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속에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 ‘골프’

물산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번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5-23 00: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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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골퍼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날리는 첫 번째 홀에서의 티샷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촐랑대며 초원을 굴러갈 때의 그 모멸감. 아무리 365가지의 핑계로 농을 던지지만 보는 이는 정확히 그의 골프실력을 판단하고 만다. 그렇게 방황하며 18홀. 마지막 홀에서의 퍼팅까지 쉼없는 좌절과 반성을 한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시 한 편의 탄생에도 머리를 싸잡고 고민을 해야 한다. 단어 하나에도 까다롭게 신경을 써야 하고 그 속에 나만의 이미지,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를 심어 놓아야 하는 데에는 온몸이 바작바작 타들어 간다. 풍요로운 상상력, 여인보다 절묘한 감수성, 어떤 사랑의 손길보다 정교한 직관력이 배여 있어야 하기에 글을 쓰는 그 자체가 고통이며 업보라고 말한다.
골프도 이같은 맥락에서 좌절하게 되고 후회하게 되며 스스로를 탓하고 상대의 몸짓에 예민해지고 어제를 후회하며 또다시 자신을 반성하면서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떤 신비의 마력.
우리나라 환경산업 특히 물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통틀어보면 고작 1천여명이며 그중 학자를 포함해 소위 잘나간다는 전문인들은 1백명 내외이다. 사업가로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싱글의 기업인은 고작 5∼6명 내외이고 80타를 넘기는 핸디 15정도인 200억원 이상의 매출기업인은 30여명내외, 그리고 핸디 20의 실력을 지닌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부끄럽게 짝이 없는데도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 왜 100타를 깨지 못하는지 번민과 울분 속에 오로지 100타를 깨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는 기업인들이 태반이다. 구력도 20년 이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대로 벌지도 못하고 베풀 수도 없는 경쟁력 없는 물산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물사업가들.
좌절과 고뇌 속에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매력이 담긴 골프처럼 이들에게도 매력은 존재하는 것일까. 고통과 번민 속에서도 물산업이 주는 즐거움, 아니 그들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세미나나 공식적인 행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만나는 얼굴들. 그들이 그들이고 어디하나 낯설지 않다. 그저 엊그제 어디선가 만났고 내일이면 또 어디선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
오비를 내도 만나야 하고 매너가 없어도 만나야 하며 양파에 냉탕 온탕을 오고가도 함께 그린을 사랑하는 사람들. 무엇이 이들을 붙들게 하고 물산업에서 떠나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물산업을 하는 사업가들이나 학계나 관이나 왜 물산업 평균 타수가 100타를 깨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반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글을 해도 버디를 낚아도 기쁨은 잠시 욕탕에서 다시 내일의 어음을 막아야 하는 딱한 사람들. 영업은 점점 어렵고 물산업 시장은 보이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오비를 내야하고 벙커 탈출을 위해 서 너 번의 헛스윙을 할 뿐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산업전략, 물산업의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고뇌와 번민 좌절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골퍼들처럼. 고통과 뼈를 깎는 아픔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는 가난한 시인의 욕정처럼, 물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한다.
헛스윙이 아닌 그린 위에 흰 공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골프장을 설계해야 한다. 이들에게 100타를 깨게 하는 절묘한 지침서가 나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노익장만 되뇌이며 지나간 그리움만 뇌까리는 것도 한계에 와있다.
골프에서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묘미를 던져주는 것은 드라이버가 엉망이어도 아이언샷이 그럴듯하게 제자리를 찾아주고 오비를 내도 퍼팅에서 시원스럽게 구멍을 찾아 들어가는 절묘함이 있기 때문이다.
물을 먹는 물인간들이여! 물먹지 않는 제대로 된 물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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