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생활의 편리를 얻었으나 자연환경의 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건축 재료의 생산과 건축, 폐기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에 생태마을, 환경친화주택, 환경친화형 주거단지, 환경공생주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으며 전통건축에 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건축을 환경문제에 대체하는 대안으로 연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종은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장)
자연과 조화시킨 형태와 구조
한옥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에 중심을 둔 점이다. 따라서 집의 구조에서부터 만드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완벽하게 자연과 조화된 주거형태이다. 기단은 돌을 사용하고 기둥과 서까래, 문, 대청바닥 등은 나무를, 벽은 짚과 흙을 섞은 흙벽으로 만들었으며 창에는 역시 천연 나무로 만든 한지를 발랐다. 바닥에는 한지를 깐 뒤 콩기름 등을 발라 윤기 있게 하였고 방수의 역할도 했다.
또한 전통사회의 생산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집은 개인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자 농사일을 위한 보조공간이고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내는 생활공간이자 혼례, 상례, 잔치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공간이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방은 개인을 위한 공간으로, 대청은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마당은 마당대로 큰일을 치루는 공간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가옥은 ‘개방적인’ 공간구조를 지닌다.
한옥을 산자락에 의지해 지으면서 결코 산을 깍지 않는다. 정원에 쓰는 조경석도 원래 자연에 있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사용한다. 자연의 운행에 역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건축재료도 목재와 흙으로, 헐어 넘어지면 환경의 오염 없이 바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들이다. 환경을 고려한 이러한 생각들은 환경보호의 차원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잘 이용해 우리생활에 가장 적합하도록 일조와 통풍 및 조형계획을 해왔다.
사계절을 생각한 과학적 구조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온돌과 마루가 공존한다는 것이며 처마를 깊숙이 뺀다는 것이다. 한옥의 평면에 온돌과 마루가 공존하게 된 것은 추운지방의 평면과 따뜻한 지방의 평면이 결합하면서 생겨난 한옥만의 특징이다. 사계절의 냉난방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요즘 건축법에는 처마가 1미터 이상 나오면 건축 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많이 빼고 싶어도 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리의 문화 환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법조문 중 하나이다. 처마를 깊숙이 하는 것은 여름에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광선을 막아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으며 요즘처럼 에어컨을 억지로 돌려 얻을 수 있는 냉방병도 막을 수 있다. 선조들이 오랜 기간 동안 건축하면서 얻어진 지혜요, 조영철학이었던 것이다. 한옥은 울타리 안에 큰 나무를 심지 않았으며 마당에 잔디를 심지도 않았다. 큰 나무가 있으면 집안이 음침하며 벌레도 많아 위생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은은한 빛, 율동적인 천연의 아름다움
집은 쾌적해야 함과 동시에 명랑하고 밝아야 한다. 쾌적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등의 신체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고 명랑한 기분을 주기 위해서는 밝아야 한다. 쾌적한 온도조건을 만들기 위해 처마를 깊숙이 빼다 보면 자칫 집안이 어두울 수 있다. 집안을 밝게 하는 방편으로 마당에 잔디를 심지 않고 마사토를 깔아 마당에 반사된 태양빛을 실내에 끌어 들였다. 대단히 고급스런 간접조명 방식이다. 설사 직사광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한지를 투과하면서 순화된 부드러운 빛이 들어온다. 한옥에는 빛의 엄청난 조도 차이에서 오는 시력의 감퇴를 막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 또 지붕의 비중이 크다 보니 너무 무거워 보이고 답답해 보인다. 그래서 자연에서 선을 하나 빌려와 지붕에 얹었다. 학이 막 날개를 접고 내려앉으려 할 때의 모양처럼 가겹고 율동적이고 생동감 있게 되었다. 기능을 만족 시키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조형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것은 천연의 아름다움이며 인공의 멋은 아니다.
심성을 도야하는 배려 공간
한옥에는 이러한 물리적이고 환경적인 것 이외에도 사람의 심성을 도야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배려가 있다. 이는 다른 어떤 주거유형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다.
한옥은 기능과 사용에 따라 독립된 건물로 만든다. 각 건물을 놓을 때는 좌우대칭이 아닌 비정형적 배치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각 채들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시원하게 배치된다. 대지가 경사지일 때는 깍지 않고 경사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부토를 하여 수평을 잡은 다음 중요 건물을 높은데 두고 부속건물은 낮은데 두어 공간의 위계성을 갖게 한다.
여기에 주 건물을 크게 하고 지붕도 높게 하여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갖게 한다. 같은 평면에서도 대칭적 구성을 하지 않는다. 방을 배치하여도 대청을 사이에 둔다던가 하여 독립성을 갖도록 구성한다. 한옥에서는 현대적으로 배울 점을 매우 많이 갖고 있다. 이를 적절히 현대적인 감각에 맞추어 이용한다면 흡족한 결과를 이룰 것으로 본다.
한옥의 목재는 천 년을 숨 쉰다
인류의 숙제인 환경과 인간의 가장 조화로운 건축물에 답할 수 있는 것이 한옥이다.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살펴보면 반만년의 역사에 바탕을 둘 수 있다. 반만년동안 검증되어오고 임상되어온 우리 한옥이야말로 인류가 애타게 찾던 생태건축인 것이다. 한옥의 수명은 이는 여러 곳 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목재의 수명이 천년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옥의 목재들은 천년을 감당해 오고 있다. 이를 다른 건축에 비교해 보면 확연히 우리 한옥이 앞서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서양식 목조 주택들을 볼 때 사용되는 자재는 반환경적인 것을 두말할 나위도 없고 같은 목재를 30년 사용하기도 어려운 예를 보아도 환경적으로나, 수명으로 볼 때 우리 한옥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
목재는 탄소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자란 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사용한다면 이는 탄소저장고를 열어 놓는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만 보아도 아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옥의 생태건축자재와 재활용
한옥의 자재는 흙과 나무이다. 자연에 있는 또 다른 자연을 이용하여 자연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한옥이다. 한 가지 예로, 생태건축의 리싸이클이라는 측면이다. 한옥의 리싸이클링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한옥의 벽은 흙으로 만든다. 집에 수명이 다하거나 보수를 위해 뜯는 경우, 흙을 재활용하여 아주 큰 비용을 만들 수 있다. 개성에서 삼을 키울 때 6년근 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한옥 벽에 사용되던 흙이다. 현재에 6년 근 인삼을 키우려면 상당한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걸 보면, 우리 어른들의 지혜는 참으로 대단하다.
이와 같이 한옥에 쓰인 자재는 사용 후에도 더 나은 재료로 재이용되는 생태건축자재이다. 현재 주거공간에서 발생되는 환경 재앙은 우리한옥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재료가 흙에 있는 재료인 것 만보아도 사람의 신체가 흙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우리 몸 을 다스리는 아주 좋은 물질은 흙인 것이다.
한옥의 대부분이 흙으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몸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 지는 관계도 가장 확실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황토의 지장수라 하여 이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흙을 아끼고 소중히 하였던 것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다. 반만년의 검증과 임상이 만들어낸 한옥이야말로 이시대 최고의 건축이며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건축이며 이 시대가 찾는 생태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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