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이 생태계 파괴의 원흉?

<외래종>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2-23 13: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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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진화한 생물이 어떤 이유로 옮겨온 것을 외래종으로 정의한다. 악명 높은 황소개구리를 비롯해 블루길, 배스, 붉은귀거북은 잘 알려진 외래종이다. 동물뿐 아니라 돼지풀이나 서양등골나물 같은 식물 외래종도 있다. 이들 외래종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종종 묘사된다. 과연 외래종은 생태계 파괴의 원흉인가. 마치 자연환경 파괴가 모두 이들 때문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닥치는 대로 잡아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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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의 창궐, 종(種) 자체 문제가 아니라‘사람 탓’
결론부터 얘기하면 외래종이 기존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녀사냥 하듯 잡도리할 대상은 아니다. 나름대로 환경에 좋은 기능을 하는 종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외래종을 들여오고 그들이 번창할 수 있는 교란된 환경을 만든 사람들이 먼저 비난받아야 한다.
어떤 외래종보다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황소개구리의 사례를 보자. 북미 원산의 황소개구리는 70년대 이후 일본을 거쳐 식용개구리로 도입됐다. 그러나 개구리 뒷다리를 수출하기 위해 들여온 황소개구리는 먹이 등 까다로운 생태 때문에 사육이 어렵게 되자 사육장을 방치해 자연계로 퍼져나갔다. 80년대 동안 황소개구리는 전남을 중심으로 전북과 충청, 경북, 그리고 경기 지방에까지 번졌다.
90년대 중반부터 언론은 황소개구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독특한 울음소리와 함께 물고기는 물론 토종 개구리와 새, 작은 뱀까지 먹어치우는 포식성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태계의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세력을 확산하고 있는지, 천적이 있는지, 나아가 계절에 따른 먹이가 무엇인지를 가리는 체계적인 연구는 드물다. 다시 말해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밝혀내기도 전에 박멸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녹지훼손과 자연파괴에 대한 국민의 점증하는 불만을 황소개구리를 속죄양 삼아 해소하려는 듯 대대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작업에 나섰다. 환경부는 개구리 잡기 행사뿐만 아니라 중고생에게 황소개구리 잡기를 자원봉사로 인정하는가 하면 IMF 위기 때는 실업극복의 일환으로 황소개구리 잡기를 공공근로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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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도 외래종 … 망초, 달맞이 토양침식 예방
2000년대 들어 황소개구리의 기세는 꺾였다. 왜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다. 소탕작전 덕분이란 증거도 없다. 애초에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생태계에 잘 맞지 않았는지 모른다. 우리와는 기후가 많이 다른 북미 원산이란 점이 그런 추정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황소개구리가 번창하게 된 근본 원인은 습지가 각종 개발로 없어지면서 토종 개구리들이 급속히 줄어들었고 뱀이나 너구리같은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거의 사라진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망가뜨린 주역이 아니라 생태계의 빈자리를 한 때 메워준 ‘손님’으로 평가될지도 모른다.
물자와 사람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외래종은 어디서나 골칫거리이다. 외항선박이 배의 무게를 잡기 위해 담아두는 물인 밸러스트와 수출입 물자와 원자재는 외래종이 침입하는 주요 통로이다. 수입농산물과 목재 등에 묻어 국내에 들어와 곡물 수송로와 주변에 번진 외래식물은 320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처럼 천식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를 끼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처럼 오래 전에 들어와 우리의 정서까지 자리 잡은 오랜 외래종도 있다. 망초나 달맞이꽃처럼 대부분의 외래식물은 환경이 망가진 곳에 들어와 번창하면서 토양침식을 막아주는 등 좋은 기능을 한다. 토종식물들이 번창하면 외래종의 세력은 자연히 누그러진다. 60~70년대에 민둥산의 사방용으로 많이 심은 미국산 리기다소나무는 요즘 참나무와 소나무 틈에 끼어 성장이 현저히 느려진 것들이 많다. 외래종 물고기인 블루길과 배스는 인공호수나 환경이 교란된 하천에서 기승을 부리지만 섬진강과 같은 오염되지 않고 토착 생태계가 잘 짜여진 자연하천에선 맥을 못 춘다.
외래종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단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은 관리를 소홀히 한 사람들 몫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과공해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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