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온도조절기’ 해류대순환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폭풍을 불러 올수 있다는 나비효과,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 카오스 이론은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식상함이 우리가 환경변화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처음에는 작은 변화에도 두려워하고 경계심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반복이 되고 흔하게 되면 어느 한 시점부터는 그 심각성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러한 환경변화는 적응을 하거나 무심해 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환경변화들이 ‘나비효과’처럼 종국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류대순환의 원리는 바닷물의 밀도차에 의한 해류의 움직임
해류대순환은 지구의 기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다.
해류 대순환은 표층과 심층의 대순환으로 나누어지는데 표층의 대순환은 주로 해면에 부는 바람, 예를 들면 편서풍과 무역풍과 같은 것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심층의 대순환은 염분으로 인한 밀도 차에 의해 이루어진다.
가장 짠 북대서양은 겨울에 더욱 짜지는데 그 이유는 기후가 추워지면 물은 얼고 소금은 얼지 않아 얼음 밖으로 소금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는 해류대순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염도 높은 대서양의 물은 얼음이 얼게 되면 다른 지역의 바다보다 소금의 농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 밀도가 높고 무거운 바닷물, 이 짠 바닷물이 바람에 의해 차가워지면 밀도가 높아지면서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고 아래쪽으로 침강류라는 거대한 물기둥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밑으로 가라앉으면 다른 곳의 물이 밀려와서 비워진 자리를 메우는데, 이 때 발생하는 바닷물의 대규모 이동이 바로 멕시코 만류다. 차고 무거운 북쪽 지역의 바닷물이 빠져 나가고 남쪽 지역의 따뜻한 물이 그 빈곳을 채우게 되며 이 침강류는 북대서양뿐 아니라 전 세계 바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대서양에서 침강류에 휘말리는 바닷물에 양은 초당 2,000만톤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대규모의 물기둥, 즉 북대서양에 가라앉은 침강류가 남쪽으로 흘러 북남미 대륙에 해안선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 해류의 성격은 바람에 의해서 형성되는 해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한겨울 그린란드 해안 해수면이 꽁꽁 얼면 더욱 차가워지면서 밀도가 급격히 높아진 바닷물이 거대한 물기둥을 형성하면서 바다 밑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물기둥의 지름은 작으면 수 백 미터, 크면 1km에 이르고 이곳에서 발생한 수백 개의 또 다른 물기둥은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을 빨아들이는데 이는 아마존 강 100개의 해당하는 부피와 맞먹는다. 해저에 도착한 물기둥은 멈추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서 더 깊은 심연으로 흘러 내려가는데 이것이 바로 심해 해류이다. 심해 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엄청난 규모의 수중폭포를 연상하게 하는데, 해저 능선과 절벽을 따라 물기둥은 4,000m 까지 흘러 내려간다. 그리고 이 심해 해류는 지구의 자전운동으로 인해 미국 해안을 따라 대서양남단을 향해 치닫기 시작하며 이 심해 해류의 폭은 100km에 달하지만 속도는 아주 느려서 초당 10cm 밖에 전진하지 못한다.
심해 해류는 대서양뿐만 아니라 남극해 쪽에서도 발생한다. 남극해에서 가라앉은 바닷물은 대서양의 것보다 더 차며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물로 이 남극해에서 형성된 물기둥까지 합류하면서 심해 해류는 더 큰 추진력을 얻어 남극대륙을 끼고 심해 해류의 한 줄기는 인도양으로, 다른 줄기는 태평양으로 진출한다.
태평양으로 빠져나간 줄기는 곧장 뉴질랜드 해안으로 들이닥치는데, 바로 그 곳에서 거대한 해구를 만난다. 그린란드에서 출발한 심해 해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이 거대한 해구를 메우기 시작한다. 그린란드에서 태평양까지의 거리는 무려 5,000km이다. 그토록 먼 거리를 이동한 심해 해류는 마침내 추진력을 잃고 천천히 이곳의 따뜻한 바닷물과 섞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곳 북태평양이 심해 해류의 종착역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대규모의 해류의 움직임이 ‘대양 대순환 해류(Oceanic Conveyor Belt)’다. 이 심해 해류는 미세한 밀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 심해 해류의 탄소입자를 분석한 결과 그린란드에서 가라앉은 심해 해류가 북태평양에 도착하는 데에는 무려 2,00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현재 바다 밑을 순환하고 있는 심해해류는 2,0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해류인 것이다.
이 심해 해류는 우선 따뜻한 물을 북쪽 해안으로 끌어다 주며 열대 바다는 식혀주고, 추운 바다는 덥혀주는 역할을 함으로서 추운지역에는 온화한 날씨를 선사하고 열대 바다가 끝없이 더워지지 않도록 억제 해 준다. 즉 지구의 ‘온도 조절기’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승하는 지구기후로 인한 해류대순환 변화는 결국 후손들의 재앙이 될 것
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 해류대순환의 균형이 깨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IPCC 배출 시나리오에 관한 특별보고서(SERS)에 의한 예측 결과 대기 중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특별한 정책 실현이 없는 상황에서 21세기 동안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SERS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지구 평균온도는 1990~2100년도 사이에 약 1.4~5.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1세기에 예상되는 지구온난화율은 20세기 관측된 온도의 변화보다 훨씬 크며(2~10배), 고기후학에 기초한 지난 1,000년간 관측된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른 비율로 일어나는 것이다.
21세기 지구 평균온도 상승유형은 육상빙하의 대부분의 경우 육상지역이 해양보다 더 많이 온난화되며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에서 온난화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조광우,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변화와 그 영향에 관한 연구Ⅰ)
이는 미세한 밀도차로 침강류가 발생해 이를 동력으로 삼는 해양대순환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대서양의 얼음, 그린란드의 빙하가 예전보다 얼지 않게 되면 침강하는 소금물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그 양이 적어지게 되고 이는 곧 침강류의 양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의 침강류의 양이 줄어들면 이 침강류가 유입되고 나가는 양이 부족해지며 이는 이러한 침강류가 영향을 미치고 원인이 되는 다른 해류의 흐름에 문제 된다. 그렇게 되면 해양대순환은 균형을 잃고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게 되거나 그 흐름이 멈추게 되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따뜻한 해류로 인해 온화한 기후를 선사받던 지역은 해류대순환의 흐름이 깨지면 따뜻한 해류로 인해 받던 혜택이 사라지고 혹독하게 추운 계절만이 존재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가 겪는 이상기후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해류대순환은 이미 최소한 1,600년 전에 형성된 침강수로 인한 것이고 천년이상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산업발전과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도록 하고 있다.
이미 해류대순환체계는 이미 지구의 온난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 이미 그 체계에 이상이 왔을 런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기심으로 망가진 환경 피해는 원인제공을 한 우리에게는 당연히 겪어야 할 몫이지만 현세대의 잘못으로 앞으로의 세대들이 겪어야 할 고난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인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류대순환 체계가 무너지고 이로 인한 환경기후의 엄청난 변화와 재해의 피해자는 현재의 우리가 아닌 1,600년 뒤의 후손들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베이징에서 ‘날개짓’ 을 하고 있는 나비일지도 모른다.
정리 /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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