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서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이 말했다. “나도 골프를 즐기지만, 서울 안에서는 아니야!” 그러면서 가족공원으로 전환하자는 서명에 동참하셨다.
환경운동가인 나로서도 골프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도시에서 지친 육신의 피로도 풀고, 운동하며 넓게 펼쳐진 그린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상쾌함. 골프공이 홀에 들어갈 때의 짜릿함. 분명 나도 한 번 빠지면 그 맛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태골프장, 환경골프장이란 말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기 때문에 골프장을 만들려면 숲을 없애는 경우가 많다. 울창한 숲의 나무를 다 베고 만든 잔디밭이 어떻게 환경적일 수 있겠는가? 환경골프장이란 말은 언어적 유희에 불과하다. 시멘트 도로를 잔디로 바꾼다면 그것은 생태적일 수 있지만 수 십 년 자란 나무들을 베어내고 만든 잔디밭 골프장은 수 십 만 평의 녹색사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기왕에 만들어진 골프장에 수 백여 개 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그런데 꼭 서울 한복판 난지도에서 골프를 쳐야 할까?
먼지오염도 높은 서울, 10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할 녹지공간 절실
@P3@02@PE@20여년 동안 난지도에 수십번 올랐다. 난지도 그 곳은 아름다움이 있는 신혼여행지 꽃섬이었고,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었으며, 앞벌이 뒷벌이, 물렁이 딱딱이 양아치들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그랬던 쓰레기산 난지도가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숲이 되었다.
난지도에서 4인 1조 6분 간격으로 골프를 칠 때 10만평에 달하는 난지도 노을 공원을 단지 240명만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민 천만 명이 한 번 난지도골프장을 이용하면 100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난지도를 시민들이 애용하는 가족공원으로 만든다면 하루 10만 명이상이 누릴 수 있다. 난지도 노을공원의 반 밖에 안 되는 하늘공원에 하루에 수 만 명이 찾아드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서울은 공기가 매우 나쁜 곳이다. 먼지오염도가 OECD 국가 중 꼴찌다. 그래서 서울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동경이나 제주에 비해 평균 3.3년 일찍 죽는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의 녹지는 보잘 것 없다.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1인당 3평)의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고 뉴욕의 1/9, 스톡홀름의 1/24이다. 서울은 녹지가 절실하다. 서울시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나무가 많은 녹지가 필수다. 청계천을 찾는 하루 수십만 명의 시민들을 보면 그 간절함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난지도 노을공원은 청계천보다도 넓은 녹지공간 숲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10만평이 넘은 숲을 단지 240명만이 이용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10만 명의 서울시민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난지도 골프장은 사회정의 관점에서도 올바르지 않다.
서울시 ↔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유권 다툼으로 국민 바램 외면
여론조사 결과 난지도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전환하자는데 서울시민 87%가 찬성하고 있다. 한 서울시 의회도 만장일치로 가족공원 전환을 결의하였다. 시민들의 뜻이 분명함에도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소유권 다툼만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공공의 체육을 진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륜장, 경마장, 로또 등 사행성 사업을 통해 돈벌 궁리에 여념이 없고, 골프장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려 하고 있다. 하루 10만 명이 아니라 240명을 위함이 어떻게 국민체육진흥인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존재이유가 의심스럽다. 골프공이 날아다니는 바로 옆에 공원을 열겠단다. 기가 차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부족한 서울은 눈물나는 도시다. 그러나 난지도 노을공원에서 맘 놓고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보면 함께 행복해진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는 노을공원. 시민의 땅으로, 가족공원으로 바꿀 수 있다. 노을공원 보다 작은 청계천에 수천억 원이 들어갔다. 공단이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썼다는 146억원. 공원을 만들기 위한 어차피 들어가야 할 투자비용으로 보면 된다. 청계천보다 넓은 가족공원에 청계천의 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돈이 아까운가?
이제 기회가 왔다. 시민들이 원하고, 시민환경단체가 발 벗고 나섰다. 왜 이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 정치권의 실수를 이제부터라도 바꾸면 되지 않는가?
10월 3일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날, 환경단체들과 시민사회는 난지도 노을공원에 올라 가족공원을 선포했다.
노을이 있고, 수 천 개의 연이 날고, 산책을 하며, 북한산과 한강을 바라 볼 수 있는 곳. 시민의 땅 난지도 가족공원으로 오시라.
양장일 (난지도가족공원연대 운영위원장 /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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