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선의 선도를 가게주인이 평가한다면 소비자들은 선도증명서를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가게주인이 선도를 증명하게 돼있다면 소비자들은 어처구니없는 당국에 제도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라!’ 생선의 선도를 스스로 조사한 가게주인에게 힐난하는 소리가 아니다. 선도증명서는 꾸민 이야기이므로.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생선가게 같이 애교로 넘어갈 만한 작은 규모가 아니다.
지역사회, 때로는 국가 전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계층과 세대 사이의 갈등이 화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사업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합법적으로 횡행한다. 사업자가 주도하는 환경영향평가가 그렇다.
경기도 광주군 실촌면은 6개의 골프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 두 골프장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내용이 비슷했다. 오탈자와 띄어쓰기는 물론, 날씨마저 똑같은 면도 있다. 기상대에 알아보니 전국에 비가 내렸다는데, 맑았다고 기록했으니,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업주는 그 지역은 맑았다고 우긴다. 오탈자와 띄어쓰기도 우연한 일치라고 강변한다.
그러면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준 환경부는 바지저고리인가. 사업주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환경부는 “예상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기에 허가했노라”며 남의 일처럼 합법을 재확인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어느 규모 이상의 사업을 대상으로 하며, 공사를 시행하는 도중이나 완공 이후에 발생할 환경영향을 예견하고 그 저감대책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주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저감대책을 검토할 뿐이지 사업 자체를 취소시킬 수 없다”고 환경부는 시민들과 환경단체를 설득하려 들지만 현실은 어떤가. 누가 보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시킨 저질 환경영향평가를 사업주의 말만 믿고 협의해온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외면한다.
환경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공사 전의 환경을 사전에 조사해야 하고, 저감대책이 예상과 같은지 사후영향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건만 현실은 어떤지, 환경부는 책임지고 반성해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사업주의 하청을 받은 대행업체는 먹고살려면 눈치를 보아야 한다. 환경영향과 저감대책을 사업주의 의도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러운 강물이 주기적으로 배출되면 해양은 저감대책이 소용없을 정도로 오염된다는 운하관련 해양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왜곡되었다.
대행업체는 능력 없는 조사팀을 다시 구성하여 자료를 사업주의 의도에 맞는 바꿨지만 불법이 아니다. 협의 이후 7년 이상 공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해야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얼마 안 되는 벌금으로 때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전철 천성산구간이 그렇다. 18개의 고산늪지, 2개의 활성단층과 수많은 절리,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희귀동식물의 분포를 고의로 누락시킨 환경영향평가서에 의존하는 사업주는 30킬로미터 가까운 터널을 고집한다. 천성산과 그 안의 생명가치들은 현재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공청회도 유명무실하다. 독자가 거의 없는 관변신문의 한 구석에 공시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설명회 수준의 형식적 행사를 치르곤 합법으로 가장하면 그뿐이다.
다양한 견해를 가진 토론자들이 관심 있는 청중 앞에서 심도 있는 토론회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실시하고, 그 자리에서 제기된 문제를 놓고 새로운 대안을 합리적으로 찾아가며,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공청회를 거듭하는 다른 나라와 같은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찬반을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피하기 어렵고, 불신은 더욱 팽배하며, 사업주의 한시적인 이익의 대가로 더욱 큰 환경문제를 후손들에게 떠넘기고 만다.
최근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의 필요성을 환경단체와 공유했다. 천성산 고속전철 터널공사를 계기로 도롱뇽소송시민행동과 제도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불합리한 제도를 근거로 협의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실토하면서 잘못된 제도에 의거한 협의라도 되돌릴 수 없다던 환경부는 이참에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개발부서에 비해 힘이 없다는 패배주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환경부지만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57일 동안 단식 수행한 지율스님의 눈물겨운 농성에 더는 사업주를 두둔하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4계절 이상의 기간 동안 생태계, 수질, 대기, 지질들의 전문가 조사를 실시해야하는 까닭에 거액이 비용이 들어가므로 사업주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수정되어야 한다.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기관에서 과학적인 조사를 공개적으로 충실히 실시하고 그 비용을 사업주에 청구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 성격에 맞는 사전과 사후영향평가를 철저히 실시하여 사전영향평가에서 문제가 노정될 경우 사업을 반려할 수 있어야 하고 사후영향평가에서 문제가 발견할 경우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약속을 위반할 경우, 응당한 민형사상 책임을 사업주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업규모를 분리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평가받을 사업규모를 합리적으로 축소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는 어떠한 사업도 반려하지 못했다. 약속위반도 거의 자유로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위반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그렇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는 취지에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권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후손이어야 한다. 사업주의 이익을 위한 통과의례일 수 없다.
목숨을 건 지율스님의 단식수행으로 다시 표면화된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후손의 처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