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허와 실’

고추·고추장 항암효과, 동물실험서 ‘합격점’
이준채 | eco@ecomedia.co.kr | 입력 2006-02-24 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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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품 연구통한 산업화 및 신약 후보물질 기대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찌개나 탕을 먹는 동안은 온몸이 더워지고 후끈후끈해져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식사를 하게 된다. 고추의 매운맛인 ‘캡사이신’ 성분 때문이다.
고추 속의 캡사이신은 0.2∼0.4% 밖에 안 들어 있는데도 강한 매운맛을 낸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체지방을 줄여주어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추 및 고추장은 동물실험에서 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져 주목되고 있다.

고추 ‘다이어트·항암효과’인체데이터 아직 없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우리 인체에서 땀을 내는 등 기운을 발산하고 확산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런 확산작용은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부진을 해소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우울하고 침체된 기분을 없애는 역할을 해준다.
이밖에도 캡사이신은 노화 지연작용과 소금을 덜 먹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끓여도 국물이 우러날 만큼 성징이 강하며 껍질보다 씨앗 부분에 풍부하고, 열에 강하며 비타민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조리를 해도 영양소 파괴가 적다.
‘캡사이신’ 성분은 지방을 연소하는 효과가 있어 운동 중에 지방산을 유효하게 이용하도록 해준다. 매운 것을 먹을 때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르는 것은 이 캡사이신 성분이 몸 속의 지방을 연소해 준다는 증거이며, 몸을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캡사이신이 지방을 연소해 이것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 즉,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가 적은 이유 중의 하나도 매운 음식을 즐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고추뿐만 아니라 고춧가루나 고추장 등의 매운맛 성분이 들어가 있는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확실히 살이 빠지는 효과와 항암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확실한 단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고추장찌개, 김치 등 매운 것에 익숙한 우리에겐 특별히 고추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또 위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위에 자극을 주는 고추다이어트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체질을 알고 의사나 전문영양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부의 고추 연구 학자들은 식생활의 일부분인 고추자체가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를 좌우하는 근간으로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며, 항암효과 역시 대부분 배양된 세포와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얻어진 결과치로 실제 캡사이신이 인체 암의 발생 및 진행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많은 임상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붉은고추 섭취량 많을수록 캡사이신 민감도 낮아
경상대 식품영양학과 김석영 교수팀은 “20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젊은 한국여성에서 붉은고추의 섭취량, 캡사이신 역치, 영양소 섭취량 및 신체계측간의 관련성’ 연구논문을 통해 붉은 고추 하루 섭취량과 신체 치수를 비교한 결과 캡사이신이라는 교감신경 항진 물질이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추가 비만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 고추 섭취량과 신체 치수를 비교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고추 단일 품목의 섭취량을 늘려 살을 뺀다는 속칭 ‘고추 다이어트’의 효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붉은 고추의 양을 측정해 이뤄진 것”이라며 “단순히 고추를 많이 먹을수록 살이 빠진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과학적으로 무리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자연스러운 식생활의 일부분인 고추자체가 다이어트를 결정짓는 근간으로 작용하는 데에는 아주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의 실험결과를 요약하면 24시간 회상법으로 자연스러운 환경하에서 측정한 조사대상자들의 영양소섭취는 양호한 편이었으며, 신체계측치도 정상범위에 있었다. 1일 붉은 고추 섭취량은 약 4.6g이었으며 평균 캡사이신 역치는 0.27ppm이었다. 캡사이신 역치는 붉은 고추 섭취량과 유의한 정상관관계를 나타내어 붉은 고추 섭취량이 많을수록 캡사이신에 대한 민감도가 낮았다.
붉은 고추 섭취량은 열량 및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의 3대 영양소 섭취량과 정상관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철분, 비타민A, 비타민 B2, 나이아신, 비타민E 섭취량과도 유의한 정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칼슘, 비타민 B1, 비타민C 섭취량은 붉은 고추 섭취량과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붉은 고추 섭취량과 체지방량 및 허리둘레는 유의하게 역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캡사이신 역치는 맥박과 유의한 역상관관계를 보였다.
정상체중의 여대생의 경우 붉은 고추 섭취는 캡사이신 역치와 열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양소섭취와 정상관관계를 보였고, 체지방량 및 허리둘레와 역상관관계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캡사이신, 마우스 피부암 촉진단계 차단 ‘항암작용’
서울대 약학과 서영준 교수는 ‘고추의 암예방 효과’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캡사이신은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아민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하는 한편, 암세포에 처리시 아폽토시스를 통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함으로써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암과정은 다단계로 구성되며, 크게 개시 (initiation), 촉진 (promotion) 그리고 진행 (progression)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림 1). 대부분의 발암성 화학물질들은 우리 몸에 들어와 간에서 대사되어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로 활성화된 후 표적세포의 DNA를 공격함으로써 암화과정을 개시하는데, 캡사이신은 발암원 물질들의 대사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발암과정을 억제한다.
서 교수가 연구실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캡사이신은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아민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하고, 벤조피렌과 같은 화학적 발암물질로 유도된 마우스 피부암의 생성을 감소시켰다.
또한 캡사이신은 체내 유해산소인 활성산소종을 제거하거나 그 생성을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이 있으며 또한 염증 억제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DNA 산화적 손상에 의한 암 개시는 물론 종양 촉진이나 진행과정 또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캡사이신은 마우스 피부암의 촉진단계를 차단하였고 아폽토시스를 통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함으로써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캡사이신에 의한 세포자살 유도는 동일한 실험조건에서 정상세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캡사이신은 암전이 작용까지 갖는다. 마우스 피부암 세포를 마우스 꼬리 정맥을 통해 폐로 전이 시켰을 경우 캅사이신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는 암세포의 전이가 현저히 억제됨이 관찰되었다 (그림 2).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캡사이신은 앞서 언급한 다단계 발암과정의 모든 단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림 1).
특히 캡사이신이 암세포의 증식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NF-kB 및 AP-1 과 같은 전사인자들과 세포내 신호전달 네트웍의 특정 인산화 효소들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항암 및 암 예방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쳐리뷰 (Nature Review) 에 수록된 논문에 소개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대부분 배양된 세포와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얻어진 것으로 실제 캡사이신이 인체 암의 발생 및 진행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임상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서 교수는 밝혔다.

‘오래 숙성된 고추장’, 암 예방효과 증가한다
고추장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오래 숙성된 고추장일수록 암 예방 효과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고추장의 암 예방 효과’논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밝혔다.
박 교수는 “흰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함유된 고춧가루도 암 예방 효과가 있지만 고추장은 효과가 더 높았다”며, “고추장의 발효과정과 제조방법 등이 암 예방 효과에 영향을 미치며 숙성될수록 그 효과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숙성된 고추장은 지방 성분을 많이 섭취하더라도 체중이 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 같은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캡사이신이 지방 합성을 방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논문 가운데 고형암 성장 저지효과 실험을 통해 고추장의 암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시료에 의한 항종양효과를 보기 위하여 마우스의 왼쪽 서혜부 피하에 종양세포를 이식시킨 후 20일 동안 시료를 투여하고 이로부터 32일이 지난 다음 마우스를 해부하여 종양을 분리하여 그 무게를 측정하는 항암실험을 하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양세포만 이식한 대조군은 종양의 무게가 6.0g인 반면, 숙성된 전통고추장은 3.3g으로 감소하여 45%의 종양생성 억제효과를 보였으며, 숙성되지 않은 전통식 고추장과 공장식 고추장의 경우 각각 17%, 23%로 낮은 종양생성 저해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점막 손상’예방가능성 시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의 하나로 국민 일인당 하루 5.1 g 연간 약 2-4 kg의 고추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는 단순히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고 미각을 돋우는 기능 외에도 한방에서 발한, 건위, 구충제로 이용되며, 양방에서는 신경통, 류머티즘, 기관지염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실제 오렌지나 레몬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으며, 당근만큼이나 비타민 A가 듬뿍 들어 있다.
고추의 독특한 매운맛인 캡사이신 (capsaicin)이라는 알칼로이드 화합물은 고추의 종류와 경작 조건에 따라 함유량은 0.1%에서 1% 범위 안에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이차 대사산물로서, 고추의 발육에는 별 상관없는 물질이나, 다른 동·식물들로부터 고추를 보호하고 종자의 번식을 도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자극성이 있는 매운 음식의 섭취가 위점막을 손상시켜 만성 위염의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위암발생률을 높인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속설과는 달리, 상용량으로 섭취하는 고추는 위점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실험적으로 유도된 위궤양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고추추출물과 그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을 쥐에 투여하였을 때, 아스피린이나 알코올로 유도된 위점막 손상에 대해 보호효과를 나타내었다. 또한 캡사이신이 배양된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는 위암발생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점막 손상이 고추에 의해 예방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캡사이신의 위장관보호 효과’과학적 조명 필요
고추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인들에서는 다른 남방민족들보다 위암 및 대장암의 발생율이 훨씬 낮은데, 이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고 위점막을 방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반면, 싱가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서 위궤양 발생비율이 높은 것은 아마도 이들이 앞서 언급한 싱가폴내 타인종들에 비해 고추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멕시코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도 매운 고추의 섭취량이 많음에도 불구, 위암의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와 더불어 고추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위암의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매운 음식의 섭취와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생률이 관계가 깊다는 속설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캡사이신의 위장관보호 효과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민족과 마찬가지로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멕시코에서 실시된 역학조사 결과도 고추 섭취량과 위암발생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오히려 고추나 캡사이신이 발암억제제 또는 항암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캡사이신은 항산화, 염증 억제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조직의 산화적 손상을 막고 종양 촉진이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부분의 발암성 화학물질들은 체내에 들어와 간에서 대사되어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로 활성화된 후 표적세포의 DNA를 공격함으로써 암화과정을 개시하는데, 캡사이신은 발암원 물질들의 대사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발암과정을 억제한다고 보고 있다.
고추는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김치와 고추장을 담그는데 가장 필수적인 향신료다. 고추의 기능성과 약리활성을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우리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식품을 산업화하고, 나아가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연구를 거듭한다면 세계화의 터전마련도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을 비롯한 각종 화합물들의 생리활성 및 약리작용을 세포 및 분자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신약 후보물질들의 도출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취재 / 이준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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