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국민과 뗄 수 없는 김치. 아삭한 배추김치에 굴까지 보태면 그것이 또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문 김치 속 굴 한 덩어리. 운 좋은 덤이라도 만난 듯 흔연하다. 김치 속에만 자리한 건 아니다. 한입에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굴회부터 굴밥, 영양굴죽, 굴해물전까지 들어간 곳마다 굴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흔한 음식도 특별하게 만드는 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두루 갖춘 굴에 대해 알아보자.
11월(Novembeⓡ), 딱 좋은 굴 맛
이 달부터가 제철인 굴은 다른 어패류와 마찬가지로 알을 낳기 전인 겨울부터 초봄(11~3월)까지 가장 맛이 좋다. 가을, 겨울의 것은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으며 먹어도 탈이 없다.
서양에서는 “알파벳의 R자가 들어 있는 달에 굴을 먹어라”는 속담이 있다. R자가 붙지 않은 5~8월의 굴은 유독 물질을 함유한다고 하여 섭취를 권장하지 않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이 시기 굴은 산란기 전후로 방란·방정을 하므로 살이 적고 맛이 다소 떨어지며, 기온이 높아 비교적 상하기 쉽다. 또한, 식중독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 생굴로 섭취할 때 주위를 요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식품 전문서인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爵)에선 대표수산물로 어리굴젓을 소개하고 있다. 허균은 “어리굴젓은 작고 난소가 발달하지 않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바윗굴이 가장 좋다.”며 “바위에서 자라다가 갯벌로 떨어져 크게 자라지 못기 때문”이라고 저술했다.
굴을 먹어라! 그러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
굴에는 생식기능에 관여하고 불임을 예방하는 비타민E가 많이 들어 있으며, 갑상선 이상을 예방하는 요오드와 남성의 정자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아연도 넉넉히 들어 있다. 아연은 “섹스 미네랄”이라고 불리며 뛰어난 강정(剛正)효과가 있다. 일찍이 서양에서는 굴을 정력제로 여겨 “굴을 먹어라! 그러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라는 속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한때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매끼 굴을 챙겨 먹었으며, 카사노바 정력의 비밀도 굴에 숨어있다.
굴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매우 좋다. 굴에는 칼슘, 철분 등이 많아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굴 8개만 먹으면 하루 필요한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게 된다. 굴엔 철분이 인체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구리도 넉넉하다.
단백질과 지방, 회분, 글리코겐 등의 영양소를 비롯해 각종 비타민과 필수아미노산도 많이 함유한 굴은 중금속 해독과 세포기능을 활성화하는 셀레늄도 풍부하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를 발달시키며 심장과 간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함황(含黃)아미노산이며, 타우린과 글리코겐은 각종 성인병과 간염, 시력 회복에 좋다. 100g당 열량은 석굴(생굴)이 64㎉, 참굴이 85㎉로 풍부한 영양소로 이뤄져 있지만 열량은 사과보다 약간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권장된다.
한방에서 굴은 성질이 온(溫)하고 맛이 단 음식으로 친다. 『동의보감』에는 “굴은 먹으면 기운이 나고 피부색이 좋아진다.”고 적혀 있다. 주로 한방에서는 굴껍질을 소금물에 넣고 끓인 뒤 불로 태워 만든 가루를 처방한다. 이 약은 식은땀을 그치게 하고 설사와 여성의 냉·대하, 남성의 누정(漏精; 조루와 유사)에 효과적이다.
전통을 가진 세계 굴 생산지
『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이 “강원도를 제외한 7도(道) 70고을의 토산물”로, 『고려도경』에는 ‘서민이 먹는 음식’으로 기록돼 있는걸 보면 예로부터 우리 연안에 널리 분포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굴에 얽힌 속담 또한 다양한데, ‘굴같이 닫힌 여인’은 정조가 굳은 여인을 일컫는 말이며, ‘굴 같은 사나이’는 입이 무거운 사람을 지칭하고,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은 무엇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 치우는 걸 일컫는 말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굴은 바다 어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미(香味)가 있고 보익(補益)하며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적고 있다. “배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같은 의미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굴 생산국인데 지난 1960년대부터 양식이 시작돼 1972년 11월 24일 한·미 패류위생협정을 계기로 급속히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굴 종류는 참굴과 강굴, 바윗굴, 털굴, 벗굴 등 5종인데 이 가운데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굴이다. 주요 생산지는 남해안의 거제와 통용, 남해, 고성, 여수, 고흥 등인데 이 지역은 2년마다 미 FDA가 해역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청정해역으로 오염이 전혀 없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오돌오돌 탄력 있어야 신선한 굴
보통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굴은 껍질을 깐 상태의 포장된 알굴이다. 이 상태로는 굴을 직접 만져 보지 못하기에 색상으로만 신선도를 판별해야 된다. 신선한 굴이란 빛깔이 밝고 선명하며 유백색(우유빛)의 광택이 있어야 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오돌오돌하며, 젖빛이 미끈미끈하고 탄력이 있어 바로 오므라드는 것이 좋다.
또한, 굴 가장자리의 검은 테가 선명한 것이 신선하다. 육질이 희끄무레하고 퍼져 있는 것은 오래된 것으로 소금물에 불려서 싱싱한 것처럼 판매하는 것이니 잘 살펴 구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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