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전략적인 성비조절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2-22 17: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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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의 암수비율이 1대 1로 유지되는 이유는 ?

@P1@01@PE@

우리 인간은 원하는 성(sex) 즉, 딸 혹은 아들을 선택하여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아들을 원한다고 해서 혹은 딸을 원한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한 성을 선택하여 낳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떨까?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원하는 성의 새끼를 임의로 선택하여 낳지 못하는 것인가? 놀랍게도 동물들은 인간과 달리 새끼의 성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딸과 아들을 선택하여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능력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효율적으로 더 많이 증가시키기 위한 적응의 결과이다. 필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괭이갈매기(larus crassirostris)는 먹이가 풍부한 번식시즌 초반은 아들을 많이 낳는 경향이 있고 먹이가 부족한 후반기로 갈수록 딸을 많이 낳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아들이 딸보다 더 많은 먹이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족한 먹이자원을 새끼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번식성공률을 높인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많이 퍼뜨릴 수 있게 된다.

먹이경쟁과 번식경쟁을 고려해 새끼의 성(性)을 결정한다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은 새끼의 성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쪽 성이 많이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세 가지 상황일 때 주로 나타난다.
첫째, 모친의 몸 상태(body condition)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붉은큰뿔사슴(Cervus elaphus)은 전형적으로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함께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하렘(harem)’을 형성하는 종이다. 이와 같은 생활방식으로 인해 암컷이 선호하는 새끼의 성은 주로 ‘아들’이 된다. 왜냐하면 아들 하나만 잘 낳으면 여러 암컷을 거느릴 수 있어 부모 자신의 유전자를 포함한 많은 수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아들'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서식환경이 좋지 않은 조건의 암컷은 반대로 '딸'을 주로 낳는다. 열악한 조건에서 태어난 아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강하지 못하게 자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렘은 물론이고 평생 짝도 못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오히려 ‘딸’이 더 유리한 것이다.
둘째는 일정지역 내에서 배우자 경쟁을 하는 성은 선호하지 않는다. 무척추동물 중의 하나인 난태생 진드기류(Mite Acarophenox)는 한 마리의 아들과 20여 마리의 딸을 낳는 종인데 아들은 어미의 태내에서 딸과 교미를 하고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한다. 결국 수컷은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사망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오직 딸 밖에 없다.
셋째는 일정지역 내에서 부모와 경쟁(배우자, 먹이 및 세력권 등)하는 성보다는 부모를 도울 수 있는 성을 선호한다. 만약 아들이 성장해서 분산하지 않고 부모를 상대로 먹이와 배우자를 두고 경쟁한다면, 아들 대신에 주로 딸을 선호하게 된다.

@P1@02@PE@

성비균형의 이유 … 번식과 전체개체군의 안정
이 밖에 주변 온도변화에 따라 성이 변하는 종도 있다. 바다거북(chelonia mydas)의 알은 산란장소의 모래온도에 따라 아들과 딸이 결정된다. 28℃ 이하에서는 수컷으로 태어나고 30℃ 이상에서는 암컷으로 태어난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새끼의 성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낳을 수 있으며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호하는 성이 동물에 따라 다르지만 자연 상태에서 모든 동물의 성비는 거의 1:1로 유지된다. 왜냐하면, 일시적으로 성비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더라도 개체수가 적은 쪽의 성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성비는 1:1로 유지되고 수컷과 암컷의 번식이득도 동일해 지며 전체 개체군도 안정될 것이다. 인간은 과연 어떤 성의 자녀가 나중에 자신에게 유리할까? 아마도 나라별 시기별로 선호하는 성이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해 있었지만 호주제의 폐지와 가부장제도의 쇠퇴로 아들의 선호도가 예전 같지는 않다. 동물들은 철저히 모계중심사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 영 수
경희대학교 한국조류연구소 전임연구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출강
한국조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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