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전국 480개교 초·중·고등학생 1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신체검사 결과를 분석, 발표한 결과 학생 1천 명당 8명이 고도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비만이라 함은 표준체중을 50%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초등학생 0.61%, 중학생 0.87%, 고교생 0.98% 등 평균 0.77%로 1,000명 중 8명이 고도비만이었으며 학년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화된 식단 등으로 고도비만을 비롯한 비만학생이 증가추세를 보임에 따라 학교보건법을 개정, 2006년 1월 1일부터는 초1~4학년 및 중학교 1학년도 고교 1학년과 같이 종합검진차원의 건강검진이 실시된다.
비만 학생들이 증가하는 문제는 패스트푸드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달고 짜고 기름진 것을 즐겨 찾게 되었다는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을 보완해 건전한 식생활 환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패스트푸드 역습의 ‘병든 입맛’은 비만을 비롯한 고혈압 등의 각종 질병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선학교의 급식교사에 따르면 햄 모듬찌개, 스파게티, 돈가스, 스테이크, 감자튀김, 치킨을 학교 급식에 내놓으면 거의 남기지 않지만, 건강에 좋은 식단인 흑미, 검정콩, 나물, 김치는 손도 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건강식단이 오히려 아동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밝힌다. 사정이 이렇다가 보니 일선 초등학교의 영양사는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차릴 때에는 인스턴트나 냉동식품을 함께 식단에 올리고 있다며 어려운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김치가 나오면 물과 함께 꿀꺽 삼킨다?
이처럼 서구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급식에서 설탕, 소금, 지방의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의 S초등학교에 다니는 이 모양은 집에서 거의 먹지 않는 김치가 나오면 물과 함께 꿀꺽 삼킨다며 매일 맛있는 고기요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아동들의 서구화된 입맛을 단적으로 반영했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과의 질병의 유병관계를 살펴보면, 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은 비만을 초래하고 혈당 상승, 어린이의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소금기가 들어간 짠 음식은 고혈압이나, 위암, 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방이 풍부한 기름진 음식은 비만, 심장병, 뇌졸중, 고지혈증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또한 위궤양 등 위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선 초등학교의 모 교사는 급식 때 학생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아무리 우유가 건강에 좋다고 강조해도 콜라나 초코렛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일 40개가 넘는 우유 가운데 10개 가까이가 고스란히 남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들이 급식 때 받은 우유를 학교 앞 가게에다 100원씩을 받고 팔아서 용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식습관 망치는 주범은 ‘패스트푸드’
중학생의 경우에는 서구화된 입맛이 초등학생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업을 마치기 무섭게 친구와들과 함께 학교주변의 패스트푸드 가게로 삼삼오오 짝지어 몰려다니기 일쑤다. 이들 중학생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절반 이상 남겼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이를 보충이라도 하듯이 햄버거세트나 아이스크림, 그리고 치즈스틱을 주문해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광경이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런 성향의 학생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비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우리 학생들의 입맛이 서구화의 입맛에 깊숙이 물들어가고 있다. 달고 짜고 기름진(달·짜·기) 음식 아니면 먹으려 하지 않으며, 이런 식습관은 결국 쉽게 고쳐지지 않아 대부분 성인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식습관을 망치는 주범으로 패스트푸드를 꼽는다. 우선 열량과 설탕, 소금, 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대표적인 이유다. 또한 패스트푸드는 이미 우리 청소년들의 식생활 환경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해 1,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가 매주 패스트푸드점을 1~4회 찾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틀에 한번 꼴로 즐기는 사람도 1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모 지역의 대학생(269명) 패스트푸드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30%가 주 2회 이상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학생은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고 식사의 규칙성, 다양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짜·기” 음식 즐기면 각종 성인병 초래
어릴 때 “달·짜·기” 음식을 즐길 경우 자라서 비만, 고혈압, 암, 당뇨병, 위장질환, 신장질환, 성격장애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나트륨 기준으로 4g 이하)의 3배 이상이나 된다. “달·짜·기” 음식은 또 비만을 부른다. 쌀밥 한 공기(220g)의 열량은 348㎉인데 비해 비슷한 무게(216g)의 큰 햄버거는 510㎉나 된다. 또 프렌치프라이 작은 것 6개(27㎉)는 갈치 두 토막과 같은 열량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햄버거세트의 지방함량은 최대 41g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의 하루 섭취 기준량(50g)의 82%에 달한다. 고열량, 고지방의 패스트푸드로 인해 만성변비를 앓는 어린이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에는 섬유소가 적고, 지방을 비롯한 단백질은 대부분 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변이 오래 머물게 돼 딱딱해지면서 변비가 나타난다”는 것이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고온에서 기름에 튀기는 패스트푸드의 조리 과정에서 심장병, 동맥경화 등을 일으키는 트랜스 지방, 발암 가능물질로 알려진 아크릴아미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햄버거를 먹으면 소화를 위해 몸 안의 비타민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입맛이 없어지며 불안감 내지 초조, 두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콜라 등 청량음료엔 인(P)이 많아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성격이 급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만 학생들이 증가추세를 보임에 따라 학교급식의 식단도 서구화된 식단에서 탈피, 우리체질에 걸맞은 식단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래 식단은 모 초등학교 2005년 10월의 식단으로 우리체질을 충분히 고려한 식단으로 짜여진 느낌이다.
초등학교 급식 ‘잡곡밥’ 70%, 비만과 무관
특이한 것은 31일 중 실질적으로 급식이 지원되는 20일 중에서 잡곡밥이 차지하는 비중이 14회로 70% 선이며, 우유는 무려 22일간 지급되고 있었다.
아무튼, 도표에 나와 있는 학교급식의 식단이 극히 일부학교에 국한된 차림표일수는 있겠으나, 현재의 상태로 본다면 학교급식과 아동들과 비만과의 연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게 본다면 비만의 문제를 학교급식에서 찾기보다는 가정에서 잘못 길들여진 비뚤어진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하다. 김치와 된장을 싫어하고 피자와 햄버거를 선호하는 자녀들의 입맛이 체질화되어 간다면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자녀가 비만은 물론 성인병에 걸려 고통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자녀를 건강하게 지키는 길은 우선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하루빨리 탈출시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준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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