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것 없는 식탁의 감초, 멸치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4-20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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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은 어류로 생선 구경을 변변히 못하던 산간벽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서민적이다. 국을 끓일 때 멸치 국물을 따를게 없고, 김장의 멸치젓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말린 멸치는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안주 감으로 더없이 좋고 갓 잡은 굵은 알배기는 회(?) 맛이 일품이고 소금구이 또한 별미이다. 그야말로 우리 식탁의 감초. 살랑살랑 봄바람 불면 멸치를 먹어보자! 지금이 딱 맛좋고 영양좋을 때다.


바다에는 약 2만 여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식구를 거느린 종은 너도 생선이냐 할 정도로 작고 힘없어 보이는 멸치이다. 생태계 먹이사슬 속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속하는 무리로서 주로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육식성 어류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멸치는 어떻게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일까? 이는 몸의 소형화, 다산, 빠른 부화, 조기 성숙 등의 적응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육식성 어류의 먹이가 되어야할 운명인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빨리 자라서 많은 새끼를 번식시켜야 하므로 다른 물고기보다 짧은 생식주기를 갖는다.

멸치는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것 없이 머리 및 내장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따라서 단백질과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성장기의 어린이나 임산부는 물론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도 적극 권장할 만한 국민 건강식품이다. 단백질(말린 멸치 100g당 47.4g)과 칼슘(말린 멸치 100g당 1천9백5㎎) 등 무기질이 풍부해서 특히 발육기의 어린이나 성장기의 청소년, 임산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아주 좋다. 불안하거나 신경질이 나는 것은 체내 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매일 일정량의 칼슘을 섭취하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다.

그러나 어릴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지, 나이 든 후에 먹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폐경기에 접어들어서는 아무리 칼슘을 많이 섭취한다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종실록의 토산물족에는 멸치가 보이지 않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제주 산물로서 행어(行魚)가 보이는데 정문기 박사는 이것을 멸치라고 해석했다. 멸치는 예로부터 제주지방에서 행어로 불리던 소형어류(정어리, 곤어리 등) 중 가장 크기가 작은 종을 가리킨다.

멸치란 물고기는 모슬포 연안 수역에 떼를 지어 들어와서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가 제물에 언덕에까지 뛰어 올라가는 물고기인지라 바다를 잘 헤엄쳐 다닌다는 뜻에서 제주지방에서는 행어(行魚)라고 불렀다 한다. 제주에서는 행어, 남해안에서는 멸오치, 전남에서는 멸, 강릉에서는 큰 멸치를 앵매리, 포항에서는 중간 크기의 멸치를 드중다리, 중다리, 작은 것을 사와멸치, 눈퉁이, 진도에서는 국수멸이라는 방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검사법에 의하면 건조품 중 전장 77㎜ 이상을 대멸, 76~46㎜를 중멸, 45~31㎜를 소멸, 30~16㎜를 자(仔)멸, 15㎜ 이하를 세(細)멸 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멸치(蔑致), 멸어(滅魚), 멸치어(滅致魚)로 불리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물에서 나는 물고기의 대명사인지라 한자어로는 수어(水魚)라 하며 고유어로는 물의 고어인 ‘미리’가 ‘며리’ ‘멸’로 음운 변화하고 물고기를 뜻하는 접미사인 ‘치’를 합성하여 멸치로 되었다고도 한다. 사촌격에 양미리, 공멸 등이 있다. 일본에선 아래턱이 위턱에 비하여 몹시 작아 가다구찌이와시, 즉 정어리류 중 턱이 하나밖에 없는 종이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학명은 Engraulis japonica이며 구미 각국에선 anchovy라 부른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조선 동북해 중에서 산출되는 멸어(蔑魚) 또는 며어는 일망(一網)으로 배에 가득 차고 어민이 이를 즉시 말리지 않으면 썩으므로 거름으로 삼기도 하는데, 건제품인 마른 멸치는 일용항찬(日用恒饌)으로 삼는다’고 하였고, 또한 ‘멸치는 회(膾)도 하고 구워 먹거나 말리기도 하고 기름을 짜기도 하는데 일망여산(一網如山)이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멸치(추어); 몸이 매우 작고, 큰놈은 서너 치, 빛깔은 청백색이다. 6월초에 연안에 나타나 서리 내릴 때(霜降)에 물러간다. 성질은 밝은 빛을 좋아한다. 밤에 어부들은 불을 밝혀 가지고 멸치를 유인하여 함정에 이르면 손그물(匡網)로 떠서 잡는다.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풋고추는 일반 고추보다 비타민 함량이 훨씬 많고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며 멸치의 감칠맛과 잘 어울린다. 또한 풋고추가 가지고 있는 성분 중에는 멸치가 가지고 있는 영양적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해 주는 특징이 있다. 풋고추에는 섬유질, 철분 그리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다. 따라서 멸치 풋고추 볶음은 두 식품 속의 영양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성분은 보충해 주는 합리적인 음식이다. 글/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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