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왜 배를 부풀릴까?
복어는 메티오닌과 타우린 같은 함황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좋아 숙취 해소 음식으로 사랑 받는다. 복어는 낚시나 그물에 걸려 물위로 올라오면 배를 잔뜩 부풀리는 습성 때문에 성을 잘 내는 물고기란 뜻의 진어(嗔魚), 기포어(氣泡魚) 또는 폐어(肺魚), 구어(毬魚)라고 불렀다. 일본에서는 후구(河豚=布久)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어가 물위로 떠오를 때 표주박(후쿠베)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황복을 하돈(河豚) 또는 강돈(江豚)이라고 하는데 산란기에 양쯔(楊子)강이나 황허(黃河)에 나타나 돼지울음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서양에서도 배를 부풀려 둥근 공처럼 된다고 해서 글로브 피시(globe fish) 또는 퍼펄 피시(puffer fish)라 부른다. 복어는 위(胃) 밑 부분에 있는 유문 괄약근을 죄어 공기를 빨아들이고 식도의 근육을 위축시켜 공기가 새지 않게 해 몸을 부풀리는데,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학계에서는 상대를 겁주기 위한 위협설,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표류설, 보조호흡설, 분수설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는 위협설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맹독만큼이나‘매혹적인 맛’
복어는 맹독을 가진 물고기로도 유명한데 복어 전문 조리자격증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일반 식당에서 독이 든 내장과 피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요리했다가 이를 먹은 손님이 숨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독이 조금만 남아있는 채로 조리를 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복어 한 마리에 물 3말’이라는 속담처럼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씻어내야 한다. 복어의 독은 오래 전부터 먹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복어가 스스로 합성하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 최근 여러 실험 결과 먹이사슬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자연산 복어의 소화기관에서는 복어독(테트로도톡신)을 보유하는 권패류의 껍데기가 발견되고 있고 어떤 종류의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을 가진 납작벌레를 먹이로 하는 점으로 미뤄 적어도 일부 종은 먹이사슬에 의해 독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어는 종류에 따라 독을 가진 부분이 다르고 독성도 차이가 난다. 황복과 자주복, 까치복, 검복, 매리복, 흰점복 등은 난소와 간장, 껍질, 내장에 맹독 내지 강한 독을 갖고 있는 반면 밀복과 가시복, 거북복, 육각복 등은 독성이 약해 무독성으로 분류된다.
中 소동파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
복어의 살은 백옥같이 희고 맑으며 투명한 광채가 난다.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는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이 뛰어나 인류가 오래 전부터 식용해 왔는데 2천여년 전의 조개무지(貝塚, 패총)에서 복어의 뼛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컷 복어의 뱃속에 있는 하얀 이리(魚白)를 서시(西施)의 젖(乳)에 비유하여 서시유(西施乳)라 하며 절미(絶味)로 쳤다. 복어 맛에 대해서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극찬했고,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지 않은 놈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산이나 바다의 동식물에 관해 기록한 중국의 고서 산해경(山海經)에도 ‘폐어(肺魚)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기록돼 있어 오랜 옛날에도 복어의 독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자주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하돈(河豚)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있다.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한다”고 효능을 소개했다. 복어는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caviar)와 트뤼프(송로버섯, truffle), 푸아그라(foie gras, 거위의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식품의 하나로 꼽힐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복어 요리의 진수는 종잇장처럼 얇게 썬 회인데, 흰 접시에 복어 회를 펼쳐 놓으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빈 접시처럼 보인다. 복어의 제철은 11~2월까지의 겨울이지만,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복집을 찾을 수 있어 철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글 /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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