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낙지의 발은 여덟 개
세발낙지를 발이 세 개인 낙지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발낙지는 발이 가는 낙지다. 봄에 산란해 발이 국수 가락처럼 가는 5~6월에 잡은 낙지를 호남에서 세발낙지라고 불렀고, 서산 태안 지방에서는 밀낙이라고 부르며 회로 먹거나 햇밀을 갈아 만든 칼국수에 넣어 식량난을 넘기는 구황식으로 먹기도 했다.
낙지는 연안의 조간대에서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얕은 바다의 돌 틈이나 진흙 속에서도 산다. 바위틈이나 진흙에 판 굴 속에 있다가 팔을 밖으로 내어 먹이를 잡아먹는다. 산란기는 5∼6월이며 팔 안쪽에 알을 낳는다. 몸길이는 약 70cm에 이르며 외투막의 길이는 8cm이다. 몸은 몸통과 머리, 팔로 돼 있고 머리처럼 생긴 둥근 몸통에 심장과 간, 위, 장, 아가미, 생식기가 들어 있다. 몸통과 팔 사이에 있는 머리에 뇌가 있으며 좌우 한 쌍의 눈이 붙어 있다. 머리에 붙어 있는 입처럼 보이는 깔때기로 물을 빨아들이면서 호흡한다. 8개의 팔은 머리에 붙어 있고 1∼2줄의 흡반이 있어 바위에 붙거나 갑각류나 조개를 잡아먹는다. 입은 팔 가운데 붙어 있는데, 날카로운 턱판이 있으며 그 속에 치설이 있다. 간의 뒤쪽에는 먹물 주머니가 있어 쫓기거나 위급할 때 먹물을 뿜어 자신을 보호한다. 식용이지만 연승어업(延繩漁業)의 미끼로도 많이 쓰며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전북 해안에서 잡힌다. 일본과 중국 등지에도 분포하며 한자어로는 석거(石距)라고 하고, 장어(章魚) 낙제(絡蹄)라고도 쓴다.
소도 벌떡 일으키는 강력한 스태미나
낙지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정약전의《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된다’고 적혀 있고, 실제로 남도에서는 소가 새끼를 낳거나 여름에 더위를 먹고 쓰러졌을 때 큰 낙지 한 마리를 호박잎에 싸서 던져 주는데 이를 받아먹은 소가 벌떡 일어나 원기를 회복 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산후 조리용 음식으로 낙지를 넣은 미역국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 낙지가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낙지에 들어있는 타우린과 히스티딘 등의 아미노산은 칼슘의 흡수, 분해를 돕기 때문이다. 흔히 낙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다고 알고 있는데 나쁜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좋은 콜레스테롤과 타우린이 풍부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낙지는 표고버섯과 음식궁합이 잘 맞는데 표고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원 환자들에게 낙지죽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낙지를 낙제어(諾蹄魚)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는 금기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가을 낙지 착 달라붙는 맛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속담은 낙지가 가을이 되어야 제 구실을 한다는 의미로서, 봄에는 조개가 겨우 내내 움츠러든 입맛을 나게 하고, 가을에는 낙지가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몸을 추슬러 원기를 돋운다는 뜻이다. 남해안의 세발낙지나 서해의 밀낙은 음력 4~5월, 성숙한 낙지 맛은 가을을 더 쳐주는데 봄에 알을 품기 위해 가을에 영양분을 잔뜩 몸 안에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 때, 새끼 낙지들이 갯벌로 올라오는데, 이는 낙지 중 최고라는 ‘꽃낙지’이다. 꽃낙지가 겨울을 지내고 산란을 준비하는 봄철이 되면 묵은 낙지가 된다.
우리 속담에 ‘개 꼬락서니 미워서 낙지 산다’란 말이 있는데, 이는 싫은 사람에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이 매우 쉽다는 뜻으로 “묵은 낙지 꿰듯”이라는 속담이 있고,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는 “묵은 낙지 캐듯”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묵은 낙지는 생의 마감을 앞둔 춥고 배고프고 굼뜬 늙은 낙지다.
낙지는 초봄에 산란한다. 겨울이 지나면 갯벌 속에 구멍을 뚫고 암수 낙지가 들어가 산란해 수정한다. 수정이 끝나면 숫낙지는 필사적으로 구멍을 빠져나오려 하지만 곧 암낙지에게 잡혀 먹히고 만다.
암낙지는 숫낙지를 잡아먹고 기운을 차리지만, 그 또한 새끼들을 위해 자기 몸을 바친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이곳에서 여름까지 어미의 몸을 뜯어먹고 자란다.
글 /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