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수처리기구의 품질에 대한 순위발표가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에 의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는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일부터 금년 6월 8일까지 제2단계에 걸쳐 실시하고 있는‘옥내 급수관 물리적 부식방지 수처리기기 실험’결과를 공개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이 실험 결과가 공개될 경우 향후 수처리 시장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민간자율시장의 경쟁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의 이러한 정책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양심적인 업체들은 이번 실험에 참여하지 않는 등 수처리 실험 결과 공개가 적지 않은 잡음과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제품 품질시험에 관공서 개입은 위험한 요소
민간기업의 수처리 제품에 대한 품질실험을 관공서가 직접 나서서 실시하는 자체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수처리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같은 실험을 하는 이유가 ‘좋은 제품을 선별하여 소비자에게 천거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 관공서가 일반 사기업의 제품에 대한 성능평가를 실시하고, 여기에다 발표까지 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과 구매권리에 맡겨진 자율시장경쟁체재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밀한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일례로, 다른 어떠한 가전제품, 공산품 등에 대해서도 순위발표식의 관공서 개입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산품의 품질기준에 대한 적합성 여부의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아예 순위를 매겨 발표하겠다는 것은 시장질서에 혼돈을 초례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은 관공서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이미 시장의 원리에 의해 경쟁력 있는 제품은 생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도태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정부발표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점 때문에 1등 이외의 여타기업 제품은 생존경쟁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을 물쓰듯 하다보니 물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OECD국가 중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이후 수처리 기술 등 물과 관련된 각종 다양한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적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처리 기술은 1~2년 이내에 성과물이 도출될 만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물 부족국가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온 국가에서 개발되어 국내로 유입된 각종 수처리 관련기술들을 살펴보면, 간단한 것처럼 보여도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제품 하나하나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제품의 기술력 재현을 단기간에 걸쳐 화려한 성적표를 제출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환경에 적합한‘신토불이형 신기술’재탄생돼야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각 나라마다 환경에 적절한 고유기술이 함께 접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같은 수도관이라도 염소의 이온농도에 따라, 그리고 관종의 특성에 따라 부식율은 그 속도를 엄청나게 달리하기 때문에, 외국의 수처리기술을 적절히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환경의 요소가 가미되어 우리나라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신토불이형 신기술이 재탄생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의 수처리 기술처럼 디테일한 기술을 요구함에도 불구, ‘옥내 급수관 물리적 부식방지 수처리기기 실험’결과 공개처럼 단 한번의 실험결과에 의해 기업의 사활이 결정된다면, 이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1등 이외의 실험에 참여한 모든 기업은 물론,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도 시장의 원리에 따라 타격은 자연발생적인 현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실에서 1등으로 발표된 기업의 제품이 현장에서 실험실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차피 제품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 측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업의 관련기술에 대한 DB 확보차원에서 업체들과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실험에 착수했으나, 모 언론사가 이를 ‘밀실행정’이 아니냐며 공개하는 바람에,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문회의부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는 외부의 비난을 의식해서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인가? 라는 충분한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 아니냐고 업계 관계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관계자는 1위부터 10위까지 투명하게 관련기술에 대한 순위를 공개해 만의 하나 있을 수 있는 ‘특정업체 봐주기 식’의 선정성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또 이 실험은 사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용역과제였다고 밝히고,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실험데이터만 공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책임을 면하고 좋지 않은 결과와 파장은 모두 업체의 몫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아이러니가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업체들은 자신들의 무덤을 스스로 판 격이 되는 것 아니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水처리방식 다양, 운전시간 제각각, 시험배관도 문제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데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물리적 수처리기 실험에 참여한 10개 업체의 수처리 방식이 자기방식을 비롯하여 이온방식, 원적외선(세라믹), 벤추리에 의한 정전기효과 이용, 전기방식, 촉매방식, 전자장식 등 7가지 방식으로 다양하다. 이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다 두고 순위를 매길 것이냐 하는 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여기에다 운전시간도 각 수처리 방식에 따라 2~4시간에서 24시간, 크게는 72시간까지 간극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시험배관도 탄소강관과 아연도금강관 두 가지를 기본으로 노후아연도 배관, 99%탄소강관 등의 변형된 배관이 들어가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순위를 매기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부 수처리기기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각종 문제점을 고려할 때, 이미 서울시는 참여업체들의 실험결과가 어떻게 도출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미리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할 때 이 실험은 좋은 제품을 선별하여 소비자에게 천거, 업체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수처리 장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련업계의 시각이 강하다.
사실 이러한 연유에서 제1단계 실험에서 거의 절반이상의 업체가 제2단계에서 재차 실험을 않고 불참하게 된 주된 동기가 된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제2단계 Pilot Plant가 검증된 변별력을 제대로 갖춘 실증플랜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험에 의존한 기술력을 검증받기 보다는 독자적인 마케팅 수단을 동원,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길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믿고 안심시키는 첩경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제1단계 실험 참여업체가 제2단계에서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가 현장과 실험실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부 참여업체들의 신뢰성을 무너뜨린 또 하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덧붙였다.
수처리기기 제품의 궁극적 해결과제는 ‘현장 문제’
수처리기기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사안은 실험실 내부설비가 아닌 현장의 문제이며, 아무리 실험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실험실의 장비환경이 현장의 실감나는 모습을 재현하지는 못한다는 점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험을 위해 갖추어진 설비는 현장의 설비와 결코 동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험실 결과가 아무리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켜 주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실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실험실 결과는 좋지 않게 도출되었어도 현장에서의 결과는 정반대로 좋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처럼 실험실보다는 현장에서 시험결과가 좋게 나타날 경우에는 현장 밖의 실험은 어쨌든 인정받기 어려운 분모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험실의 설비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년이라는 기간 내에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하여 일부 실험실의 설비를 현장에는 적용되지도 않는 흑강관으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흑강관은 부식을 잘 일으키기로 유명한 관종의 하나로, 현장에서 부식억제효과만 발휘하여도 대단한 것인데, 서울시 상수도연구소가 현장에서 사용되지도 않는 흑강관을 실험실 설비 시스템에 적용시켜 부식을 완전히 근절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또한 물리적 수처리기 업계 관계자는 현장과 너무 판이하게 다른 통수시간도 문제로 지적했다. Pilot Plant 운전조건을 현장에서의 물 사용량만큼만 기계장치로써 획일적으로 통수하는 시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통수조건은 실험실 조건과는 무척 대조적인 부분이 많다. 현장은 물을 한번에 많이 쓰기도 하고, 긴 시간동안 쓰지 않기도 하며, 짧은 시간에 용·불용이 반복되기도 하는 등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돌아간다. 이런 현장의 특수성이 실험설비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업계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순위발표는 특정기업 ‘특혜시비’의혹 오해소지 다분
특히,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는 옥내 급수관 물리적 부식방지 수처리기기 실험을 실시하면서 참여기업들이 이를 제품의 용기 포장 등에 표시하지 않음은 물론, 기기를 시험하는 상수도 연구소를 광고 또는 선전 등에 이용할 수 없게 하는 동의서를 받아내기까지 한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본 모형실험 장치에 의해 얻어진 실험결과를 자문회의를 비롯한 참여업체, 언론 등에 1위에서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대내외적으로 공개까지 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판단할 확고한 기회까지 부여해놓고, 이를 제품의 용기나 포장 등에 표시해 광고에 사용하지 말 것을 명시한 것은 얼마든지 특정기업만을 살려주겠다는 ‘특혜시비’의 의혹을 불러올 오해의 소지가 다분할 가능성이 있다.
자유경쟁체재를 갖춘 시장의 원리는 어떠한 연유를 막론하고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서울시의 부식방지 수처리기기 실험발표 이후 경쟁에서 밀린 기존의 제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제품은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다.
또한 수년 뒤에는 다시 새로운 제품이 나타나 시장형성의 대열에 동참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향후 다양한 방식을 지닌 각종 수처리기기가 시장에 나타날 때에도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는 이들 업체를 참여시켜 동일 목적의 실험을 재현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서울시, 순위발표 통해‘퇴출기업’만들 하등의 이유 없다
명목상은 ‘기업에 대한 DB구축’과 ‘품질 좋은 제품을 선별하여 소비자에게 천거하기 위함’이지만, 순위까지 매겨 발표하는 것은 참여업체를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업체만 살리고 나머지 경쟁력 없는 기업은 모두 퇴출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냐는 강한 의혹의 시각이 팽배하다. 일부 관련업계에서는 만약, 서울시가 이러한 목적이 아니라면 순위를 발표해 퇴출기업을 만들어나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실험에서 순위가 발표된다면 경쟁력 없는 일부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러나 시장진입이 짧은 신규업체들로서는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 이유는 신생업체는 시장에 투자한 금액이 기존업체에 비해 작을 뿐 아니라, 자사(自社) 스스로도 제품성능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실험에 참여한 관계로 실험결과가 나쁘면 시장에서 언제든지 철수해도 별반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는 정반대로 신생업체의 실험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타날 경우에는 품질우수성과 자금력을 동원하여 기존 업체들이 시장에 발붙일 수 없는 조건을 얼마든지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점을 기존 업체들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호조건으로 인해 신생업체들은 제2단계 수처리기기 실험에서도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경우에는 신생업체를 경계한 나머지, 실험 결과에 매우 신중하다보니 요구사항도 많고 실험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한 반면, 신규업체들은 ‘무조건 해보자’는 식의 강한 의욕으로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지난 ’05년 9월 1일부터 물리적 부식방지 수처리기기의 성능평가 일환으로 제2단계 ‘옥내 급수관 물리적 부식방지 수처리기기 실험’이 실시되어 금년 8월 1일로 종료된다.
정부가 실험에 의혹이 없었다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 한 점 의혹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1위에서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그 결과를 언론 등에 공개하는데 있다.
서울시 상수도 연구소가 일부 언론이 공개한 ‘밀실행정’의 의혹해소 화살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실험에 참여한 업체에게 순위까지 매겨 공개할 경우, 그 후폭풍이 몰고 올 파장과 심각한 후유증은 십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순위공개 시 특정기업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시장질서의 교란과 함께, 기호에 알맞은 다양한 제품을 취사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 몫의 자율성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현명하고 공정한 공무원이라면 이러한 일을 벌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오직 수 처리기기만 순위가 발표되어야 하냐고 항변한다. TV, 자동차, 냉장고, 청소기 등의 제품순위가 공무원에 의해 발표된다면 온 국가가 흔들릴 엄청난 일이 될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취재 / 이준채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