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된 의약품의 환경유해성

건강을 위한 의약품에 병드는 환경
이상복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7-22 14: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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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과정 거쳐도 분해 안 돼 … 생태계 교란 위험
인간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의약품이 새로운 환경오염물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이 이미 1980년대 이에 대한 연구와 관리를 시작한 반면, 국내는 일부 연구기관이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단계에 머물고 있어 조속한 관리체계 구축과 연구수행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약품은 생명 유지를 위해 의학과 더불어 중요 필수품이며 인체, 동물, 농업, 수산업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은 약물의 판매량이 연간 1천 톤을 육박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들 의약품들이 단순한 유해화학물질관리 관점에서 보아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에는 잘 녹지만 ‘생분해’ 어려운 의약품
그렇다면 왜 선진국들은 의약품의 환경오염에 주시하고 있는가. 대게의 의약품은 특정한 약리효과를 위해 생산된 생리활성 물질이다. 게다가 인체에 들어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위해 작용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러한 의약품들이 약리작용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에 잘 녹지만, 생분해는 잘 이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즉, 이러한 약물의 경우 통상의 하수처리과정을 거치더라도 약물성분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투여용량의 약 80~90%가 소변을 통해 활성물질로서 배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배출된 의약품의 잔류물은 하수처리공정을 통하더라도 활성을 띤 형태로 수중생태계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병원폐수나 공장폐수 이외에도 도시하수와 지표수도 의약품 잔류물의 오염수준이 높아 인간과 생태계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진국, 의약품에 의한 ‘환경위해성평가지침’ 마련
최근 새로운 환경오염물질로서 의약품 잔류물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생물학적 활성을 띤 의약품 잔류물이 환경을 오염시킴에 따라 중요한 생물군집종(keystone species)의 멸종을 야기하여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이렇게 노출된 의약품들이 병원성 세균에 저항력을 형성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등이 이들 약리활성물질에 무작정 노출될 우려가 높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EPA산하 ORD실험실 중 한 부서는 환경 중 의약품 문제를 전담하고 있으며,’99년부터 ’00년까지 미국 30개주 139개 강에서 의약품, 내분비계 장애물질, 기타 유기물질 등의 오염정도를 실측 평가한 보고서가 USGS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EU의 의약품평가기구인 EMEA에서는 인체의약품 및 동물의약품의 환경위해성평가를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환경 중 의약품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국제적인 규약은 전무하다. 다만 화학물질 관련 국제협약과 규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전망되고 있어, 환경 중 의약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국제적인 동향으로 비춰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정임 책임연구원이 시의적절하게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올해 말 대응방향이 제시된 연구 성과가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의약품에 의한 환경오염 연구 시급
화학물질관리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대책 연구는 최근 들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직 확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기존의 화학물질 관리는 화학물질을 생산하거나 원료로 사용하는 공정에서 화학물질이 환경에 배출돼 인체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염물질의 미량분석이 가능해지고 환경오염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이옥신, PCBs와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내분비계 장애물질 등 미량의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문제와 그로인한 환경위해성평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정임 박사는 “의약품이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관리 동향을 파악해 국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의약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 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과 관계기관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의약품이 환경을 병들게 하는 유해화학물질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일도 온전한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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