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리는 기름종개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입에 다섯 쌍의 수염이 달려 있는데 세 쌍은 윗입술에, 두 쌍은 아랫입술에 있다. 미꾸리나 미꾸라지는 모두 아가미로 호흡을 하지만 물속에 산소가 부족하면 물위로 자주 올라와 입으로 공기를 마시고 내려간다.
입에 든 공기를 삼키면 창자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대신 나온 이산화탄소는 방울방울 항문으로 내보내는 ‘창자호흡’을 한다. ‘미꾸리’라는 이름의 유래도 창자호흡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미꾸리가 방귀를 끼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놈이 밑이 구리다”고 생각하여 ‘밑구리’가 되고, 이것이 ‘미꾸리’로 변했다는 설이다.
또 미꾸리는 비가 내릴 때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기상어(氣象魚)’로도 불린다. 미꾸리는 여름 하늘에서 비를 타고 내린다는 말이 있다. 어림도 없는 말이다. 비가 많이 내려 길바닥에 물골이 생기면 놈들은 세상 만난 듯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그 모습을 보고 비에 묻어 내려온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녀석들은 비가 그치면 말라죽는 것도 모르고 새 천지를 개척하겠다고 만용을 부렸던 것이다. 그런 성질을 잘 알기에 미꾸리 양식장에는 반드시 단단한 그물을 쳐둔다.
미꾸리의 강렬한 번식 … 생명력 강해
미꾸리의 사랑은 어느 동물보다 진하고 강렬하고 특이하다. 요즘처럼 산란기가 되면 암놈 주변에는 여러 마리 수컷들이 몰려든다. 수놈들이 주둥이로 암놈의 항문이나 아가미, 가슴, 배를 문지르면 암놈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그때 재빨리 힘세고 때깔 좋은 한 놈이 암놈의 항문을 중심으로 암컷을 온 몸으로 칭칭 감고 조여 들어간다.
저것 죽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세게 조여든 이후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수놈은 곧바로 알에다 정자를 뿌린다. 이런 행위는 2분 간격으로 여러 번 반복한다. 미꾸리 수놈은 ‘도망의 명수’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땅속으로 파고들어 숨는 것은 물론이고, 몸집이 작고 성장도 느려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꾸리를 양식할 때는 암놈 위주로 한다.
미꾸리는 생명력이 강해서 3급수에서도 잘 살며 가뭄이 심해 물이 말라버려도 뻘 속에서 견디면서 살아남는데 겨울에는 오랫동안 동면을 한다. 물고기를 어지간히 안다는 사람도 헛갈리는 게 미꾸리와 미꾸라지의 분류다.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리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분명히 분류학적으로 다른 종이다. 가장 큰 차이는 수염과 몸통에 있다.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 몸통이 둥근데 비해서 미꾸라지는 긴 수염에 좀 납작하다. 맛은 미꾸리가 좋지만 성장 속도는 미꾸라지가 훨씬 좋고 여간 오염된 곳에도 잘 살기에 사육하는 것은 보나마나 등치 큰 미꾸라지다.
성장 빠른 암놈위주 양식 … 뻘 속에서 冬眠
미꾸리는 주로 추어탕을 끓여서 먹는데 내장과 뼈까지 함께 삶아서 조리하기 때문에 비타민 A와 D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식생활에서 중요한 무기질의 공급원이 된다.
미꾸리 요리의 별미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추두부탕(鰍豆腐湯)이다. 솥에다 두부와 미꾸리를 함께 넣고 불을 때면 열기를 견디지 못한 미꾸리들이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 죽게 되는데 이것을 썰어서 향유로 지져 탕을 끓이는 것이다.
이 조리법에 대해서는 두부요리를 즐겨먹는 사찰의 젊은 승려들이 동물성 식품이 먹고 싶어서 추두부탕을 만든 뒤 나이든 승려들에게 미꾸리가 들지 않은 두부탕을 내놓아 자신들이 추두부탕을 먹는 것을 속였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두부 요리는 일본에 전해져 이추지옥(泥鰍地獄), 즉 미꾸리의 지옥이란 뜻으로 불리고 있다.
한방에서는 미꾸리의 효능에 대해 ‘속을 덥게 하고 기를 더해주는 식품’으로 말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추어(鰍魚)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보하고 설사를 멈추며 일명 추어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방약합편에는 “맛은 달고 성은 평(平)하다. 기를 더하고 주독(酒毒)을 풀고 당뇨병을 다스린다”고 소개했다.
글 /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 촬영협조/남원광성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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