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곤
본지논설위원
국립공주대학교 객원교수
환경정의 기금운영위원장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발달은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체제의 변혁에 초점을 맞추어 저항 내지는 투쟁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민중 활동을 전개하였으나 1987년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경실연)의 출발을 시작으로 1990년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NGO단체들이 양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경제적 불평등과 모순에 대항하는 저항적운동의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났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시민사회의 자율적이고 다원적인 집단의 참여를 부각시키는 형태로 많은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시민단체용어는 민간주도의 비정부 민간기구(non government organization)로 사용되기도 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비영리단체(NPO ; non profit organization)란 용어 등 몇몇 시민운동가들은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 개념은 모두 공공성, 자발성, 개방성을 내포하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들은 권력이나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인간의 가치구현과 공공선(公共善)을 지향하면서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변화나 개혁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자발적인 민간 결사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NGO를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부로 불리기도 한다.
NGO는 다양한 사회봉사활동과 인도주의적 기능을 수행하고 시민들의 계몽활동을 주도하고, 또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고취시킴으로써 다원화된 산업사회의 틀에 맞는 개방된 시민사회구현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성을 살려 시민들에게 전문지식에 대한 이해를 제공함은 물론 모든 사회문제에 대한 조기경보체제의 역할도 담당해야한다. 외국의 NGO는 국제협력을 대폭 강화하여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지적해나가면서 어떤 NGO는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나라의 시민단체 특히 환경단체의 현실은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시민단체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 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 참여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만큼 참여의 질적 평가가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 그 방향이 옳게 가고 있느냐 하는 데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한 것이다. 시민단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가고 제시하고자하는 문제점도 많아 사회 갈등구조를 더욱 혼돈스럽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민주화 이후 저항과 투쟁중심의 시민단체가 정치일선에서 그들의 계산된 방법에 의하여 편 가르기 식을 조장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하고자하는 움직임도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어떤 경우는 시민단체대표가 대기업의 중요한 자문위원격의 자리에 앉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저명인사급으로 사실상 제한하고 고액의 연회비를 부담케 하는 포럼을 만들어 일류호텔이나 호텔급 식음료가 제공되는 장소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한강둔치나 대규모 운동장 같은데서 유명 정치인,유명 연예인 들을 참여케 하는 대규모 재활용시장을 열기도 하는데 여기에 나온 물품들은 상당수가 재활용품이 아닌 신상품을 바겐세일 하는 식의 장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일류 기업이나 빌딩에 0000가게 0호점 입점을 선전하여 유명인 들이 사용하던 물품들을 전시판매하여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호화유람선에 유명인사를 참여시켜 외국을 여행하는 고액의 크루즈 환경탐방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환경시민단체의 정체성(正體性)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초부터 정체성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우리 시민사회가 정치집단보다 나아보이지 않았다. 참여의 명분에 기대어 이전투구와 자기주장을 일삼는 데는 정치집단보다 못할 것도 없다. 그동안 우리 시민환경운동은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 국가의 억압과 시장의 불평등에 대한 반대투쟁에 집중해왔다.
또, 환경사고나 대규모 개발에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고 정부나 기업의 개발 편향적 성향에 따른 책임도 추궁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내지 기업과 타협하면서 권력화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솔직히 정부와 시장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볼 정도이다. 즉, 권력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권력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민환경단체는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과 환경문제에 대한 지향해야 될 목표와 행동강령을 정립해 나아가야 한다.
첫째, 환경문제의 본질인 자연관(自然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를 찾아야한다. 서양의 자연관과 동양의 자연관 그리고 고대와 중세의 자연관과 현대의 자연관의 역사성을 이해하면서 동 서양의 자연관을 조화하는 환경관이 필요하다.
둘째, 환경윤리를 인간중심의 환경윤리(倫理)와 생태중심의 환경윤리를 합리적으로 조화시켜나가면서 다기능적이고 다원화된 현대산업사회에 걸 맞는 시민환경단체의 윤리의식을 정립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셋째, 환경시민단체의 신념체계(信念體系;belief system)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기위치(自己位置)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또 기술지향주의와 생태지향주의로 나누어져있다. 이에 따라 환경문제를 다루는 이념적 시각에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갈등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생태지향주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과제에 대하여 시민 또는 지역공동체와 협의하여 나가는 합리적인 생태주의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산업혁명이후 우리 지구촌은 대규모적으로 엄습해오는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넷째, 환경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가질 것이냐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환경문제는 자원을 소유한 지배계급과 이를 소유하지 못한 무산계층간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잘못 생각하면 마르크 시즘적인 급진론에 휘말리기 쉽다. 반면, 민주화와 다원화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기능주의적 다원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어떤 이데올로기가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각자 입장을 정리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다. 과거 지배적 사회 패러다임(dominant social paradigm)에서 새로운 환경패러다임(new environmental paradigm)으로 변화해야한다. 자연에 대한 가치, 생태중심의 방향, 과학기술성장의 목표, 사회체계, 정치, 경제 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이것을 시민사회에 공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시민들의 참여를 조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중심적인 삶의 형태가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부족한 자원문제중심으로 바뀔 것이므로 21세기는 문명전환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 때문에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이를 통한 자연의 과부하를 덜기위해 경제는 순환경제체제로 발전해가야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사회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시민환경단체들이 자기의 독자적인 아이덴티디(Inentity)를 가져야하며 시민환경단체의 리더들은 이러한 문제를 소화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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