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다지기②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4-19 11: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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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자 하는 이에게 집은 꿈이다. 더욱이 한옥을 짓고자 한다면 만만치 않은 비용과 함께 전통 한옥을 지으리라는 기대로 가슴은 벅차오른다. 그러므로 더욱 사실적이고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과 구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꿈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호에서는 취향과 용도, 쓰임새에 따라 다르게 지어지는 여러 가지 한옥의 구조를 알아보도록 한다.
이종은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장)

초석
지난 호에서는 규준틀을 매기고 그 규준틀에 의하여 기단도 쌓았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전에 하나하나 기반을 만들어 나가있는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작업인 초석을 놓아보자. 주초라고도 부른 초석. 기초라는 것이 집 지을 터를 단단하게 만드는 전체적인 일이라면 초석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기둥을 받쳐주고 보호하는 일을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둥이 땅의 습기에 직접 노출되어 썩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에서부터 집의 무게를 골고루 땅으로 나눠주는 것까지 그 역할은 다양하다.

초석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집의 무게가 가볍거나 기단의 바탕이 물러서 집의 무게를 너르게 펼치고 싶을 때는 판자 같이 넓적한 돌인 판석을 이용하기도 하였고, 어떤 것은 기둥인지 초석인지 구별이 잘 안가는 크고 긴 돌을 사용하기도하였다. 건물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초석의 아래에 혹은 그 안에 중요한 의미를 담은 상징물을 묻거나 조각상처럼 새기는 경우도 있었다.

초석의 형태
초석은 집 주인의 종교적 형태나 취향, 바라는 바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것들이 많다. 원형초석, 방형초석, 육각초석, 사다리초석, 칠각초석, 장주초석 고맥이초석, 덤벙주초 가 있으며 위치나 기능별로 활주초석, 심주초석, 외진주초석, 내진주 초석, 평주초석, 우주초석, 퇴주초석으로 나눠 부르기도 하였다.

자연초석 덤벙 주초라고도 했다. 자연석을 그대로 초석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 때 강이나 내에서 물의 흐름에 연마된 강돌은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산에서 나는 산돌을 이용하였다. 덤벙 주초는 기둥과 만나는 면에 굴곡이 있으므로 기둥밑면을 초석 면에 맞도록 그랭이질 하였다. 그랭이질이란 긁듯이 얕은 흠을 내어 미끄러지지 않고 잘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만든 것이다.

가공석 초석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지면에 닿는 부분을 초반이라고 하고 초반에서 도드라져 올라온 받침이 있는데 이를 주초라고 하였다. 주좌는 보통 기둥 단면 형태와 같으며 초석의 형태별 분류는 주좌의 형태에 따라 분류하였다. 원형초석, 방형초석, 팔각초석, 사다리 형 초석이 있다. 특히 사다리 형 초석은 18세기 이후 살림집에 많이 사용했다. 주좌 없이 초반의 형태가 위쪽은 약간 좁고 밑동은 약간 넓은 형태의 사다리꼴 초석으로 보통 높이는 1 자 정도였다. 아마 여러분들도 앞으로 주의 깊게 살핀다면 지금 내가 말한 것 같은 초석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주초석
일반초석에 비해 월등히 키가 큰 초석을 말하는데 주로 중층의 누각건물에 많이 사용되었다. 누각 건물은 처마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건물자체가 높기 때문에 1층 기둥에는 비가 뿌리고 기둥이 많이 썩기 때문에 장주초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맥이초석
하방 밑에 생기는 화방벽과 만나는 초석측면의 마감을 깨끗하게 하기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초석이다. 하방은 기둥 밑을 가로로 연결하는 인방재로 보통 초석 위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하방 밑으로 기단면과의 사이에 초석 높이만큼의 공간이 생긴다. 이 부분을 막는 벽을 화방벽이라고 하는데 이 화방벽을 막을 때 고맥이 초석이 사용되었다.

·활주초석
팔각지붕의 추녀 밑을 받치는 활주를 지지하는 초석을 말한다. 활주는 매우 가늘고 팔각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맞게 활주초석도 매우 작으며 팔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주초석
목탑의 심주 밑에 놓이는 초석을 말한다. 한국의 목탑은 거의 대부분 정중앙에 기둥을 세워 이것을 중심으로 엮었는데 바로 이 중앙의 기둥을 심주라고 하고 이 밑을 받치는 초석을 심주초석이라고 한다. 대부분 심주 밑에 사리를 안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심주초석에는 사리공이 많이 설치되었다.

터다지기
터다지기는 기둥과 벽체가 세워질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터를 다져놓으면 언제든지 짓을 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개 중장비를 통한 터다지기로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는 것은 좋지만 중장비의 막강한 힘을 너무나 과신하는 듯하다. 전통적인 터다지기는 재료와 방법에서 공을 들였지만 요즘에는 우람한 중장비로 맨땅을 눌러대고 콘크리트로 적당하게 붓고 나서 마르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식이다. 콘크리트도 제대로 정교하게 부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대개는 레미콘을 이용하여 적당히 붓고는 만다. 이 적당히 라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본뜻은 최상의 방법이라는 뜻인데 요즘은 대충한다는 식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터다지는 일을 지정(地定)한다고 했다. 땅을 정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방법에는 잡석지정, 입사지정, 적심석지정, 강회지정, 판축지정, 말뚝지정, 횡목지정, 장대석지정 등이 있었다. 건물의 규모와 지반의 조건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였지만 온통기초, 줄기기초, 독립기초 등의 방법이 있었다. 지정을 하려면 먼저 어떤 방식의 기초를 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온통기초
건축물의 밑바닥 넓이 전체를 기초 하는 것이다. 건물을 짓고자 하는 바닥 면적만큼의 땅을 겨울에 땅이 어는 선에서 한자 더 깊은 곳까지 판다. 겨울에 땅이 어는 깊이를 동결선(凍結線)이라고 하는데 기초를 할 때는 어떤 방식을 쓰던지 동결선보다 한자는 더 깊게 땅을 파줘야 한다. 그렇게 판 건물의 바닥 면적 전체에 기초를 한다. 지반이 특히 약하거나 목탑처럼 높은 건물을 세울 때 사용했다.

·줄기초
조적식 건물, 즉 벽돌을 쌓아서 벽을 세우는 건물에 많이 쓴다. 기둥의 중심선이나 벽체가 놓일 부분을 따라 연속으로 기초한다. 귀틀집 같은 것은 줄기초가 일반적이었다.

·독립기초
기둥을 놓을 자리에만 기초를 하는 방식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옥에는 대개 이 방식을 썼다. 우리나라는 서해의 해안 지방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지반이 단단한 편이다.
지붕이 놓일 자리에 독립 기초를 하려면 먼저 기둥이 놓일 자리에 생땅이 나올 때까지 구덩이를 판다. 기단 높이가 3자 정도 된다고 보면 4자 정도 파면된다. 구덩이의 넓이는 한 변의 길이가 초석의 2-3배 정도면 된다.

구덩이를 파면 먼저 잡석을 두층 정도 채운다. 잡석 다짐은 잡석을 가지런히 펴놓고 다져야 한다. 요즈음에는 굴삭기로 많이 다집니다만 예전에는 큰 나무나 돌로 만든 달구를 가지고 다지기를 하였다. 설령 중장비를 이용하더라도 잡석을 한꺼번에 많이 넣고 다지는 것은 옳지 않다. 한 겹을 깔고 다진 뒤에 또 한 겹을 까는 식으로 해야 한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터를 다졌다. 터다지는 것을 달구질 한다고 했는데, 누군가 일머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앞서서 구령을 붙이며 노동요를 선창하면 마을 사람들이 후창을 따라 부르는 식으로 함께 노랠 부르며 일을 하였다. 일은 흥겹고 즐겁게 해야 한다. 옛날 우리 선인들은 논농사를 짓든 밭농사를 짓든 심지어는 풀을 벨 때까지도 노동요를 불렀다. 선인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 하였다.

잡석을 두 단 쯤 다진 뒤에 입사 지정을 한다. 잡석을 다진 위에 모래 다짐을 하는 것인데 이때는 달구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다짐을 한다. 모래를 넣고 물을 한꺼번에 쏟아 부으면 돌 사이로 모래가 스며들며 다져진다. 이렇게 모래로 다져지면 생각보다 훨씬 튼튼한 기초가 된다. 돌 사이를 모래가 채워주기 때문이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을 생각할지 몰라도 모래만 어디로 사라져 주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튼튼한 기초도 드물다.

입석지정을 한 다음에는 초석, 즉 주초를 놓을 때까지 잡석다짐과 강회 다짐을 반복한다. 이렇게 시루떡 하듯이 층층이 다져 오리는 것을 판축(版築)지정이라고 한다.
강회 다짐은 석회와 흙, 석비레를 대략 1:1:1 로 섞어 만든 삼화토(三華土)를 다지는 것을 말한다. 석비레 구하기 어려우면 굵은 모래를 써도 된다. 석비레란 푸석돌이 많이 섞인 흙을 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며칠 전부터 미리 생석회를 펴놓아야 하는데, 웅덩이를 만들어서 덩어리진 생석회를 펼쳐놓고 그곳에 잔뜩 물을 부으면 생석회가 열을 내면서 분말로 변하는데 이것을 생석회를 편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기계를 사용하여 가루로 만든 생석회를 판다.
생석회를 펼 때는 최소한 3일 전에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5일 쯤 전에 하면 더욱 좋다.

강회다짐을 제대로 굳히려면 일주일은 걸린다. 콘크리트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시간이 제대로 걸려서 굳기만 하면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한 것이 강회의 특징이다. 오래 굳은 강회다짐은 곡괭이로 깨도 잘 안 깨지고 쇳소리가 난다. 이렇게 하면 터다지기는 거의 다 된 것이다.

초석 놓기
규준틀을 매었고 초석을 만들었으며 터다지기까지, 이제 모든 준비를 다하였다.
처음에는 언제 집을 지을까 했는데 벌써 터다지기까지 하고 이제 초석을 놓게 되었다. 초석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만들어 세우면 대망의 집 세우는 일이 시작된다. 사실은 이렇게 기초공사를 하는 일들이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 이것도 집 짓는 일인데 사람들은 목재를 다루며 기둥과 벽체를 세워야 집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먼저 규준틀을 정비한다. 초석 윗면에 + 자 형으로 심먹을 놓는다. 심먹을 그은 초석은 면과 모서리를 살펴서 가능하면 깨끗한 부분이 외부에 노출되도록 한다. 같은 공장이나 같은 사람이 만들었어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운반 중에 깨지거나 흠이 나는 경우에 규준틀에 실을 띠운다. 실은 최대한 팽팽하게 잡아당겨 실에 표시한 기둥 중심과 초석 윗면에 그은 심먹을 맞추어 초석을 설치한다. 실을 초석 윗면 높이로 설치했으므로 초석 윗면이 실에 거의 닿을 정도로 설치하면 된다. 초석의 수평도 맞춰야 하고 초석이 실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잘못하면 실에 닿아서 수평이 맞지 않는다.

초석 설치가 끝나면 전체적으로 수평을 확인한 후에 초석에 그레발을 표시한다. 그레발이란 아주 근사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수평 오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초석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치한다 해도 큰 돌덩이를 정확히 수평에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그렇게 하여 생기는 시공오차의 높이 차이를 그레발이라고 한다.

그레발을 초석에 적어놓으면 기둥을 세울 때 보정하면 되는데 그레발 표시 방법은 각 도편수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높은 초석에 맞추는 것이 편리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을 기준으로 해서 그 차이를 그레발의 오차로 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과 초석의 높이 차이가 3푼이면 그레발은 3푼이 되는 거고 그것을 초석에 적어두면 나중에 원하는 기둥 높이에 맞출 때 3푼을 보태거나 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초석 설치는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터다지기를 모두 마쳤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다음 번 강의에는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목재를 가지고 마름하기를 시작할 것이다. 마름하기는 목재에 직접 선을 긋고 먹을 놓아서 자재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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