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어왔으며 민간 신앙에서도 한 몫을 하는 생선이 바로 명태다. 그래서 제사상은 물론이고 대문 문설주 위에 매달리기도 했으며 요즘은 새 차를 산 사람이 무사고를 기원하며 차체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눈(目)과 어둠을 밝게 해주던 고기
명태란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명천(明川)에서 태모(太某)라는 사람이 생선을 잡았는데 이름을 몰라 지명의 명(明)자와 잡은 사람의 성을 따서 명태라고 이름 붙였다”고 기록돼 있다.
또 함경도와 일본 동해안 지방에서는 명태간으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밝혔는데 ‘밝게 해 주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명태(明太)라 불렀다는 설이 있고, 함경도 삼수갑산의 농민들 중에는 영양 부족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해변에 나가 명태간을 오래 먹고 돌아가면 눈이 밝아진다 하여 명태라고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명태라는 이름이 문헌에 나타난 것은 효종 때부터인데 승정원일기에 “효종 3년(1652년) 10월 8일 사옹원 관원이 강원도의 진상 어류에 불량품이 있다는 것을 논하면서 대구어란(大口魚卵, 대구의 알) 속에 명태란(明太卵, 명태의 알)을 섞어 넣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상태에 따라 싱싱한 생물 상태의 것을 ‘생태’라 부르고,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얼고 녹기를 반복해 노랗게 변한 것은 ‘황태’,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건조시킨 것은 ‘코다리’, 하얗게 말린것은 ‘백태’, 딱딱하게 마른 것은 ‘깡태’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또 잡는 방법과 지방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지는데 북방 바다에서 잡힌 것은 ‘북어(北魚)’,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 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것은 ‘강태(江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명태는 ‘왜태(倭太)’라고도 불린다.
버릴 것 없는 생선 … 찌개, 젓갈, 국거리 ‘으뜸’
한류성 바닷고기인 명태는 수온이 1~10℃인 찬 바다에서 살며 북태평양 베링해를 비롯해 오호츠크해와 한반도 동해에서 많이 난다. 명태는 어느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팔방미인’ 생선인데, 살코기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과 알은 창란젓과 명란젓을 만들어 먹고, 곤이(물고기 수컷의 정액 덩어리)는 빼서 국을 만들어 먹는다.
또 강원도에서는 소금에 절인 아가미로 ‘서거리 깍두기’를 담그거나 생채에 넣어 먹는다. 해방 전에는 북어와 피문어, 홍합, 파를 한데 넣은 ‘건곰’이란 국을 만들어 노인이나 병후 환자들의 보신용으로 애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생선인데, 이는 천지신명에게 바치는 음식은 어느 한 군데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동서고금의 불문율에 가장 잘 맞는 생선인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명태가 각종 독(毒)을 푸는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데 민간의학자 인산 김일훈 선생의 저서 ‘신약’에는 명태가 연탄가스 중독과 독사, 지네, 광견 독 등을 푸는데 신비한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풍부 … 겨울철이 '제철'
우리 민족과는 각별한 사이인 명태는 그만큼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을 국 끓인다’는 말은 몹시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조롱하는 말이고,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는 말은 명태를 파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니고, 딴 생각으로 벌이를 한다는 뜻이다.
‘북어 껍질 오그라들 듯’은 재산이 점점 적어진다는 뜻이고, ‘동태나 북어나’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북어는 먼 함경도에서 동해와 황해를 휘돌아 오고 수량이 많아서 아무리 빨리 팔아도 대여섯 달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북어를 싣고 온 화물주는 자신이 지정한 객주에게 판매를 위탁하고 그 판매 대금이 걷힐 때까지 몇 달이고 그 집에 머물렀다. 북어를 넘겨주고 난 다음부터 화물주는 하릴없이 돈 받을 날만 기다리면 되었기 때문에 남의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음을 이르는 말로 ‘북어 값 받으러 왔나’란 말이 있다.
우리말에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노가리’란 말이 있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로, 명태는 한꺼번에 매우 많은 수의 알을 깐다고 한다. 명태가 많은 새끼를 까는 것과 같이 말이 많다는 것을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주요 영양소를 살펴보면 마른 명태 100g당 단백질 61.7g, 지방 3.1g, 회분 4.1g, 칼슘 2백43㎎, 인 5백82㎎, 철 2.7㎎이 함유돼 있으며, 류신과 페닐알라닌, 라이신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다양하게 들어있다. 명태의 제철은 겨울철인 1~3월이며, 겨우내 강원도 준령에서 얼고 녹기를 거듭한 황태도 이즈음 제 맛이 날 때다.
글 / 남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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