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당堂찬 한옥

기단, 기둥, 지붕에 관하여-이종은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장)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1-15 13:14:26
  • 글자크기
  • -
  • +
  • 인쇄
@P1@01@PE@
건물의 안전은 대개 천재지변에 대한 대비이다. 전란이나 인간의 의도에 의한 재난은 그에 따른 특별한 방책이 있어야 하나 천재지변이라면 물난리나 바람, 지진, 짐승의 공격, 산불 등에 대한 것으로 건물을 앉히는 위치에 대한 문제이지 건축 시행에 있어서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한옥은 크기에 비하여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재의 굵기와 크기가 야무지고 튼실하다. 한옥의 안전, 즉 얼마나 야무지고 단단하게 집을 짓는가에 대한 설명은 집의 안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단과 기둥 그리고 지붕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한옥은 아래부터 다져간다
한옥에 반드시 있는 기단. 집이 앉을 자리, 즉 집터를 안전하고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쌓고 다듬은 건축물의 기반을 말한다. 기단 쌓기가 일반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리 흔히 보이는 일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같은 나라에서는 평지에 집 짓는 것을 좋아해서 방향을 잡은 뒤에 약간의 물 빠지는 준비만 갖춘 뒤에 주추를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산을 뒤로 하고 집 짓는 것을 좋아한 우리 조상들은 필연적으로 기단을 쌓았다. 기단을 쌓는 것은 바르고 수월한 건축을 위해서 수평을 잡아야 하는 필연성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자연과 하늘의 천리를 하나로 여기던 우리 조상들의 사람 모시기에 대한 정신과 대가족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단의 높이는 주변의 위치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보통 한자 정도 높이의 돌을 3단이나 4단을 쌓으므로 보통 90센티미터에서 1미터 20센티의 높이다. 즉 평지 위에 이 정도의 집터를 다져 올린 뒤에 집을 짓는 거다. 기단을 쌓아 터를 다진 뒤에는 기단을 따라 잘 다듬은 화강암 장석이나 냇가에 있는 호박돌을 쌓아서 둘렀다.

90㎝, 안전지대
기단은 우선 물난리에서 집을 보호해준다. 평지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진에서도 큰 보호도 한다. 기단으로 올린 흙과 돌은 기본적인 집터의 땅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위로 덧 부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지진의 흔들림에 건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충격과 흔들림을 흡수해 준다. 이는 간단한 생각인 듯해도 매우 효과적이고 훌륭한 방법이다. 삼국 시대 이후로 우리 역사는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지진이 있었으나 그 피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기단의 역할이 그만큼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기단의 앞과 옆에 높이 20센티미터 너비 30센티미터 정도의 계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웬만한 짐승이나 뱀 같은 동물들은 근접하여 드나들기가 용이하지 않아 짐승들의 무차별한 출입도 막아주었다.

한 몸으로 맞물려 더욱 강인하게
안전에 관한 자랑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둥과 그 기둥의 얼개이다. 한옥은 맞물림 방식, 건물의 주요 부분들이 못이나 볼트 꺽쇠 같은 제 3의 매개물로 인위적인 이어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주요 부분 자체가 서로 맞물어 물고 물려서 외부의 충격이나 내부의 균형에 이상이 생겨도 견고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옥의 기둥부터 마루 한쪽까지도 서로 음양의 조화에 맞춰 물고 물리도록 만들어 진다.
못이나 꺽쇠를 쓰면 한쪽 나무와 다른 한쪽 나무가 서로 다른 속도나 형태로 마를 때 뒤틀리고 어긋날 수 있다. 한쪽 나무가 젖어있고 한쪽 나무는 말라 있는데 서로 맞물렸다고 생각해 보면 그것들은 필연적으로 서로 다르게 뒤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 홈을 파서 제 몸과 내 몸을 섞어서 껴 놓으면 마르기가 다르더라도 빠져 나갈 수 없으므로 결국은 그 안에서 서로 이해하며 적응하고 순응해 간다. 자연에 순응하며 새로운 형태의 자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얼개 방식은 평소에는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벽면이나 기둥의 어느 한쪽이 외부의 충격으로 훼손을 입거나 무너지거나 심지어는 기둥 하나의 밑 둥을 짐승들이 갉아먹어서 허공에 뜨더라도 집 자체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매직 파워를 연출한다.
기둥과 기둥, 혹은 기둥과 벽, 벽과 벽을 꺽쇠나 못으로 연결시켰는데 기둥 하나가 부러졌거나 허공에 떴거나 갉아먹어서 땅에 닿지 않았다면 기우뚱거리거나 뒤틀려 돌아가며 쓰러지거나 주저앉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옥은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는다. 집은 그대로 세워둔 채 고장이 난 벽이나 기둥을 보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집만 달랑 들어서 이동을 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그대로 분해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다시 조립하여 똑같은 외형과 기능으로 다시 쓸 수도 있다. 답은 간단하다. 모든 주요 구조물이 맞물림 방식으로 조립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기울거나 상처 입거나 부러져도 나머지 여러 부분들이 그대로 깍지를 끼고 버텨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 년이면 평균 아홉 번, 백 년이면 구백 번의 태풍이 온다. 그런데 해마다 태풍이 와도 전혀 끄떡하지 않고 날이 가면 갈수록 바위처럼 단단해지는 건물들이 있다. 바로 산 속에 위치한 산사이다. 종교적 전통성에 의해서 건물의 대부분을 한옥으로 짓는 산사의 절들은 아직까지 그 어떤 태풍이 와도 무너지거나 쓰러진 적이 없다. 천년이 지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다시 한 번 떠올려진다.

지붕, 활짝 펴진 날개로 한옥을 감싸다
한옥의 지붕은 눈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 집 전체의 안정성 유지와 균형을 맡아준다. 집에 균형이 맞지 않아 바람과 지진, 눈에 흔들린다면 어떻게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한옥의 지붕은 바로 그런 위험한 일들로부터 한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눈비와 바람만 막아주는 것이 아니다. 한옥의 맞물림 방식과 같이 지붕도 기둥과 벽체 위에 덩그렇게 혼자 얹혀 있지 않는다. 벽체를 물고 있는 기둥이 천정 위에서 대들보 중보 종보라는 가로 기둥들과 또 한 번 맞물려 있다. 말하자면 기둥 위에 지붕이 올려있다고 해서 자기들 끼리 자기들만의 시스템으로 올라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집 전체가 하나의 흐름, 하나의 균형, 하나의 힘으로 그야말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쪽 기둥에서 먹줄을 놓으면 그 먹줄은 기둥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 보를 지나서 맞은 편 기둥까지 고스란히 뒤틀리거나 흔들리지 않고 일직선을 그으며 단 하나만의 선으로 뻗어 나간다.
한옥 짓는 곳을 가보면 여러분들은 엄청난 양의 기와와 흙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본다. 황토라고 하기에는 너무 새빨간 적토들이, 혹시 기둥이 저 무게를 지탱할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많은 양이 지붕 위로 올라간다. 물론 기와를 안정적으로 잘 자리잡아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와와 함께 우리의 한옥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집터와 하나가 되도록 위에서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붕 위에서 무게를 차지하는 거라면 사실 기와가 더 무거울 지도 모른다. 기와는 지붕 위에 올라있을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땅에 있을 때는 왜 그리도 많은 지. 어떻든 그 기와와 흙들은 서로 손가락을 꼭 끼고 어깨를 꽉 부둥켜안은 채 우리의 한옥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집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묵묵하게 엎드려 있다.

빤빤한 흙바닥, 빛의 묘미
한옥에는 대개 안마당이 있고 그 안마당에 서면 방들과 마루와 부엌과 집안의 구조가 모두 보이도록 되어 있다. 혹자는 마루나 방에서 내다보이는 안마당에 나무나 잔디가 없고, 대문 앞이나 집 뒤 곁에 정원을 만든 것에 의문이 들 것이다. 마당에는 나무나 잔디를 심으면 참 멋질 텐데, 왜 그랬을까? 관리인들이 귀찮으니까 뽑아버렸나?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처음부터 나무나 잔디를 심지 않았다. 집안에 들여놓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지혜였다. 집을 지으면서 우리 조상님들은 비바람이 집으로 직접 몰아치는 것과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공격적인 햇살을 막기 위하여 처마를 앞으로 뺐다. 한옥의 그 아름다운 지붕 처마 선이 생긴 이유다. 헌데 처마 선을 빼고 보니 집안이 어두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은은한 화사함을 좋아하는 우리 조상들은 생각 끝에 마당에 마사토를 깔았다. 마사토는 규사성분이 많은 흙이어서 배수가 잘 되기도 하지만 햇볕을 반사시켜서 집안으로 순화된 빛을 들여놓는 아주 멋진 역할을 해 준다. 더욱이 한 여름 찜통더위가 몰아칠 때 마사토가 깔린 안마당에 물을 한 양동이 뿌리면 유리와 같은 규사성분으로서 덥혀진 안마당은 갑작스런 기온 차로 인하여 바람을 만들어서 한바탕 집안을 쓸고 나가니, 이 세상에서 마당으로 간접조명을 만들고 바람까지 일으켜서 즐기는 사람은 우리 조상들뿐일 거다. 더욱이 그 순화된 빛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창호지와 또 한바탕 빛 어울림을 하였으니, 이것이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