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대낮 멧돼지 습격사건

개체수는 ‘늘고’ 먹잇감은 ‘줄고’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1-25 16: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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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심 멧돼지 출몰은 생태계변화의 ‘사건’
얼마전 서울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서울시민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도심에 멧돼지가 출현한 것은 도시인들로서는 상상 의외의 일이었지만, 그러나 환경의 생태계변화 측면에서는 충격적인 사건 자체였다.
서울 도심에 멧돼지가 출현한 것은 지난 1년 사이에 이번이 벌써 네 번째로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살아나 복원되어 가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지난달 한강 둔치에서 붙잡혀 사살된 멧돼지는 몸길이가 1.6미터에 어깨높이도 1미터, 무게는 130킬로그램 정도로 적어도 2년생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멧돼지가 근육과 턱 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고, 털이 뻣뻣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야생 멧돼지로 추정, 이는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어나는 등 생태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야산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멧돼지들은 콩이나 고구마 등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 밭작물 수확기를 틈타 종종 민가로 내려와 포식을 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번에 평균 10마리의 새끼를 낳는 멧돼지는 호랑이나 시라소니 등의 천적이 사라지면서 최근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먹이감은 상대적으로 빈곤하게 되어 도심까지 먹잇감을 구해 출몰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또한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서울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난 위치로 미뤄볼 때, 서울 근교의 북한산을 비롯한 수락산, 그리고 검단산, 남한산, 축령산 등에 멧돼지들이 큰 집단을 이루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다.

개체수 2년 만에 4.1마리로 가파른 상승세
사냥을 즐겨하는 수렵인들은 검단산에 돼지가 많다고 밝힌다. 최근 서울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는 먹이를 찾아서 야산으로 들어왔다가 넘어온 것이라는게 이들 사냥꾼들의 생각이다.
이제 서울 부근에도 멧돼지가 살 만큼 멧돼지가 전국적으로 번성하고 있어 멧돼지의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지난 2002년 100ha당 3.8마리에서 2년 만에 4.1마리로 7.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멧돼지는 번식률이 높은데다, 농가 근처로 출몰이 잦아 농촌마을은 멧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멧돼지가 작물에 준 피해는 8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포획된 멧돼지도 1,900여 마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는 피해 농민에 따르면 어미와 새끼가 함께 줄줄이 밭으로 내려와 겁이 나서 농사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며 멧돼지를 보면 자극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실상 멧돼지의 성격은 그렇지도 않다.
실제로 경상북도의 한 농촌지역에서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새벽 무렵에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있던 한 농부는 멧돼지의 갑작스런 습격을 받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멧돼지등 야생동물 피해 신고 ’04년 2만건 돌파
이 같은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2002년 1만2,138건, 2003년 1만7,955건, 작년 2만639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로 농민들의 피해도 막심한 실정이다. 휴전선의 DMZ(비무장지대) 남쪽의 민간인통제구역 주변 지역은 피해가 특히 심하다.
13세기에 발간된 ‘향약구급방’에는 도토리를 ‘돝의밤(猪矣栗)’으로 적고 있다고 한다. 도토리라는 우리말이 ‘돝알이’, 즉 산에 사는 멧돼지가 즐겨 먹는 열매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산림훼손과 벌목 등으로 기존에 자생하고 있던 토종 도토리나무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청설모 등의 개체수가 늘어나 고유의 먹잇감을 다른 야생동물에게 빼앗기는 등 먹이사슬의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되자 멧돼지는 이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생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급증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생태마을 지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환경부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 너와마을, 울주군 언양읍 대곡마을,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마을 등 10개 마을을 생태마을로 지정하는 등 생태계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생태마을이란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고 지역주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거나 주민의 노력으로 자연친화적인 생활양식 등을 가꾸어 나가는 마을을 뜻한다.
생태마을은 특성상 대부분의 마을이 20~50호 정도의 전형적인 농촌 또는 산촌마을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주변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이 있고, 천연기념물인 수달 등 많은 종류의 야생동ㆍ식물이 더불어 서식하며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정부의 ‘생태마을’지정이 생태계복원에 한몫
생태마을로 지정된 지역주민은 유기농법실시 등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지역주민협의체’를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자연보전활동을 전개하는 등 지역주민 스스로 환경을 가꾸며, 전통문화를 보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우리나라 생태계 복원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환경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멧돼지는 성깔이 신경질적이고 경계심이 강하며, 후각이 무척 발달해서 반경 500m 이내의 물체도 식별해 낼 정도다. 동이 틀 무렵에 주로 활동하고 낮에는 휴식을 취하다가 해가 질 무렵에 다시 활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잡식성 동물로 먹성 또한 엄청나다. 먹잇감으로는 특히, 도토리를 좋아하고 고사리, 이끼, 죽순, 버섯, 나무뿌리와 개구리, 들쥐, 지렁이, 새의 알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야생동물의 먹이사슬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덥수룩한 모습과 흉폭한 사나운 성질을 가진 멧돼지는 호랑이만큼이나 민첩하며, 헤엄도 잘 친다. 특히, 송곳니를 이용한 공격력은 현재 우리나라 포유동물 중에서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저돌적(猪突的)’이란 말의 어원도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돌진하는 멧돼지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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