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찻잔, 눈밭 속에 피는 꽃
수선화는 수선화과(Amarylidaceae)에 속하며 학명(學名)은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Roem.으로서 속명(屬名)인 ‘Narcissus’는 그리스어의 고어(古語) narkau 「최면성(催眠性)」에서, 종명(種名)인‘tazetta’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찻잔」 이라는 뜻으로 꽃 모양이 작은 잔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되었다. 이 속(屬) 식물은 유럽 지중해 연안 지방 원산으로 특히 스페인, 포르투갈에 많으며 북아프리카에도 난다. 그리스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까지 30종이 있다. 수선화는 원산지인 지중해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와 관상용으로 재배된 다년생 구근식물(球根植物)이다. 중국에서 들어왔다고는 하나, 만선식물지에는 원래부터 조선 사람과 만주 사람들이 즐겨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전부터 수선화가 제주도 전역에 걸쳐 자랐다는 문헌이 있음을 볼 때 중국에서 들여온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라고 있었던 듯하다. 잎은 밑 땅속줄기에서 나오며 난초잎 같이 선형으로 길이 20~40㎝, 폭 8~15㎝ 정도이며 납작하고 끝은 둔하며 녹백색(綠白色)을 띤다. 꽃은 12~3월경 꽃줄기 끝에 피며 통부(筒部)는 길이 18~20㎜, 화경(花莖)은 20~40㎝ 정도로서 화경 끝에 5~6개 정도의 꽃이 옆 또는 아래를 향해 핀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흰색이며 그 안쪽에 있는 술잔 모양의 부화관(副花冠)은 노란색이다. 수술은 6개로 부화관 밑 부분에 붙어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중국과 같이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다. 약간 습한 땅에서 잘 자라며, 땅속줄기인 구근은 검은색으로 양파처럼 둥글다.
이른 겨울부터 늦은 봄에 걸쳐 청순한 꽃을 보이는 수선은 내한성이 뛰어난 구근식물로 추식구근이다. 추식구근(秋植球根)이란 가을에 구근을 식재하여 봄에 꽃을 피우는 구근성 식물을 말한다. 이 꽃은 눈이 오는 겨울도 아랑곳 하지 않고 꽃을 피워 옛 선비들은 눈이 내리는 이른 봄에 눈밭 속에서 꽃을 피우는 이 수선화를 보고 글을 짓고 묵향에 젖었다고 한다.
청초한 물속 선인(仙人)
수선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로 이 식물은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고 물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수선(水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중국 고서에서는 「물이 있으면 시들지 않는다고 하여 수선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늘에는 天仙, 땅에는 地仙, 물에는 水仙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수선은 결국 물속에 사는「仙人」이라는 의미이다. 청초한 꽃의 모습을 선인의 모습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사랑한 나르시스(수선화)
이 청아한 모습과 그윽한 향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수선화는 그리스 신화에 얽힌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나르시스(Narcissus)는 보이오티아(Boeotia)의 강의 신 케피소스(Cephisus)와 님프(Nymph)인 리리오페(Lilyope)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s : BC 43.3.20~AD 17]의 《메타모르포세이스(Metamorphoses)》에 따르면, 리리오페는 나르시스를 낳자 고대 도시 테베(Thebes)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에게 아들이 오래 살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자기 자신을 보지 않으면 오래 살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르시스는 아폴로(Apollo)와 디오니소스(Dionysus)와 견줄 만큼 매우 아름다운 용모를 갖춰 숱한 처녀들과 님프들이 아름다운 그에 용모에 반하여 구애하였고 심지어 남자들조차도 그에게 구애를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년인 아메이니아스(Ameinias)는 나르시스에 구애한 뒤 사랑을 거절당하자 나르시스가 준 칼로 자살하기도 하였다. 숲과 샘의 님프인 에코(Echo)도 그를 사랑하였는데, 에코(Echo)는 원래 숲과 언덕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하는 아름다운 님프였다. 에코에게는 하나의 결점이 있다면 말하기를 좋아해 잡담할 때나 논의할 때나 끝까지 지껄이는 것이었다.
어느 날, 헤라(Hera)여신은 에코의 수다 때문에 제우스가 다른 여인과 바람피는 것을 놓친 것에 분개해 에코에게 벌을 내렸다. 그 벌은 먼저 말을 할 수가 없고 상대가 한 말을 되받아 한 마디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에코는 미소년 나르시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거절당하자 상심한 나머지 야위어 가다가 죽고 마침내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고 한다. 나르시스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에코가 죽은 것에 분개하여 나르시스도 역시 똑같은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 달라고 빌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가 이를 들어 주었다. 헬리콘산에서 사냥을 하던 나르시스는 목이 말라 샘으로 다가갔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빛나는 두 눈, 디오니소스나 아폴론의 머리카락 같이 곱슬곱슬한 머리칼, 둥그스름한 볼, 상아 같은 목, 갈라진 입술,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빛나는 건강하고 단련된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는 그 모습에 반해 키스하려고 입술을 댔다. 그러나 그것은 달아났고 잠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르시스는 물속에 비친 자신이 님프인줄 알았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들여다보다가 결국 샘물에 빠져 죽었다고도 한다.
그 후 그가 죽은 자리에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나르시스(수선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정신분석에서 자기애(自己愛)를 뜻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도 나르시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유적에 대한 묘사의 정확성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 안내》의 저자 파우사니아스(Pausanias, ~BC 470)에 따르면, 나르시스는 먼저 죽은 쌍둥이 여동생을 그리워하여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통해 여동생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수선화가 머리를 숙이고 자기 그림자만 보는 까닭은 이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전설의 수선화는 고대 많은 시인과 화가, 소설가들이 많은 관심의 소재가 되었다.
수선화의 생활환경과 모습
수선화와 비슷한 추식구근인 튤립은 어둠 속에서나 구름이 낀 날에는 꽃이 활짝 피지 않으나 수선화는 항상 잘 피어 있다. 튤립은 위를 향해 피는데 비하여 수선화는 옆이나 밑을 향해 피는 경우가 많다. 꽃 색깔은 흰색, 황색인 종 외에도 통상꽃잎만이 분홍색 또는 적색이 들어가는 종이 있으며 요즈음 많은 원예종이 개발되어 수천 종에 이른다. 꽃의 색상도 노랑, 적색, 백색, 혼합 등 매우 다양하다. 꽃이 핀 후 늦은 봄에 잎이 누렇게 변하며 휴면에 들어가 여름에는 없어지었다가 초가을에 자라기 시작하며 겨울에 꽃이 핀다.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토양으로 중성 또는 산성토양이 좋다. 노지에서는 사질양토에 퇴비를 혼합하여 심거나, 모래땅인 경우에는 점토를 혼합하여 재배한다. 화분에서 재배할 때는 사질양토와 부엽, 천사를 5:3:2 비율로 혼합하여 재배하면 된다.
일조는 반음지나 햇볕이 비교적 잘 드는 곳이 좋으며 온도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 한다. 섭씨 5~20℃에서 잘 생육 개화하며 비교적 내한성이 강하다. 관수는 약간 습한 것이 좋고, 건조기에는 겨울에도 관수해 주는 것이 좋다. 공중습도는 약간 습한 것이 좋다. 공중습도가 건조하면 잎 끝이 마르고 꽃은 개화 후 곧 꽃잎 끝이 마른다.
번식은 구근으로 행한다. 구근은 6월에 캐는데, 상부의 잎이 갈색으로 변하여 1/3쯤 마르기 시작할 때 캐서 살균제에 살균하여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그늘에 말렸다가 9~10월에 심는다. 심는 깊이는 구근 높이의 2~3배 정도 흙을 덮는데 간격은 보통 10~20cm 정도 심는다. 촉성 재배 시에는 구근을 캐서 34℃ 고온에서 얼마동안 두었다가 15~17℃에 예비 냉장을 3주간 행한 뒤, 5℃ 내외에서 40~55일간 처리 후 프레임에 정식하면 11월에 촉성되어 12월 전에 개화한다. 주로 노지 또는 화단용으로 식재하는데 한번 식재하면 매년 캐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 정원에 군식해 두고 관상하면 좋다. 절화용으로 영리재배로도 많이 재배하며 가정에서 유리병 같은데 수경재배로도 이용된다. 10월에 수경재배를 시작하면 연말부터 정초에 걸쳐 꽃이 핀다. 구근은 즙을 내서 밀가루와 이긴 것을 악성종기 및 관절염 등에 붙이면 효험이 있다하며, 꽃은 부인병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으로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하며 발열, 백일해, 천식, 구토에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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