소계 농약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시됐지만 여전히 해수, 해저퇴적물, 해양생물체내에서는 검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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