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시대에 실내스키장?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7-23 15: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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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노을공원이란 곳을 가 보았습니다. 맹꽁이가 알을 낳을만한 호수가 있다기에 조사차 찾아간 것입니다. 과연 노을공원으로 가는 길 배수로에서 맹꽁이들이 웁니다. 하지만 노을공원에는 있을 법하지 않습니다. 호수가 맹꽁이가 알 낳기에 너무 큽니다. 예전에 흔했지만 요즘 보기 드물어진 맹꽁이는 농약에 매우 취약합니다. 노을공원에 있는 호수는 장차 농약에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노을공원이라, 이름 참 근사합니다. 지는 해를 고즈넉이 바라볼 수 있는 공원이라는 뜻일 텐데, 실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아닙니다. 골프장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입장료를 결정하지 못해 아직 공식 내방객이 없는 그 골프장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위에 서울시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공원이라고 우기는군요. 하긴 일반인들을 위한 산책로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골프를 즐기지 않는 시민들이 골프공 날아다니는 공원을 일부러 찾아가려 할 지 궁금합니다.
독일은 30년 된 쓰레기매립장도 개방하지 않습니다. 나무와 풀이 들어와 겉보기 숲이 우거진 야산 같은데 찾아오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차단한다고 담당자가 말합니다. 폭발 가능성 때문입니다.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 쓰레기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독일보다 물기가 많은 쓰레기를 30년 가까이 켜켜이 쌓았습니다.
현재 100미터 정도 높이의 봉우리 두개를 널찍이 남겼습니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서울시는 봉우리 위에 두툼한 고무장판을 깔고 흙을 덮었습니다. 또 관을 매설해 가스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덕분에 냄새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땅이 조금씩 꺼집니다.
저주받은 냄새가 진동하던 두 봉우리 중 하나는 물결치는 억새가 풍차와 잘 어우러져 평일에도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 하늘공원이 되었습니다. 나비들을 위해 자그마한 물 웅덩이를 파놓았더니 맹꽁이와 청개구리가 알을 낳습니다. 맹꽁이는 어쩐 일인지 하늘공원 주변에 많이 나타나 웁니다. 그래서 하늘공원은 맹꽁이를 상징동물로 삼고 싶어합니다.
하늘공원보다 넓은 옆 봉우리는 외국잔디와 우리잔디를 융단처럼 깔은 노을공원으로 개과천선했습니다. 골퍼들에게 비치는 한강너머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분명 멋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노을공원 옆 기슭을 비스듬히 의지하는 스키장이 들어선다 합니다.
봉우리 두개에 흙을 덮었지만 기슭은 어렵습니다. 흙이 미끄러져 내려가니까요. 1미터만 파 내려가도 쓰레기가 나오는 겨우 100미터의 봉우리를 비껴가는 스키장을 만들겠다니, 정신 나간 짓 아닌가 싶겠습니다만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하 현상이 발생하지만 돈만 들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본 동경 한 복판에 스키장이 있습니다.
IMF 경제신탁통치가 우리의 거품경제에 경고장을 던지기 전, 대우건설은 인천 앞바다 갯벌에 슬로프가 다섯 개나 되는 스키장을 높이 250미터 규모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노을공원을 빗겨 내려갈 그 스키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겨울에 인공 눈을 뿌리는 스키장은 아닙니다. 눈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365일 전천후 실내스키장일 것입니다.
찌는 더위에 땀 흘리며 일하는 시민들 사이를 비웃으며 스키 캐리어 보란 듯 싣고 실내스키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고급 승용차 무리들은 신날 것입니다. 여름철에도 도심에서 스키를 신고 시원한 실내 슬로프를 유유히 내려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다시 내려오는 쾌감, 아마 돈 없는 이는 위화감에 시달릴지언정 그저 상상만 해야 할 것입니다.
7, 8년전, 일본의 실내스키장 이용료가 5천 엔이었다던데, 우리는 얼마를 받으려 할까요. 까짓 돈이 문제겠습니까. 건설경기 위축시키는 바다모래 채취 반대운동과 핵폐기물처분장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문제겠지요.
핵폐기장이 없으면 핵발전소를 꺼야 하고, 핵발전소가 없으면 산업이 마비된다는 사람들, “당신들은 이 무더위에 에어컨없이 살 거냐!” 비아냥거리며 반핵운동하는 시민들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실내스키장이 못내 반가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라며 대형 댐으로 금수강산을 수장시키려는 사람들은 반대할까요. 아닙니다. 아마 그들도 반길 것입니다. 전기에너지든 물이든, 관광 산업체든, 공급자들은 수요 늘어나기를 학수고대할 테니까요. 실내스키장 이용자는 돈뿐 아니라 힘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등에 없고 모자라면 핵발전소 또 지으면 된다는 철학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테니까요.
부천에도 실내스키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상동 신도시 내에 2만5천 평 규모로 길이 270미터, 폭 35미터로 슬로프가 두개라는데, 국내 최초라고 뽐내는 사업주는 1400평의 주차장에 빈틈이 없기를 바라는 모양입니다.
세계 10개국에 28개 있다는 실내스키장을 왜 우리나라에 그것도 두 곳에나 만들어야 할까요. 에너지와 물 부족을 경고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돈 때문이겠지요.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하소연을 쇠귀의 염불로 여기는 일부 부자들을 위해 바다모래를 퍼서 만들 4계절 실내스키장은 후손의 삶을 호사스럽게 위협합니다.
무시무시한 핵폐기물을 4계절 내내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겠지요. 모래를 잃어가는 인천 앞바다는 적막강산이 되었습니다. 홍어 한 마리, 민어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밴댕이마저 드물어졌다고 어민들은 울상입니다.
만들어지기 전에 막아야 하는데, 노을공원도 막지 못한 시민운동으로 실내스키장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돈을 향한 집념은 강산도 옮기는데 소비를 자제하자는 시민운동으로 실내스키장 건설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사업주의 계획을 커다랗게 보도해주는 언론은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를 확신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다름없이 우려보다 환영 일색입니다. 그것이 스포츠문화를 치켜세웁니다.
석유 값은 벌써부터 들썩이는데, 다가올 에너지와 자원 위기 시대를 후손들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후손의 삶은 이 시대 부자들의 질펀한 놀이를 위한 담보가 아닐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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