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는 1990년대 중반 한 토목학자에 의한 국토개조론의 일환으로 제시되었고 언론에 의해 잠시 기사화되긴 했지만 국민 사이에 널리 회자되지(즉 담론화 되지) 못했다.(1995년 8월 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은 ‘신국토개조전략’을 발표하면서 ‘경부운하’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 그리고 1996년 이명박 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경부운하건설을 제안했을 때까지도 그랬다.
그의 제안은 건설회사 CEO출신이란 직업적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보통사람의 상상으론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청계천 복원이 현실화되면서 죽은 경부운하는 되살아났다. 되살아난 경부운하는 더 이상 순수한 국책사업으로서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적 과제이고, 정치적 지지와 반대를 둘러싼 것이 되었다.
경부운하의 경제적 가치 평가
1997년 4월 세종연구원은 ‘경부·경안운하 물류혁명(세종정책연구 2집)’이란 보고서에서 ‘운하를 만들어 50년간 사용하면 38조499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반면, 8조6717억 원, 유지보수비 1300억 원 등의 비용이 들어, 편익/비용 비율(b/c ratio)이 무려 5.4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이 있음’을 결론으로 제시했다.(통상적으로 비용편익 분석에서 수치 1를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1998년 한국수자원공사의 연구용역결과 경부운하는 길이 540km, 수로 폭 47-5m, 수심 4m, 16개 댐, 20개 갑문, 1개 터널, 35.5km 우회수로, 선착장 41개, 터미널 5개의 제원을 갖춘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9조8073억 원인 반면 편익은 4조2125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할인율 8%와 사용기간 50년이란 조건을 적용하면 편익과 비용은 각각 2조6202억 원과 8조1179억 원에 이르러 편익/비용 비율이 0.323에 불과해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로써 운하건설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운하논란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40조원을 건 도박인가 ?
정부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공포 이후 2005년까지 한강 수질개선 비용 6조 5971억원, 낙동강 수질개선 비용 3조 1921억원이 투입됐다. 합계 9조 7892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소요됐다.
물관리 대책이 시작되었던 1993년 이후부터 계산하면 한강과 낙동강의 물관리 대책 투자비용으로 약 20조원이 소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2015년까지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추가적인 물관리 투자계획은 20조원에 이른다.
이로써 현재 정부는 한강과 낙동강 먹는 물 수질 보전을 위해 20조원을 투자했고, 향후 또 다시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수혜자 부담원칙’에 의해 한강과 낙동강의 상수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물이용 부담금’을 적용하여 2005년까지 총 2조여원 정도를 징수하여 수질개선 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이렇듯 먹는 물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투입과 국민들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대선을 앞두고 유력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시장은 운하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 2011년까지 총17조원(주장하는 사람들마다 15조원, 30조원, 최대 400조원까지도 추정한다)의 운하 건설비용이 소요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반대론자들이 주장
경부운하는 유럽이 수백년전에 했던 일을 뒤쫓아 가는 과거형개발사업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에서 내륙수로와 운하를 통한 대규모 화물운송은 비경제적이며 경부운하건설은 남한강과 낙동강 생태계의 회복 불가능한 파괴를 초래한다. 물류비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운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연안운송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내세워 정치적인 이득을 누리려는 행태는 중단되어야한다. 또한 경부운하건설은 사양길에 접어들어 사라지고 있는 반환경적인 사업이며 경부운하를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는 것은 공학적 혜안이 부족함에 기인하고, 청계천복원과 비교하는 것은 환경이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함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부운하 건설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공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반도 대운하연구회에서 제시하는 경부운하는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RMD운하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듯하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강수량과 홍수량 그리고 지형 등과 같은 자연 조건이 완전히 다르고, 운하를 수용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또한 유럽과 한국의 하천흐름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
독일등 유럽하천의 수리수문학적 특성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갖고 있다. 유럽은 년중 강우량 분포가 크지 않으나 우리는 여름 석 달동안 일년 강우량의 60~70%가내린다. 이에 우리나라는 하천유량의 변동이 극심한 편이고 하상계수 최소하천유량에 대한 최대 유량의 비가 1:300이상의 값을 갖는 반면 유럽의 강은1: 20 내외로 우리 하천과는 년 중 유황이 크게 다르다. 즉 배가 다니기 위해 최소 수심 5m를 항상 유지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할 인자가 너무 많아지게 되며, 이로 인해 수질이나 수생태계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수질 및 생태계는 심히 악화될 우려가 높다.
이런 운하를 건설하기 위하여 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여 한강과 낙동강을 일련의 거대한 호수군으로 만든다는 그리고 그로인하여 물류혁명이 일어난다는 발상은 누군가의 말대로 ‘공상과학 만화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의미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란을 떠는 대형 국책사업도 알고 보면 요란한 빈 깡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인운하 사업이 그 실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류이동의 획기적인 전환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물류의 50%는 골재인 모래이다. 최근 물류 난해소 효과가 비교적 클 것으로 평가되었던 경인운하 조차 감사원이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을 우리는 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제2의 청계천 신화는 이루어 질것인가 ?
타당성이 없고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경부운하가 타당성을 부여받으면서 회생을 넘어 국가미래를 열어주는 극적 반전이 이루어진 것은 ‘청계천 신화’에서 온 것인가?
유사한 성격의 사업이었던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당선되었고, 또한 이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으므로써 이명박 전 시장은 유력 정치지도자로 국민적 관심을 집중 받게 되었다.
2006년 10월 24일, 독일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둘러보는 자리에서 이명박 전시장은 경부운하건설을 대선공약으로 사실상 발표했다.
이 때 이 전시장은 “국내외 학자 60-70명이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으며, 시작 후 4년 이내에 완공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제2 경제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비용은 경인운하와 합쳐 15조 원 정도 들지만 준설작업에서 나오는 골재를 팔거나 민자를 유치하면 정부예산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는 파급효과로 5000톤 급 바지선이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왕래하는 물류비용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관광 등 부가산업도 발전할 것이란 점을 들었다.
경부운하 건설은 그래서 ‘한반도 국운 재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내륙운하는 ‘영호남을 하나로 연결하고 북으로 신의주까지 잇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비전도 내비쳤다. 이 전시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21세기 새로운 정치는 실천 가능한 공약, 평소 충분히 검토된 공약으로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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