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고치려다 돌연사 할뻔”

식약청, PPA 뇌졸중유발 늑장인정 ‘불씨’키워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9-01 12: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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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감기약에 함유된 페닐프로판올아민(PPA)에 대한 식약청의 ‘사용중지 및 폐기처분’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식약청은 지난 1일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내리고, 75개 제약사의 167종 약품에 대해 유통품을 폐기하는 한편 제조 수입 출하를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PPA 성분은 이미 지난 ’00년, 미국 FDA에서 출혈성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식약청은 다음 해 4월, 하루 최대복용량을 100mg으로 제한하고 연구사업에 돌입하는 등 PPA의 위해성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통중인 대부분의 감기약제가 PPA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국민의 대부분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약품을 복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3년전 복용량 제한 ‘궁색한 변명’
문제가 확대되자 식약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우선 해당품목의 유통을 막고 수거와 폐기 조치를 내렸는가 하면, 수거폐기 결과에 대해 올 9월 말까지 제조업소 및 수입자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도매상 및 약국과 병원에 보유품을 반품시키도록 했으며, 의·약사에게는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식약청의 해명은 계속 됐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감기약에 PPA 성분이 함유되어있는지 처방을 받거나 구입할 때 약사에게 문의하도록 이미 상기시킨 바 있다”며 최대복용량을 제한한 것이 최대한의 적절한 조치였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식약청의 조치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기관으로 신중하지 못하고 뒤늦은 결정이라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감기약과 뇌출혈간의 인과관계 검증을 위한 연구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PPA 감기약이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되도록 방치했으며,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6월말부터 8월까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는 기간까지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콘택 600, 화콜 에이, 시노카 … 유명약품 모조리
더욱이 일반 가정에서 비상약으로 보유하고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온 유명감기약이 이번 조치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콘택 600을 비롯해 화콜에이, 시노카정 등은 일반인에게 ‘잘 듣는’ 감기약으로 알려져 그동안 약국등에서 처방전 없이 꾸준히 판매되어온 제품이다.
또한 PPA가 함유된 167종의 판매금지 약품은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감기약의 사실상 전부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대용 약품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PPA를 포함하지 않은 품목이 많지 않을뿐더러, 제약회사는 그동안 판매 금지된 제품을 주력 생산해 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PPA파문’으로 인해 업계의 구도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여론과 학계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약청 ‘계속된 뭇매’, 苦行의 한해
감기약의 뇌졸중 위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식약청은 이번 조치에 대한 경과를 설명하며 “페닐프로판올아민에 대한 위해성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된 특정의약품과 질병 발생과의 관련성 규명을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며 “장기 복용과 고혈압 등의 출혈 소인을 가진 환자의 경우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PPA의 위험성은 앞서 언급했듯 美 FDA에 의해 4년전 공식적으로 제기된 사안인 만큼 1일 복용량 제한과 연구사업 착수라는 명분으로도 식약청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됐다. 이미 미국 및 선진국은 PPA의 뇌졸중 논란이 시작된 ’00년부터 동제의 사용을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 복용량을 제한하는 미온적인 대처를 감행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PPA 감기약에 대한 안정성 여부는 의사協, 소보원등에서 간헐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라는 사실이 식약청을 더욱 궁지로 몰아세운다.
한편, ‘불량만두파동’에 의해 사실상 녹초가 된 식약청은 쉴새없이 연이어 ‘PPA파문’이 발생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는데 유감스러울 따름”이라며 “식약청의 업무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음을 시인했다.
만두파동에 이어진 여론의 뭇매는 식약청의 기능부실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약청은 그동안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차관급’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매번 독자적인 ‘힘’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이에 따라 조직내에서도 체제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으며, 국무조정실에서도 암암리에 이에 대한 논의가 상당부문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잘잘못을 떠나 연이은 폭풍에 식약청이 고행의 한해를 넘기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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