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가 소갈머리 없는 이유
이 말은 어부들이 성질이 급한 밴댕이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빗대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말이다. 밴댕이는 그물에 잡힐 때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어부들조차 산 밴댕이를 구경하기 힘들다.
실제로 밴댕이는 몸집에 비해 내장이 별로 없어 ‘소갈머리 없다’는 말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밴댕이는 경골어류(硬骨魚類)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약 15㎝정도다. 몸은 측편 되었고 복연(배 가장자리)은 날카로워 모서리 비늘이 발달되어 있다. 몸 빛깔은 등쪽이 청흑색이고 옆구리와 배 쪽은 은백색이다.
몸집이나 비늘, 몸 색깔 등으로 보면 멸치와 비슷하지만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늑어(勒魚)를 우리나라의 소어(蘇魚)라고 밝히며 한글로 ‘반당이’로 적고 있다. 이 반당이가 와전을 거듭하여 밴댕이로 불린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께 보낸‘반당이’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함경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도에서 소어(蘇魚)가 산출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점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남해와 서해에서 밴댕이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보산림경제’에서 소어는 탕과 구이가 모두 맛있고 회로 만들면 준치보다 낫다고 설명돼 있다. 단오 이후 소금에 절였다가 겨울에 초를 쳐서 먹으면 일미 중의 일미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요즘 우리가 먹고 있는 밴댕이젓의 원형일 것이다.
제대로 삭혀진 소어(蘇魚)젓은 음식 진상품에 반드시 포함됐다. 조선조 때 궁중의 음식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사옹원에서 ‘소어소’로 불리는 전담반을 둘 정도로 밴댕이는 귀한 물고기였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을미년 5월 21일 자에 전복, 어란과 함께 밴댕이젓을 어머니께 보냈다는 글이 적혀 있을 만큼 밴댕이는 선조들의 다양한 음식문화에 일조를 했다.
예로부터 강화 사람들은 오사리(5월 사리) 때에 잡히는 밴댕이를 최고로 쳤으며 귀한 손님에게만 접대를 했다. 밴댕이는 회를 뜰 때 양 옆면으로 두 번만 살을 발라낸다. 상추보다도 부드러운 밴댕이를 초고추장에 마늘 한 쪽을 얹어 먹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지고 만다.
입맛 돋우는 젓갈 ‘일품’ 통째로 국물 우려내기도
밴댕이젓은 그 맛이 미묘한 발효식품으로서 식욕 잃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준다. 소금에 잘 삭혀진 밴댕이젓을 파, 마늘, 풋고추, 깨소금 같은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젓국은 김치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천연 조미료이다. 특히 김장할 때 절인 밴댕이를 통째 넣으면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해 밴댕이 특유의 발효된 맛을 느낄 수 있어 한겨울에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울 수 있다.
통영, 거제지방에서는 밴댕이를 ‘띠포리’라 하는데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멸치보다 국물 맛이 훨씬 뛰어나다. 특히 통영에서는 길가 포장마차에서 파는 오뎅국물에 띠포리가 감초처럼 들어간다. 글 /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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